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시국비판 풍자 전시회에 박근혜 대통령을 나체로 표현한 그림이 걸려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1층에서는 ‘시국비판 풍자 전시회 곧, 바이! 展’이 열렸다. 고경일, 김건, 김금숙 등 20여명의 작가의 풍자만화와 일러스트레이션, 판화, 조각, 사진 등 총 40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해당 전시회는 표창원 의원실이 주관했다.

논란이 제기된 그림은 프랑스 화가인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더러운 잠’이라는 작품이다. 그림 속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을 한 나체의 여성이 침대에 누워있다. 박근혜 대통령으로 보이는 여성은 손에 'THAAD(사드)' 라고 적힌 미사일과 박정희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그림을 손에 쥐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오른쪽 옆에는 최순실씨가 침몰하는 세월호를 배경으로 주사기 다발을 들고 있다.

▲ 24일 현재 국회의원회관 1층에 전시 중인 '더러운 잠'. 사진=차현아 기자.
해당 그림의 의도에 대해 이구영 작가는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세월호 7시간이라는 주제로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를 다뤘다)”며 “자기한테는 시녀같은 사람이었다 이런 얘기를 패러디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시민들은 해당 그림이 걸린 국회의원회관 1층 로비에서 분노를 터트리기도 했다. 임모씨(52)는 “아무리 표현의 자유라지만 여성의 알몸을 보기 좋냐”며 “대통령은 우리의 얼굴인데 (이 그림은) 여성 인권유린이며 국가적으로도 망신”이라고 비판했다.

보수시민단체 소속 회원들도 등장했다. 강원도 원주에서 왔다는 보수단체 소속 박용상(82)씨는 “이래서 국회가 욕을 먹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냐. 나쁜 국회의원들은 해산해야 한다”며 강하게 항변했다.

또한 자신을 ROTC 출신이라 밝힌 김모씨(67)는 “풍자는 좋지만 국가 원수와 여성을 비판하면서, 나라가 전복되길 바라는 불순 세력과 북한의 의도대로 넘어가는 것 아니겠냐”며 비판하기도 했다.

다만 이를 바라본 일부 시민들은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납득할 수 있다는 의견도 밝히기도 했다. 박정한(26)씨는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가능하다. 여성 인권을 침해한다는 의견도 생각에 따라 다를 수 있는 것이라고 본다. 다른 여성 나체 그림이 없는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밝혔다.

중학생 김모(15)씨는 “그림이 조금 파격적이라 불편하긴 하다”면서도 “무슨 의미로 그린 그림인지 알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간 조종하는 관계라는 의미를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 논란이 불거진 '더러운 잠'과 예술가들의 시국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다른 작품들이 함께 걸려있다. 사진=차현아 기자.
한편 해당 전시회에 대해 국회 내에서도 부적절한 전시회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24일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소속 여성의원 14명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표창원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할 것”이라며 “표창원 의원은 전시내용에 대해 여성은 물론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 즉각 전시를 철회해야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표창원 의원의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반대 목소리는 크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누드그림이 국회에 전시된 것은 대단히 민망하고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작품은 예술가 자유이고 존중돼야 하지만 그 작품이 국회에서 정치인 주최로 전시된 것은 적절치 않았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또한 24일 오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국회의원이 반 여성적 측면이 있는 그림을 주최해 전시한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표창원 의원을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했다.

이 전시에 참여한 고경일 상명대 교수는 기획 취지에 대해 비판과 표현의 자유임을 밝혔다. 고 교수는 “200만이 광장에 나와 평화 시위가 가능하기까지 많은 예술가들의 저항과 싸움이 있었지만, 권력에 의해 ‘불법’이라는 딱지가 붙여져 오히려 사법기관의 심판의 대상으로 전락하곤 했다”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법으로 규정돼있는 집회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정치적인 술수에 의해 거세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밝혔다.

표창원 의원은 논란이 확산되자 24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블랙리스트 사태와 국정농단에 분노한 예술가들이 국회에서 시국을 풍자하는 전시회를 열고 싶다며 장소대관을 위해 도움을 달라는 요청이 의원실로 왔다”며 기획 취지를 밝혔다. 

또한 “모든 준비와 기획과 진행, 경비 확보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 등은 ‘작가회의’에서 주관, 진행했고 저나 어떠한 정치인도 개입하지 않았다”며 “예술에 전문성도 없고 예술가가 아니라서 개입이나 평가를 할 자격도 없고 의도도 없다. 하지만 제게 예술가들이 해 오신 요청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협조를 해드리는 것이 제 도리”라고 밝혔다. 해당 작품에 대해서는 “분명히 제 취향은 아니지만 ‘예술의 자유’ 영역에 포함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명했다.

현재 국회 사무처는 표창원 의원실 측에 자진철거와 관련한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이에 대해 표창원 의원은 “철거 여부는 제가 개입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작가의 ‘자유’ 영역”이라며 “다만 작가와 주최 측인 ‘작가회의’에 사무처의 입장과 우려를 충분히 설명해 드리겠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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