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 논의에 소극적인 가운데 야3당(바른정당 제외)이 ‘안건조정위원회’에 기습적으로 회부했다. ‘안건조정위원회’는 날치기를 막기 위해 특정 법안을 최장 120일 동안 논의해 법안심사소위원회 의결을 대체하는 제도로 제1교섭단체(더불어민주당)가 위원장과 위원 절반을 가져간다. 미방위 야3당은 새누리당이 분당된 상황에서 이 제도를 이용해 계류된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20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비쟁점 법안을 논의할 계획이었으나 야3당 소속 의원 13명은 ‘안건조정위원회 회부’를 요청했다. 새누리당 소속인 신상진 미방위원장은 당황하며 “이 내용을 모른다. 처음 듣는 얘기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야당 의원들이 국회법상 절차대로 해야 한다고 반발하자 ”절차대로 하겠다”고 답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의원들이 제기한 점을 위원장이 국회법 절차에 따르겠다고 하니 조속히 이행해줄것을 야당간사로서 거듭 요청을 드린다. 법에 의거해 신속히 논의해달라”고 말했다. 안건조정위 회부는 대체토론이 끝난 법안에 대해 재적 의원 3분의1 이상의 요구로 성립이 가능하다. 미방위원 24명 중 13명이 요구했기 때문에 20일부터 자동 성립된다.

▲ 지난달 28일 새누리당이 미방위 전체회의를 열지 않가 야당 단독으로 전체회의장에 모여 의사진행발언을 진행했다. 사진=포커스뉴스.

앞서 야3당과 무소속 의원 162명은 정치권력의 공영방송 장악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지난 7월 방송법 개정안,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개정안,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등 4개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공영방송 이사 추천 몫을 여야 7:6으로 개선’ ‘사장 선임시 이사회 3분의 2가 동의하는 특별다수제 도입’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설립’ 등이 골자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논의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법안 통과가 힘들게 됐다.

이날 야당은 안건조정위원회 카드를 잽싸게 활용해 상황을 반전시켰다. 안건조정위원회는 국회선진화법에 포함된 제도로 한 정당이 상임위 내에서 날치기 의결하는 것을 막기 위해 특정 법안을 최장 120일(최장 90일 조정, 30일 의결) 동안 숙고해서 논의하는 내용이다. 여야 교섭단체 소속 6명의 위원 중 3분의 2가 의결을 해 법안심사소위원회 의결을 대체한다.

안건조정위 제도는 20대 국회에서 과반 의석이 무너진 새누리당에게 유효한 카드였다. 상임위원장과 다수 의원이 야당 소속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국정교과서 백지화 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새누리당이 안건조정위원회 카드를 쓴 바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 탈당파가 잇따르면서 제1교섭단체가 바뀌는 변수가 생겼고, 미방위 야3당은 이를 이용한 것이다. 안건조정위원회는 기존 미방위 테이블보다 야당에 유리한 구조다. 

미방위의 경우 상임위원장이 새누리당이지만 안건조정위원장은 제1교섭단체(더불어민주당)가 맡는다. 미방위는 의원 24명 중 새누리당 소속이 9명(바른정당까지 10명)으로 전체회의 의결에서는 야당이 유리하지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여야 동수로 구성됐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논의를 거부하면 상정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안건조정위는 위원 6명 중 제1교섭단체가 3석을 가져가고 다른 교섭단체들이 다른 3석을 가져간다. 즉, 민주당 3석이 기본 확보된 상태에서 국민의당이 1석만 확보해도 의결이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회의 직전까지 의원들에게도 극비로 했다. 새누리당이 분당돼 제1당이 아니기 때문에 쓸 수 있었던 카드”라며 “앞으로 새누리당이 안건조정위 구성을 놓고 시간을 벌 수 있겠지만, 법안 처리 가능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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