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17일 정의당의 19대 대선후보 경선에서 후보로 당선됐다. 심상정 대표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정의당의 대선후보로 출마 선언을 했지만 결국 야권 후보였던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는 말로 끝까지 완주하지 못했다.

촛불 국면 이후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는 과거와 조금 양상이 다르다. 진보와 보수 세력이 양대 산맥처럼 서로를 향해 칼날을 겨누며 내부에선 후보 단일화 논의에 힘을 썼다. 지금은 누가 더 개혁의 선두에 설 수 있느냐를 두고 승부를 펼치고 있다. 오랜 기간 진보 진영에서 노동의 가치를 역설해온 심상정 대표에게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그래서 심 대표는, 누군가는 욕심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번 대선 만큼은 ‘민주당 대 정의당’이라는 구도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심상정 의원실에서 심상정 대표와 대선후보로서의 정국 구상과 목표, 공약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탄핵 국면 당시 국회 앞에서 밤샘 농성도 했지만, 현재는 지지율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 

“우리 당이 탄핵 소추안 국회 처리를 앞두고 열심히 했는데 갑자기 원내 5당으로 밀렸다. 저는 지금은 대선 국면이라는 것에 눌려서 그렇지, 언젠가 그리고 어딘가에는 열심히 한 만큼 기록돼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정권 교체는 일단 문제 없고, 어떤 정치교체냐를 고민하고 판단하는 과정이 오면 그때 심상정에게도 저금했던 표를 꺼낼 것이라고 믿는다. 당원들에게도 지지율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말을 했다.“

-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일정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결과를 어떻게 전망하나.

“인용 될 것이라고 본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에서 헌법재판소를 압박하면 안된다고 하지만 그건 올바른 지적이 아니라고 본다. 국회는 탄핵 소추를 국민 뜻을 받아서 실행한 당사자다. 국회 자체가 검사인 셈이다. 검사가 국민 뜻 받들어서 국회 의결을 거치고 의결 내용을 관철시키려 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국회가 대의기관으로서 절대 다수의 뜻을 받들어서 한 것을 결국 관철시키지 못했으면 해산 이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 (국회가 탄핵소추안 처리) 당시에 의원 사퇴서 내지 않았나. 다들 잊은 모양이다.”

- 최근 각 당 대표들이 모여 헌법재판소 판결 결과 승복하자고 합의했는데, 정의당에는 제안 안 왔나.

“우리에게는 언급 없었다.”

-탄핵 소추안이 만약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된다면 대선국면이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정의당, 그리고 정의당 후보인 심상정 대표께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뭐라고 생각하나.

“정의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으면 정의당의 집권을 위한 것 아니겠나. 저는 개혁정부 수립을 위해 출마했다. 일각에서는 작은 당을 기반으로 단독 집권이 가능하냐는 말씀을 하신다. 저를 대통령으로 뽑아주시면 야당을 설득해서 연정할 것이다. 대선 국면에서의 제 역할은 촛불이 요구하는 과감한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정부를 만드는 일이다. 그러려면 대선 과정에서의 경쟁 좌표를 최대한 ‘왼쪽’으로 옮겨놓는 일이 필요하다.”

-경쟁 좌표를 ‘왼쪽’으로 옮긴다는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가.

“실제로 민주당도 정책 공약을 정의당보다 더 나아간 공약들을 내놓고 있지 않나. 그렇지만 국민들은 개혁의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것이다. 삼성 재벌 문제를 비롯해 개혁에 대해 (민주당이) 얼마나 할 수 있을지는 물음표다. 그렇기 때문에 (정의당이) 개혁 의지를 확고하게 밀고 가는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전체 정치세력 간 경쟁구도는 과거 민주당과 새누리당 간의 경쟁이었다. 이제는 '정의당과 민주당' 간의 구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지금은 보수의 유력주자가 없는 상태에서 치러지는 전무후무한 대선 아닌가.

(그래서 지금은) 소수 정당에 대한 부당한 (후보 단일화) 압력은 설득력이 없다. 진정한 개혁을 원한다면 이번 대선은 민주당과 정의당 간 대결구도로 만들어야 촛불 시민의 뜻에 가장 부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심상정을 찍으면 정권교체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억눌림에서 벗어나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다른 유력 대선후보들은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의 행정경험을 내세워 대통령직에 적합하다는 주장을 한다. 이에 비해 심 대표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지방 사무는 국가 사무와 질이 다르다. (다른 후보들이) 협치와 통합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데, 국민의 이해를 대변하고 이익을 조정하는 곳이 국회다. 국회 경험이 없는 후보는 진정한 협치와 통합이 가능한지 검증되지 않은 후보라고 생각한다."

-만약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다당제 구도에서는 다른 정당과의 연대 혹은 연정은 불가피하다. 만약 연대를 한다면 어느 당과 어떻게 연정을 통해 국정을 운영할 계획인가.

“연정의 범위는 시대정신에 따른 개혁 구상 의지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같은 경우 헌정유린의 공범이고 청산대상으로 국민들이 지목했다. 바른정당 역시 따뜻한 보수를 표방했지만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선거연령 18세 인하안 등 현안에서 보이는 태도가 대단히 나이브하다. 기본적으로 탄핵을 주도했던 야3당,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이 연립정부 구성 대상이다.

그 이외에 바른정당, 자유한국당 등과는 정책 공조를 펼 것이다. 이들과는 권력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위해 협력하자는 차원이다.“

-공약에 대해 질문하겠다. 심상정 후보가 가장 먼저 꺼낸 공약이 남성 육아휴직 의무할당 등을 중심으로 하는 ‘슈퍼우먼방지법’이다. 가장 먼저 이 공약을 꺼낸 이유가 있었나.

“제가 출마선언할 때 즈음 보건복지부 여성 공무원 한 분이 과로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제가 오랫동안 겪고 또 가장 중요했던 문제였기 때문에 내놓은 것이다.

슈퍼우먼방지법을 꺼낸 것은 출산문제가 여성문제이기 전에 가족없는 노동을 강요하는 시스템의 문제라고 봤다. 엄마와 아빠, 기업, 사회, 국가가 함께 책임져야 하는 문제다. 이후에 다들 엄마와 아빠가 같이 육아문제를 책임져야 한다고 말하지 않나. 이 어젠다를 여성의 책임만으로 돌리는 관점 자체를 (제가) 바꾼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더 이상 한국에는 여성 대통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성 대통령이 꼭 필요하다기보다 여성이나 아이문제, 가족문제에 대해 정말 좋은 정책을 내놓고 실현 의지가 있는 남성 후보가 있으면 그 분을 찍으면 된다. 하지만 저보다 의지와 정책을 더 잘 갖고 있는 분은 없는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은 스스로 여성성을 부정한 사람 아닌가. 세월호 참사때 어느 여성이 자식들이 수장되는 걸 보면서 머리만지고 밥먹고 하겠나. 박근혜 대통령의 실패는 여성 대통령의 실패가 아니라 박정희의 딸 박근혜의 실패다.“

-그 말씀은 여성성의 개념을 모성으로 보는건가.

“여성성과 남성성을 굳이 구분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으로 약자가 여성이라는 점이다. 임금부터 승진 등 모든 차별을 받고 있지 않나. 엄마로서 육아문제 등 책임을 모두 갖고 있다. 전문성이 있어도 자기 실현도 어렵다. 3~40대 주부들이 우울증을 겪는 이유기도 하다. 여성들도 엄마로서 아내로서 아이가 자라는 것만 보면서 행복한건 아니다. 여성들이 이렇게 겪는 어려움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사진제공=심상정 의원실.
▲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사진제공=심상정 의원실.
-외교 안보와 관련된 공약은 아직 발표하지 않으셨는데. 어떤 구상을 하고 있나

“지금 공약이 다 준비돼있다. 만약 정의당 대선 후보가 되면(인터뷰 당시에는 정의당 경선이 끝나지 않았다) 발표할 계획이다. 우리 당은 튼튼한 안보 위에 복지국가를 만들자는 목표다. 안보제일주의를 내세우면서 안보를 정권에 이용하고 수많은 안보 실패를 책임지지 않는 보수 세력의 안보는 가짜 안보라고 생각한다. 우리 정의당은 안보를 정권에 악용하지 않고 안보에 책임지는 진짜 안보를 할 것이다. 저는 정부 관료들이 병역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임명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지금 한반도 평화체제가 가장 중요하다. 비핵화를 궁극적인 목표로 해서 핵 동결과 긴장완화, 전쟁 방지 등에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이른바 아시아판 헬싱키 프로세스다. 전쟁이 아닌 평화로 가기 위해 남북이 협력하고 주변 강대국과 안보 이익을 조정하는 것 말고는 무슨 방법이 있겠나.“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북한에 지원을 많이 하는 바람에 현재 북한이 핵 개발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는 주장이 있다.

“북한에 퍼주기 해서 핵 개발까지 왔다는 건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 확실한 팩트는 남북 관계가 단절됐고 대북 강경책으로 일관할 때 핵과 미사일 실험이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예전 같은 햇볕정책으로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앞에서 언급한 적극적인 평화 외교 구상을 가지고 남북 간 협력과 주변 강대국 이익을 조정해야 한다.”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대통령이 되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계획인가.

“여러 대선 주자들이 사드는 배치해야 한다면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반대한다. 이 두 가지는 한 세트다. 사드배치를 하면 이미 미·중 간 균형외교는 날아간다. 사드배치를 하면 한미 동맹을 훼손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한미동맹을 훼손하기 위해 반대하는게 아니다. 헌법에 따라 국익에 도움되는지 따지는 민주적 절차를 갖자는 취지다.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박근혜 정부가 생략했던 절차를 거치겠다. 국회에서 사드배치에 따른 안보의 포괄적 역량평가를 거쳐 국익 대차대조표를 만들겠다.”

-‘국민월급 30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공약을 걸었다. 비정규직을 줄이자는 공약도 냈는데, 이 공약들이 월급을 받는 피고용자인 시민들에게는 유효할지 몰라도 노동이라는 틀 밖의 시민들까지 잘 살게 하는 공약인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앞으로 정책은 계속 발표할 것이다. 청년이나 어르신, 여성, 장애인, 예술인 등에 대한 공약도 다 준비하고 있다. 또한 월급 공약이 그저 노동 시장에 계신 분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중소 상공인들이 왜 문을 닫나. 일반 시민들의 구매력이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대책도 마찬가지다. 이것도 실업자나 청년들에 대한 대책이다. 이외에도 재벌 대기업들과 원청기업들이 하청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인상분을 하도급 계약에 포함시키도록 한다는 제도적 장치도 만들 것이다. 영세 상인들은 카드 수수료 추가 인하와 건강보험료 지역 가입 부담 경감 등 실질적 지원 공약을 마련했다.”

-다른 후보들은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건다. 심상정 후보는 일자리가 아니라 임금 인상 등 기존 일자리의 질을 향상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계신데, 오히려 기업들이 비용 상승을 이유로 일자리 창출을 꺼리게 될 것이라고 보는 관점도 있다.

“그건 기업들의 논리다. 영국에서도 최저임금을 인상했을 때 실업률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온 적 있다. 미국의 EPI 경제연구소에서 2008년부터 약 10년에 걸쳐 최저임금을 인상한 결과 230만 세대의 소비 지출이 증가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일자리도 8만5000개나 창출됐다고 한다.”

-최근에 봉하마을 방문했다가 ‘친노(親勞)’ 정부를 수립하겠다고 방명록에 글을 남긴 것을 두고 일각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저와 노 전 대통령은 변호사 시절부터 인연이 깊다. 노무현 당시 변호사 시절 ‘노변’이라고 불렀는데, 노무현 변호사의 줄임말이기도 하지만 노동변호사라는 의미도 있다. 이번에 노동있는 민주주의를 내걸고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면서 노 전 대통령께 옛날 생각하면서 이루지 못한 노동의 가치 실현하는 정부를 꼭 만들겠다고 말씀드리러 간거다. (논란이 불거진 이후) 이 문제를 아픔으로 받아들이는 분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노무현 대통령을 그리워 하는 분께 상처가 됐다면 제 생각이 부족했던 것이고 글을 쓴 제 책임이다.”

-정의당 내 메갈리아 사태로 한참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이후 당내 상황은 어떤가.

“그 사태는 지금도 많이 아픈 일이다. 대표로서 사태 파악과 대처가 늦었다. 많은 청년들이 불평등으로 인해 고통받는 것은 알았지만 그로 인한 혐오문화로 갈등을 겪는건 잘 몰랐다. 증오라는 것은 하나의 증상이다. 이 증상을 낳은 배경에 불평등과 불안정이 있다. 

왜 이걸 가지고 청년들이 서로를 남자와 여자로 가르고 혐오하는지를 깊이 생각해봤다. 이는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희망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혐오하고 증오하는 것 보다는 공동의 연대를 통해 불평등 사회를 바꿔야 한다고 본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힘을 모으는 방향으로 제가 이끌었어야 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특히 탈당했던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대통령 후보 심상정이 꿈꾸는 대한민국에 대해 말씀해달라.

“저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친노동 정부'를 만들 것이다. 고용노동부 장관을 부총리 급으로 격상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확고한 의지를 말씀드리는 것이다. 노동부처의 위상을 부총리 급으로 격상해야 소위 기득권을 대변하는 부서에 밀리지 않고 노동 문제 해결을 추진할 수 있다. 일자리 대통령 하겠다는 말은 많지만 일자리 정책이 없어서 못 만들었던 것은 아니다. 그만큼 기득권을 밀어내야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국정 운영의 우선순위가 무엇이냐가 중요하다. 저는 제1순위로 노동을 놓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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