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3사는 10월24일을 기점으로 많은 것을 빼앗겼다. 10월24일 JTBC는 대통령의 연설문을 민간인이 미리 받아보고 수정까지 했던 국정농단의 증거물, ‘최순실 태블릿PC’의 실체를 단독 보도했다. 다음날(10월25일) TV조선은 민간인 최순실이 의상실에서 대통령 박근혜의 옷을 고르고 있는 영상을 단독 보도했다. 10월24일 이후 JTBC를 필두로 한 종합편성채널 시청률은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최순실 국정농단 실체가 드러나기까지 북한 보도에만 열을 올리며 청와대방송을 자초했던 지상파3사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JTBC의 ‘최순실 태블릿PC’ 보도 이후 100일, 뉴스지형은 크게 변했다.

두 가지 지표가 종편의 성장과 지상파의 침몰을 나타내고 있다. 시청자선호도와 시청률이다.

한국갤럽이 12월13일부터 15일까지 전국 성인 1004명에게 ‘어느 방송사 뉴스를 즐겨보느냐’고 물은 결과 응답자의 45%가 JTBC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뒤이어 KBS가 18%, YTN이 10%로 뒤를 이었다. MBC는 5%, SBS와 TV조선은 3%에 그쳤다. JTBC는 2016년 3분기(7월~9월) 갤럽 조사에서 선호도 19%를 기록했으나 ‘최순실 태블릿PC’보도 이후 선호도가 급상승했다. JTBC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보도 이후 선호도 2위로 올라선 뒤 해당 보도를 계기로 1위를 거머쥐었다. 손석희가 JTBC에 입사하기 직전인 2013년 1분기 갤럽 조사 당시 JTBC 시청자선호도는 1%였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JTBC가 1%일 때 41%의 압도적인 시청자선호도를 보였던 KBS는 처음으로 JTBC에게 1위 자리를 내주었다. JTBC의 상승세를 두고 “특종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라고 말했던 고대영 KBS사장은 자사의 시청자선호도가 곤두박질 친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지 자못 궁금해진다. 갤럽의 뉴스선호도를 종합하면 종편4사의 선호도는 53%, 지상파3사의 선호도는 26%다. 이에 미뤄 짐작하면 시청자들은 탄핵-개헌-조기대선 등 굵직굵직한 정치적 국면에서 지상파보다 종편, 그 중에서도 JTBC뉴스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JTBC에 대한 높은 선호도는 필연적으로 JTBC의 의제설정능력을 강화시킨다.

시청률은 변화된 뉴스지형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방송가구 기준 월별 가구시청률(광고 포함)을 보면 2016년 1월~7월 상반기 KBS 메인뉴스 평균 시청률은 17%대였으나 하반기부터 하락세를 보이다 12월 13%대까지 무너졌다. SBS와 MBC도 11월과 12월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JTBC는 10월 이후 극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MBN·채널A·TV조선도 10월 이후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종편이 KBS와 MBC 등 지상파에 비해 박근혜정부에 불리한 이슈를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최순실게이트를 보도한 결과다. 12월 종편4사 시청률은 14.72%, 지상파3사 시청률은 25.34%다.

▲ 지상파3사, 종합편성채널4사의 2016년 월별 시청률 추이 그래프. 자료=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방송가구 기준. 디자인=이우림 기자.
이와 같은 수치만 보면 지상파3사가 여전히 종편4사를 압도하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4년 전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초조한 건 지상파3사다. 18대 대선이 한창이던 2012년 12월 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방송가구 기준 메인뉴스 월별 시청률(광고 제외)은 KBS 18.1%, SBS 10.14%, MBC 4.05% 순이었다. 반면 종편은 TV조선 1.98%, JTBC 1.42%, MBN 1.38%, 채널A 1.27%순이었다. ‘종편이 대선을 좌우했다’, ‘종편이 박근혜를 당선시켰다’며 야당이 ‘종편출연금지’를 해제하는 ‘호들갑’을 벌였던 당시 종편4사의 메인뉴스 시청률합계는 6.05%에 불과했다.

하지만 4년이 흐른 지난해 12월 같은 조사에서 종편4사 메인뉴스 시청률은 JTBC 8.71%, MBN 2.98%, 채널A 2.53%, TV조선 1.81%, 합계 16.03%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지상파3사는 같은 기간 KBS 13.8%, SBS 6.22%, MBC 4.84%로 합계 24.86%를 나타냈다. 4년 전 지상파3사의 메인뉴스 시청률은 32.29%였다. 4년 전 지상파3사와 종편4사의 시청률은 5대1수준이었지만 이제 6대4수준까지 종편이 따라잡았다. 이는 뉴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탓도 있지만 박근혜정부 비판 논조로 돌아서며 시청층을 확장시킨 탓도 있다. 4% 지지율 대통령을 버리고 ‘대세’를 따라 간 결과다.

▲ 2012년 12월 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방송가구 기준 월 평균 메인뉴스 시청률. 디자인=이우림 기자.
▲ 2016년 12월 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방송가구 기준 월 평균 메인뉴스 시청률. 디자인=이우림 기자.

▲ 지상파3사 중심의 방송뉴스지형에 균열을 낸 JTBC '뉴스룸'의 앵커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 ⓒJTBC
올해 상반기까지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탄핵 결정과 개헌 논의, 19대 대통령선거가 예고된 상황에서 뉴스수용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뉴스를 많이 소비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종편은 대선이 끝날 때까지 지금과 같은 시청률을 유지하거나 더 높은 시청률을 달성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전망은 유의미한 시청습관이 자리 잡는데 충분한 시간이 될 거란 점에서 종편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종편은 18대 대선 당시 시사보도프로그램을 집중 편성하며 시청률 상승을 맛 봤다. 올해 종편은 재허가 국면이 지나면 경쟁적으로 시사보도프로그램 편성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

다급한 건 지상파3사다. KBS와 MBC는 정부여당이 이사회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지배구조로 인해 대선 국면에서도 정부여당 입장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현재 직무정지 상태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시청률 하락세는 불가피해 보인다. 시청률 하락보다 더 큰 문제는 뉴스선호도 하락에 따른 신뢰도·영향력 하락이다. 이는 쉽게 회복할 수 없는 지표들이다. 최근 SBS가 인사·조직 개편을 통해 뉴스룸 쇄신을 보이고 있는 점은 생존을 위한 자연스런 변화로 읽힌다. 만약 KBS와 MBC의 변화가 없다면 지상파3사 중심의 뉴스지형은 이번 19대 대선을 기점으로 끝장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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