YTN이 보도 부문 외의 생활 프로그램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로 영업 손익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보도 부문의 경쟁력이 저하하고 있다는 내부 비판이 나왔다. 24일 오전 YTN 주주총회에서 전국언론노조 YTN지부(지부장 박진수, 이하 YTN노조)는 이 문제를 지적하며 사측에 보도 부문 경쟁력을 제고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주주총회에서 YTN노조는 △9년 연속 신뢰도 1위에서 올해 처음 떨어진 YTN의 경쟁력 △방송사업 부분 74억 손실 △외주제작 업체 선정 수의계약 의혹 △대표이사 선임 과정 △해고자 문제 등에 대한 해결 방법을 촉구했다. 이에 조준희 YTN 사장은 외주제작프로그램 업체 선정에 대한 감사를 지시했고, 이 외의 사항에는 “참고하겠다”고만 밝혔다.

YTN은 지난해 영업이익 12억 원, 당기순이익 34억 원 등 매출액 1,307억 원을 달성했다. YTN은 9년 연속 신뢰도 1위를 차지했지만 올해 처음으로 JTBC에게 신뢰도 1위 자리를 내주었다. 또한 경쟁보도채널인 연합뉴스TV에 시청률이 뒤지며 보도 경쟁력이 뒤쳐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진수 YTN 노조위원장은 “대표이사의 현실인식이 부족하고 주주로서 우려스럽다”며 “9년 연속 신뢰도 1위가 깨졌는데, 뉴스를 만드는 회사인 YTN에서 뉴스에 대한 문제는 거론하지 않고 자화자찬 일색인데 앞으로 뉴스 경쟁력 강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에 조준희 사장은 “보도에 대해서는 보도본부장 체제 하에 이끌어나갈 사안이며 주주 개인 생각을 참고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조 사장은 “올해 신뢰도 1위를 JTBC에 빼앗긴 것은 특수한 상황이었다”라며 “승부라는 것은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 YTN 조준희 사장(대표이사)가 24일 YTN 주주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YTN노동조합 제공
▲ YTN 조준희 사장(대표이사)가 24일 YTN 주주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YTN노동조합 제공
YTN노조는 두 번째로 방송사업 부분 74억 손실을 지적했다. 지난 14일 공개된 YTN의 2017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YTN의 2016년 방송사업 매출액은 116억여 원이지만 방송 사업으로 인한 영업적자는 74억여원이다. 대신 임대사업 등으로 전체적인 흑자를 봤다.

YTN의 방송사업 영업적자가 74억여원이 난 이유는 막대한 제작비 때문이다. YTN이 제작하는 프로그램 ‘강소기업이 힘이다’의 경우 한 편당 제작비가 1800여 만 원이다. 이 외에도 ‘국민 신문고’, ‘원 포인트 생활상식’, ‘재미있는 낱말풀이’, ‘오늘의 건강’ 등 ‘YTN 5종 세트’ 등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제작비 투자가 늘어난 것은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제작비가 YTN의 핵심인 보도부문이 아닌 생활 프로그램에 집중돼있다는 점이다. 권준기 YTN노조 사무국장은 “보도와 상관없는 프로그램에 막대한 제작비를 쏟으면서, 정작 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경쟁력을 잃고 있다”며 “노조가 제작비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에 YTN 기획조정실 측은 “YTN 사업 수익 구조상 방송 매출 부분은 항상 적자를 기록했고, 여러 가지 사업부문에서 메우는 상황”이라며 “방송 매출 부분에서 적자를 달성한 것은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특히 한 편당 1800여 만 원의 제작비가 드는 ‘강소기업이 힘이다’의 경우 외주 업체 선정과정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권 사무처장은 “해당 프로그램 외주 업체 선정에서 수의계약(매매·대차·도급 등을 계약할 때 경매·입찰 등의 방법에 의하지 않고, 적당한 상대방을 임의로 선택하여 맺는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며 “외주업체 사장과 YTN 사장과의 관련 의혹이 찌라시로 돌았을 만큼 의혹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 사장은 “외주제작 업체 선정이 어떻게 됐는지 감사하겠다”고 현장에서 감사를 약속했다.

YTN 사장 지원, “지원서 넣었냐”는 질문에 “지원서도, 추천서도 없었다”는 사장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제무제표 승인의 건과 더해 이사 선임건도 의결됐다. 이사 선임건과 관련해 YTN노조는 YTN사장 선임 절차에 대해 문제를 지적했다. 다음은 24일 YTN 주주총회에서 이뤄진 박진수 노조위원장과 조준희 사장의 대화다.

박진수 위원장: “YTN은 공기업입니까, 민간기업입니까?”
조준희 사장: “민간기업이죠.”
박 위원장: “대주주는 공적 자본이 투여된 회사가 아닙니까?그렇다면 민간기업이지만 공공기관 자금이 투입된 회사 아닙니까?”
조 사장: “그렇죠.”
박 위원장: “YTN 오실 때 사장 추천서나 지원서를 내신 적 있습니까?”
조 사장: “없습니다.”
박 위원장: “공공기관, 즉 국민세금이 연관된 회사에서 사장 추천을 누가 한지도 모르고, 지원서 한 장 없이 올 수 있다는 것이 이치에 맞습니까?”

▲ YTN 주주총회에 주주로서 참여한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 사진=정민경 기자
▲ YTN 주주총회에 주주로서 참여한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 사진=정민경 기자
2008년까지는 YTN 사장 절차가 공개 공고를 낸 이후 후보 접수, 서류 심사, 면접심사, 주총회의 등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이후에는 해당 정관이 수정돼 밀실 사장 선임이 가능해졌다는 것이 YTN 노조의 설명이다. 박진수 위원장은 “오늘 선임된 이사들이 내년 3월 새로 바뀔 사장을 선임할 것이고, 저번처럼 밀실로 사장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하루빨리 정관을 이전처럼 수정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노조의 지적에 조 사장은 “참고하겠다”라고만 밝혔다.

한편 이날 조 사장은 YTN 해직기자 문제에 대해서도 말을 꺼냈다. 조 사장은 “해직자 문제에 대해 대법원이 확정 판결을 낸 만큼 법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저도 고민을 하고 있고 지혜를 모으고 있다”라고 말했다. 

노종면, 조승호, 현덕수 기자는 2008년 MB정부 YTN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하다가 해고됐다. 대법원은 2014년 11월 이들에 대한 해고가 유효하다는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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