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촛불시위에는 회의론이 따라다녔다. 대규모 촛불시위 이후에도 이명박 정부는 여전히 잇속을 챙기는데 지장이 없었고, 이후에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섰다. 수많은 이들이 매주 모였지만 뭐가 바뀌었냐는 지적에 반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2016년 촛불시위는 어떨까. 이번 촛불시위 정국의 특징은 시민들이 대의민주주의 틀을 제대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항의의 대상이 대통령과 정부에만 머무르지 않고 국회와 정당, 국회의원 개인, 언론 등으로 확대됐다. 광장에서 모이는 촛불시위뿐 아니라 국회의원에게 직접 항의를 하고, 탄핵요청을 한다.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언론은 취재현장에서 쫓겨난다.
집회 현장에서도 국회의원들이 질책을 받은 것은 마찬가지다. 광주 촛불집회에 참가한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의 경우 탄핵 표결 연기에 실망한 주최 측이 연설을 제한해 짧은 인사말로 대신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도 대구에서 “안철수 빠져라”는 등 항의를 들었다. 광화문 시위에 참여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어떻게 여기에 나올 수 있나”와 같은 항의를 들었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왜 탄핵을 반대 했나”라는 질문을 들었다고 전했다.
자신의 지역구 의원에게 직접 탄핵을 청원할 수 있는 사이트도 탄생했다. ‘박근핵닷컴’은 거주지역의 해당 국회의원 이메일과 연락처를 알 수 있고, 사이트를 통해 간편하게 탄핵 청원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사이트를 통해 접수된 탄핵 요청에 국회의원들은 ‘예/아니오’버튼을 눌러 탄핵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할 수 있다. 4일 오전까지 무려 65만 명의 시민이 탄핵을 청원한 상태다. ‘박근핵닷컴’은 3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박상훈 대표는 “2008년 촛불집회가 촛불만 들고 있었다면, 2016년 촛불집회에서는 한 손에는 촛불을, 한 손에는 정치라는 무기를 들고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도 최근 시민들의 모습을 두고 “단순한 정치 불신을 넘어서 기성정치에 대해 발언하고 행동하며 적극적인 주권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른 무엇보다 이제는 더 이상 정치를 이렇게 놔두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가장 강렬한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