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성향에 가까운 이아무개(59)씨는 개국 초기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거부감이 심해 종편을 전혀 보지 않았다. 그러나 MBC ‘100분토론’이나 KBS ‘심야토론’ 등 기존 공영방송 토론프로그램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이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을 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일주일에 3~4일은 MBN과 JTBC의 시사토크프로그램을 시청한다. 뉴스는 JTBC만 본다. 이씨는 “손석희 사장이 앵커를 맡은 이후 지상파 뉴스는 전혀 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종편 출범 초기에는 심정적으로 거부했지만 시청자들에게 그때그때 중요한 정치이슈에 관심을 갖게 하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 한다”며 “지금은 편견이 없다”고 말했다.

보수성향의 강아무개(62)씨는 종편을 두고 “하루 종일 뉴스를 볼 수 있으니까 본다. 지상파보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더 오래 이야기하기 때문에 깊이가 있는 느낌이 든다”고 평가했다. 강씨는 “처음에 종편이 나왔을 때 신문사에서 만든 것이라 편향됐을 거라는 말이 있었는데 어차피 돌려가면서 보니까 괜찮은 것 같다. 하루 종일 뉴스채널을 돌리다보면 새로운 시각이 나오고 재미있더라”고 평했다. 강씨는 “아침시간에는 채널A의 ‘돌직구쇼’처럼 신문을 정리해주는 프로그램을 본다. 김진 기자가 아주 진행을 잘한다. 저녁에는 JTBC ‘정치부회의’와 ‘뉴스룸’을 본다”고 말했다.

▲ 종합편성채널 시사토크프로그램들. 뉴스타파 보도화면 갈무리.
자신을 보수성향이라 밝힌 곽아무개(31)씨는 “JTBC와 MBN 콘텐츠가 괜찮다”며 “단순히 정치채널인줄 알았는데 다양한 예능, 드라마 같은 콘텐츠들이 많다”고 평가했다. JTBC와 MBN 뉴스에 대해서도 “지상파 3사와 다른 구성의 뉴스들이 많아 보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곽씨는 반면 “채널A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역시 자신을 보수성향이라 밝힌 송아무개(29)씨는 “종편이 정부 비판을 소홀히 하고 지엽적 야당 분열과 고루한 북한이야기만 하다가, 갑자기 박근혜 게이트를 계기로 봇물 터지듯 비평을 쏟아내고 있어 참 신기했다”며 “진작에 좀 그러지 하는 생각이 들고, 일부 종편 언론의 가벼움을 다시금 느꼈다”고 평했다.

자신을 중도성향으로 밝힌 이아무개(57)씨는 “저질스러운 표현이나 한쪽 편을 드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뉴스 같지 않은 게 뉴스처럼 나오긴 하지만 낮이나 오후에 TV를 켰을 때 볼만한 정치 프로그램이 늘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씨는 “종편이 비판을 많이 받는데 과한 면이 있다. 막상 보면 박종진 앵커 같은 경우도 여당측 출연자한테 비판적인 질문도 많이 하고 공정하게 진행하려는 모습도 보인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종편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가는 최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적극적 보도로 이전과 달라진 분위기다. 그러나 여전히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진보성향의 김아무개(28)씨는 “종편의 도입은 사실상 실패라고 본다. 어느 채널을 봐도 같은 내용 같은 논조에 누가 더 자극적인가 정도의 차이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김씨는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종편이 이슈를 주도하면서 (종편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생기는 것 같은데, 태생부터 정치적이었던 만큼 다시 한계를 드러낼 것으로 본다. 이미 만들어진 종편을 없애는 것은 쉽지 않을 테니 앞으로도 시민사회의 감시와 국회의 제도적 개선으로 종편의 취지를 살려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디자인=미디어오늘 이우림 기자.
진보성향의 최아무개(52)씨는 “최순실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북한방송을 보는 줄 알았다”며 “톤도 높고 그냥 자기들끼리 신나서 떠드는 방송이었다”고 촌평했다. 최씨는 “뉴스 이외의 방송들도 할머니들이 보는 방송 같았다. 나이 먹은 사람들은 종편이 말하는 대로 생각하고 그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평가하며 “최순실 보도를 하는 지금이 그나마 언론 같다”고 전했다. 진보성향의 강아무개(32)씨는 종편을 두고 “JTBC 빼고는 믿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강씨는 “지금 (종편이) 나아졌다고들 하지만, 우병우 건이 없었다면 TV조선이 비판 보도를 했을까 싶다. TV조선의 경우 북한만 때리는 보도를 하지 않았나”고 평했다.

진보성향의 한아무개(34)씨는 출범 이후부터 지금까지 종편은 전혀 시청하지 않고 있다. “설립부터 생존 과정의 혜택 등 모든 것들이 반국가적이며 반사회적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TV조선과 JTBC보도에 대해서도 “아무리 잘해도 내부자들의 일탈 혹은 변심이라고 생각한다”며 “근본적인 문제를 짚거나 해결하려는 생각은 없다. 이들 방송이 이 사회 기득권층의 카르텔을 무너뜨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씨는 JTBC ‘뉴스룸’에 대해서도 “지상파가 너무 엉망이기 때문에 높게 평가받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진보성향의 조아무개(29)씨는 “수많은 식당이 점심 저녁시간이면 종편을 틀어놓고 있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종편식 보도채널에 익숙해졌다. 지상파 뉴스가 제 기능을 못했던 것도 종편 현상을 더욱 강화시켰다. 이제 그 누구도 종편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조씨는 “종편은 점점 더 자극적이고 저렴한 시사 논평 프로그램들을 양산할 것이다. 대선을 1년 앞둔 지금 시청자들과 언론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종편의 방송은 문제가 있다고 끊임없이 지적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대선은 지난 대선보다 더욱 업그레이드된 포르노 시사프로그램을 보게 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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