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회사원입니다. 코덕이라면 반드시 본방사수해야 하는 세상에서 가장 코덕코덕한 방송.”

방송인데 생소한 용어부터 쏟아졌다. ‘코덕’은 ‘코스메틱(화장품) 덕후’를 지칭하는 은어다. 지난 8일 서울 상암동 CJ E&M센터 C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다이아TV의 ‘신비한화장품사전(신화사)’ 리허설 현장은 TV방송과 MCN의 성격이 결합된 독특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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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3번 카메라 볼게요. 다가와서 선글라스 벗고.” 일반적인 방송과 마찬가지로 제작진과 함께 리허설을 하고 본방송을 한다. 4대의 카메라가 크리에이터 회사원A를 향해 있고, 3명의 제작진이 카메라 앞에 나란히 앉아 대본을 체크하고 있다. 조명과 음향까지 합치면 12명에 달했다.

그러나 MCN 방송의 색깔이 강했다. 회사원A는 “방송진행자라면 정해진 대본을 숙지만 하면 되지만, 크리에이터가 기획단계부터 어떤 아이템을 하고 싶은지 말하고 ‘가 구성안’에 대한 피드백을 할 수 있다”면서 “내 언어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출연자와 제작자의 역할을 겸하는 크리에이터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다.

▲ '신비한 화장품 사전' 촬영현장.
▲ '신비한 화장품 사전' 촬영현장.

신화사는 2부로 나뉜다. 1부 ‘얼리어답터’는 한국에서 생소한 제품을 리뷰한다. 2부 ‘다시쓰는 코스메틱’은 ‘국민템’, ‘입소문템’ 등 유명 아이템들을 사용한다. 이날 입소문템은 ‘레드립’이다. 방송에서 회사원A는 “웬만한 ‘국민템’ ‘입소문템’ 다 검증해야 하는 신화사에서 레드립 열풍을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방송 내내 시청자들과 대화가 이어졌다는 점도 독특했다. “오늘은 방송 중에 돌발퀴즈를 낼 겁니다. 정답을 맞힌 분을 채팅창에서 선발을 해서 ‘오늘의 신화사템’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니요, 지금 방송이 끝난 게 아니라 1부만 끝났어요”라고 하는 식이다. 제품의 실명을 거론하지 못하지만 독자들은 알아맞힌다. 모니터를 바라보는 회사원A는 “아, 그거 맞습니다. 4만원이나 하는 그 제품”이라고 답한다. 물론, 생방송임을 감안해 방송에 나가는 채팅창은 1차적으로 제작진이 거른다.

회사원A는 MCN TV채널은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다는 점에서 기존 인터넷 방송과 다르다고 밝혔다. “구하기 힘든 제품을 사거나 섭외하기에는 힘든 사람들을 섭외하는 것”이 이점이다. 회사원A는 외국어로도 콘텐츠를 만들고 있고, 일본 등 해외에서 인기가 많다. 이날은 이원생중계로 일본 뷰티 크리에이터 링링과 인터뷰가 영어로 진행됐다. 외국어가 유창한 회사원A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장치다. “오 실시간 번역” “세계로 뻗어나가는 신화사”라는 댓글이 달렸다.

신제품이나 생소한 제품을 리뷰하는 방송은 회사원A가 유튜브에서부터 해오던 주력 콘텐츠다. 회사원A는 “아이폰 신제품 리뷰가 나오면 보고 싶죠?”라고 물은 뒤 “그런 느낌으로 접근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리뷰에는 ‘신뢰’가 필요하다. 일반적인 뷰티 콘텐츠가 광고나 협찬이 많은 반면 신화사는 간접광고나 협찬 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 '신비한 화장품 사전' 화면 갈무리.
▲ '신비한 화장품 사전' 화면 갈무리.

이름이 왜 회사원A일까. 그는 회사원 출신이다.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게 된 건 “회사를 때려 치고 싶은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다 내린 결정”이었다. 현재는 구독자 80만 명에 달하는 인기 크리에이터로 성장했다.

그는 구독자 1만 명이 되기 이전부터 다이아TV와 계약해 매니지먼트를 받았다.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매니지먼트를 해줄 MCN회사를 고민하는데, 회사원A는 “상황에 따라 다른 판단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하는 본인의 이미지, 채널에 대한 비전에 맞춰 가장 서포트를 잘 해줄 수 있는 회사를 찾는 게 중요하다. 영상을 만드는 게 싫고 예쁘게 나오는 게 좋다면 적극적으로 서포트를 해주는 회사에 들어가면 좋다. 반면, 모든 걸 주도적으로 하는 스타일이면 최소한의 서포트만 해주는 곳을 찾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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