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최초로 파면당한 박근혜씨가 21일 오전 검찰에 출석해 14시간 동안 피의자 신문을 받고 귀가했다.
조선일보는 22일자 조간 1면 제목을 “16시간 넘게 조사받은 박 전 대통령”이라고 뽑았다. “‘국민께 송구’… 혐의는 모두 부인”이라는 같은 날 동아일보 1면 헤드라인과도 대조적이다.
‘박연차 게이트’로 검찰에 출석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도하던 8년 전과는 논조 차이가 뚜렷하다. 2009년 5월1일자 조선일보 1면 제목은 “‘아니다… 모른다… 생각 안난다’”였다. 노 전 대통령은 2009년 4월30일 검찰에 출석했다.
노 전 대통령이 측근 비리 의혹을 부인한 것을 “아니다… 모른다… 생각 안난다”라는 인용문으로 제목을 처리한 것인데 지금의 박근혜 보도와 비교하면 노 전 대통령의 부도덕성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박근혜씨도 검찰에 출석해 뇌물죄 등 자신이 받고 있는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두 사람의 검찰 출석 당일 조선일보 1면도 특기할 만하다. 조선일보는 지난 21일자 1면 오른쪽 하단에 “박 전 대통령 오늘 검찰 출두”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9시30분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해 조사를 받는다. 전두환·노태우·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우리 헌정 사상 네 번째로 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2009년 4월30일자 1면 사이드 기사 제목은 “위선과 독선… 虛像(허상)으로 가득했던 ‘노무현 정치’의 종말”이었다.
이날 조선일보 사설 제목은 “2009년 4월30일은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날”이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2009년 4월 30일, 오늘은 부끄러운 날이다. 자라나는 아이들 얼굴을 쳐다보기 부끄럽고, 우리에게 쏠리는 세계의 시선이 부끄럽다. 오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에 출두해 11층 특별조사실에서 뇌물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는다. 작년 2월 25일까지 안에서 대한민국을 이끌고 밖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던 대통령이 뇌물사건 피의자로 국민과 세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근혜 검찰 출석 당일 그 내용만을 주요하게 다룬 조선일보 사설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