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의 상징처럼 불리는 뉴욕타임스가 혁신의 방향을 담은 보고서인 ‘독보적인 저널리즘(Journalism That Stands Apart)’을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2020그룹이라는 이름의 사내 위원회가 만들었다.

보고서에는 조회수 장사를 하는 대신 차별화된 양질의 기사를 통해 150만 명의 유료독자를 확보한 뉴욕타임스의 자신감이 보이지만 그럼에도 “재빨리 변화하지 않으면 무너질 위험성도 있다”는 위기감도 드러난다.

뉴욕타임스는 그동안의 혁신과정을 “전통적인 광고의 취약성 때문에 구독자에 주목했는데, 반복적으로 접속하고 오래 머무는 독자들은 광고주들이 원하던 것이기도 해 강력한 광고 비즈니스가 만들어졌다”고 정리했다. 충성독자 확보가 수익성에도 큰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다. 

▲ 뉴욕타임스 2020보고서에 사용된 영상 갈무리. 언제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고, 찾아볼만한 가치가 있는 뉴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혁신을 이어갈 수 있는 세부 방법으로 ‘기사’, ‘구성원’, ‘업무 방식’ 등 3가지 영역에서 구체적인 과제를 제시했다.  

2014년 유출된 혁신 보고서와 비교하면 임팩트가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뉴욕타임스는 “2014년 혁신보고서처럼 구체적인 가이드까지 제시할 필요성은 없었다”면서 “당시 우리가 제시한 변화들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보고서는 변화의 방향을 더욱 전면적으로 하기 위한 원칙, 우선순위, 목표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규모가 크고 영어로 제작되는 글로벌 미디어인데다, 미국과 한국 시장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 미디어에 단순 적용하기는 힘든 면이 있다. 그럼에도 디지털 환경에서 독자에게 최적화된 기사를 고민하고 지속적으로 목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종이와 포털에 묶인 한국 언론에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1. 시각화 강화, 브리핑 기사 등 형식 발굴도 고민해야

뉴욕타임스는 우선, 기사가 더욱 시각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각화는 단순히 사진만 넣는 게 아니라 동영상, 인터렉티브 그래픽, VR(가상현실) 등의 요소를 포함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시각화 콘텐츠가 담긴 뉴욕타임스 기사는 지난해 9월 기준 12.1%에 달한다. 

새로운 형식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뉴욕타임스는 “다양하고 새로운 방식의 스토리텔링을 수용하고 더 확장해야 한다”면서 “데일리브리핑은 최근 시도한 것 중 가장 성공적이다. 종이신문의 디지털화”라고 평가했다.

▲ 지난 16일 데일리 브리핑.

지난 월요일 브리핑에서는 “당신이 알고자 하는 게 여기있습니다”라며 도널드 트럼프 취임 직전 혼란이 가중된다는 소식, 세계경제포럼이 열렸다는 소식, 이재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 영장실질심사 소식 등을 전했다. “한국 법원은 수요일 박근혜 대통령을 사로잡은 부패 스캔들에서 삼성의 상속인 이재용의 체포 영장 발부 여부에 대한 심사를 시작한다”는 식이다. 브리핑 곳곳에는 관련 기사 링크가 붙어 있고, 수신에 동의하면 독자가 주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다.

또한 뉴욕타임스는 1970년대 이후 대동소이한 형식을 유지해온 피쳐 기사에 변화를 추구할 것과 정보를 단순히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꼼꼼히 분석하고 소개하는 서비스 저널리즘을 실현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뉴욕타임스는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사이트에서 수수료를 받는 기업인 '더와이어커터'와 '더스위트홈'을 인수하며 서비스 저널리즘을 표방한 바 있다.

2. 최고 수준의 기자, 다양한 기자가 필요해

보고서는 인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우선, 유능한 기자를 대거 채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시각적 기술을 가진 언론인,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필력을 갖춘 기자, 기사를 분석적이며 대화형 스타일로 만들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편집기자”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젠더 이슈에 대한 전문기자를 채용하는 식이다.

보고서는 전문성에 관해 “인터넷은 평이한 능력을 갖고 있는 언론인에게는 잔인하다. 실수를 하거나 분석에 부족함이 있다면 트위터, 페이스북에 끌려나온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디지털 환경은) 공짜인 대체재가 널린 상황”이라며 “우리의 기사가 무료로 제공되는 경쟁사의 기사에 비해, 기꺼이 돈을 내고 구독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특별히 뛰어난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미국 뉴욕시 맨해튼에 위치한 뉴욕타임스 본사 입구. 사진=김병철 기자.

또한 뉴욕타임스는 뉴스룸 구성에 다양성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사가 더욱 매력적이고 풍성해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여성, 더 많은 외부의 주요 대도시 지역의 사람들, 더 젊은 언론인과 미국인이 아닌 사람들이 필요하다”면서 “국제 독자층을 넓히고 더 많은 젊은 독자를 끌어들이는 건 다양한 기사와 다양한 구성원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환경에 맞는 사내교육 역시 중요하다는 게 뉴욕타임스의 견해다. “우리의 교육 노력은 지난해에 크게 강화됐지만, 더욱 강화해야 한다”면서 “우리 에게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자가 있다. 교육을 통해 전문성과 지식을 강력한 새로운 스토리텔링 도구와 결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3.“종이신문 중심 시스템이 디지털 능력 제한해”

업무면에서는 이전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조직 강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뉴욕타임스는 “과거에 비해 더 날렵한 조직, 위험을 감수하는 데 더 뛰어난 뉴스룸이 필요하다”면서 “지난 20년 동안 인쇄중심으로 만들어진 조직을 건성으로 고쳐왔고 지금도 조직운영은 종이신문 중심”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우리의 종이신문은 여전히 충성독자들이 애정을 갖고 있고, 우리가 가진 최고 퀄리티의 기사와 미술, 그래픽의 결정체”라면서도 “디지털 뉴스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하고 있다. 간부급 구성원들이 더 디지털에 주목해야 하지만 하루 일과가 종이신문 발행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또한 뉴욕타임스는 △뉴스룸과 제작팀의 협업이 더욱 밀접해야 한다는 점 △업무 목표를 설정할 것 △모든 부서는 각자의 구성원들이 이해할 수 있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할 것 등을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