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영화 ‘국제시장’의 투자가 원활하지 못한 것에 우려를 보였다는 증거가 담긴 문건이 공개됐다. 청와대가 애국심을 강조하는 영화 ‘국제시장’ 띄우기에 동참했다는 의혹이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이다.

언론노조가 2일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고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 비망록을 살펴보면 2014년 12월26일 메모에 ‘영화 국제시장-보수, 애국’이라는 대목이, 12월 28일 메모에는 ‘국제시장 제작 과정 투자자 구득난, 문제 있어, 장악, 관장 기관이 있어야’라는 대목이 있다.

▲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남긴 비망록. 사진=언론노조
영화 ‘국제시장’은 국가에 대한 과도한 자긍심을 드러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청와대는 영화 ‘국제시장’이 개봉한 시기인 2015년 1월 28일 ‘문화가 있는 날’ 행사의 하나로 영화를 관람하기도 했다. 고 김영한 비망록에는 CJ 엔터테인먼트의 영화 ‘명량’과 ‘국제시장’에 대해 “고무”라고 써있다는 점도 이미 보도된 바 있다.

이번 메모에선 청와대가 보수적 성향의 영화들의 홍보에만 개입한 것이 아니라 실제 투자자 등 제작비용 등까지 깊숙이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 나왔다.

이에 CJ그룹 측은 “국제시장 등은 코드 맞추려 만든 영화는 아니다”라며 “어차피 몇 년 전부터 계획돼 있던 건데다 돈이 되니까 만든 영화”라고 밝혔다. 2일 영화 ‘국제시장’ 측도 미디어오늘에 “투자에 대해 청와대가 개입한 사실은 없다”라며 “감독과 배우진 등을 봤을 때도 투자 상황에 애로가 있을 만한 영화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국제시장 측은 “메모가 기록된 것이 2014년 12월 28일이라면 이미 개봉 후라 투자가 이미 끝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보수적 성향의 영화에 대해서는 제작부터 홍보까지 ‘띄워주기’를 한 반면 진보적 성향의 영화에 대해서는 ‘투쟁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는 것도 드러났다. 김영한 비망록의 2014년 10월2일 메모에는 “문화예술계 좌파 각종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 “EX) 다이빙벨, 파주, 김현”이라는 대목이 등장한다.

▲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남긴 비망록. 사진=언론노조
특히 세월호를 다룬 영화 ‘다이빙벨’(이상호, 안해룡 감독)에 대해서는 영화제 상영시 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시와 상영 시 “수사”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언론노조가 공개한 김영한 비망록 메모에 따르면 김기춘 비서실장은 영화제 상영 직후 배급을 의식해 “대관료 등 자금원 추적”이라는 지시를 직접 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실제로 2016년 3월 이용관 집행위원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착수됐다.

이날 언론노조가 공개한 고 김영한 비망록 메모에는 홍성담 화백에 관한 메모도 다수 등장한다. 홍성담 화백은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표현하고 5.18 시민군이 세월호 바다에서 승객을 탈출하는 모습이 담긴 ‘세월오월’을 그린 작가다. ‘세월오월’은 2014년 광주비엔날레에서 전시가 유보됐다.

고 김영한 비망록 2014년 8월 7일자에는 “우병우팀, 허수아비 그림 애국단체 명예훼손 고발”이라는 내용이 등장한다. 실제로 8월 8일 보수단체들은 홍성담 화백을 고발한다. 이후에도 비망록에는 8월26일, 9월1일, 9월13일, 9월21일, 11월19일 등 여러차례 홍성담 작가의 동향을파악한 메모가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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