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새벽, 조의연 영장전담부장판사가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을 규탄하며 법률가들이 서울지방법원 앞에서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이재용 영장기각에 분노하는 시국농성 제안 법률가(변호사 39명, 법학교수 14명, 법학연구자 6명)' 59명은 20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은 정경유착을 끊겠다며 촛불을 든 국민들의 요구를 묵살하지 말고 특검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경우 즉각 발부할 것을 촉구했다.  

농성에 참가한 법률가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연루자들을 처벌하는 것이 법원에 부여된 책무인데 조의연 판사는 구속영장을 기각함으로써 역사적인 그 책무를 외면했다고 규탄했다.  

▲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을 규탄하는 이덕우, 권영국, 최병모 변호사(왼쪽부터)가 20일 오후 서울지방법원앞에서 열린 노숙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이재용, 조윤선의 구속과 조의연 판사의 파면을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조의연 영장전담부장판사가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을 규탄하며 법률가들이 20일 오후 서울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또 참가 법률가들은 특검이 경제보다 정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반 박근혜 전선의 한 축이었던 수구언론이 발빠르게 한국경제 전체 위기 운운하며 구속수사에 문제를 제기했고 이에 부응하는 전격적인 영장기각은 촛불탄핵정국을 '죽은 권력'인 박근혜 탄핵으로만 축소하려는 사법부의 내심을 공공연히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생활고 때문에 5,200원을 훔친 20대 청년은 구속하면서 탐욕을 채우기 위해 430억 원의 뇌물공여와 횡령을 저지르고 국민연금에 수천억의 손실을 가져온 '정경유착 기업'의 총수는 구속하지 않는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고 개탄했다. 이는 결국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연루 재벌들을 모두 봐주겠다는 법원의 의지이며 조의연 판사가 밝힌 영장기각사유는 말장난에 불과하며, 부족한 것은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아니라 영장기각사유에 대한 소명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농성 참가 법률가들은 삼성 비자금 사건 등에서 보인 삼성의 조직적인 증거인멸의 역사와 이재용의 국회 청문회에서의 위증을 볼 때,  향후 증거조작과 증거인멸이 우려되므로 그의 '생활환경'은 구속수사가 꼭 필요한 이유가 된다고 강조했다. 

▲ 기자회견을 마친 법률가들이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서울중앙지방법원 앞 게시판에 한 시민이 싸인펜으로 '조의연' 판사의 이름을 적어 놓았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법률가들의 법원 앞 노숙농성은 일단 20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되며 농성 돌입 이후 법원영장기각 결정의 부당성과 구속영장 재청구에 동의하는 법률가들의 연명을 대규모로 받아 특검에 제출하고 빠른 재청구를 촉구할 예정이다. 또 농성기간 동안 변호사, 법학교수들의 거리강연을 통해 법원결정의 거짓을 법리적으로 일반 시민들에게 알려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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