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민감한 외교 현안까지 최순실씨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현 정권 실세 정호성 대통령비서실 부속비서관이 최순실씨와 청와대의 연결고리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현재 측근이 연관됐다는 점은 박근혜 대통령의 해명과 달리 아직까지도 문건 유출이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JTBC 뉴스룸은 26일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2013년 1월 일본 특사단 접견 시나리오까지 최순실씨가 9시간 먼저 받아봤다고 단독보도했다. 최순실씨의 PC에는 ‘일본 특사단 접견 시나리오’문건이 있는데 여기에는 일본의 예상 질문과 대응 답변 등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 26일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문건은 독도문제에 관해 “일본이 먼저 언급하면 미소를 짓고, 먼저 언급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쓰여 있다. 위안부 문제의 경우 “일본이 먼저 언급할 가능성 낮다”면서 “올바른 인식이 양국 발전의 기본임이라고 발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원론적인 이야기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최순실씨가 해당 내용을 직접 수정했는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손석희 앵커는 “최순실씨가 수정을 했는지 아닌지는 확인이 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문건 내용은) 외교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라며 “수정이 안 된다고 하면 왜 먼저 전달하느냐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복현 기자는 “문건 속 내용은 민감하고 극도의 보안이 지켜져야 하는 문제”라며 “유출되면 외교문제로 불거질 수도 있고, 혹시 일본이 먼저 알게 되면 우리 외교카드 하나를 잃어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JTBC는 청와대와 최순실씨의 연결고리로 김한수 청와대 행정관과 청와대 실세로 불리는 문고리 3인방인 정호성 비서관을 지목했다. 

김한수 행정관은 대선 전 마레이컴퍼니라는 홍보회사를 운영했는데, 최씨의 태블릿PC 명의가 마레이컴퍼니로 돼 있고, 태블릿 PC 속 카카오톡 친구 중 그의 이름이 나와 있다.

▲ 26일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JTBC는 “김 행정관이 비선 대선캠프를 운영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김 행정관이 운영하는 회사는 대선을 전후해 활동한 후 사라진데다 PC에 김 행정관은 ‘SNS팀장’이라고 쓰인 문건이 있다. 해당 기간 태블릿PC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유세문 등 선거관련 자료를 받고 실제 수정한 내용도 있다. 또한 김 행정관은 대선 기간 문재인 후보를 비난하는 극우 커뮤니티의 글을 회사명의의 SNS를 통해 퍼나르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은 불법선거운동 논란 소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건은 누가 보낸 것일까. JTBC가 밝힌 두 번째 연결고리는 정호성 비서관이다. 그는 최순실씨에게 제공되기 전 문건의 최종수정 작성자 아이디인 narelo와 같은 아이디를 국회 시절부터 써왔다. JTBC는 “지금도 최측근인 비서관이 최씨의 국정개입 창구는 아니었는지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정 비서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했을 때부터 보좌한 인물로 지금까지 최순실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씨가 발탁한 것으로 알려져왔다. JTBC에 따르면 정 비서관은 장관과 대면보고를 꺼리는 박 대통령의 서면보고 창구로 통해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 때 대통령과 나란히 앉아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

▲ 26일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만들어진 인사관련 자료도 태블릿PC에서 발견됐다. ‘중국 특사단 추천 위원’파일에 따르면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을 특사로 추천하면서 “NLL 이슈제기 등 대선 때 기여함”이라고 나와 있다. 그는 대선 직전 ‘노무현 전 대통령 NLL포기 논란’을 제기한 장본인으로 이 주장은 허위로 밝혀져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다보스포럼 특사 추천’문건에는 김성주 대한적십자사총재,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인물평이 있다. 모두 박근혜 정부의 ‘개국공신’이다.

이날 JTBC 뉴스룸이 세월호 7시간 미스테리와 관련한 내용을 단독보도할 것이라는 ‘찌라시’가 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손석희 앵커는 “대부분은 근거가 없는 말”이라며  “우리는 이 현상이 생겨나는 것 자체가 그동안 진실규명조차 제대로 되지 못한 그 사건에서 나온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 26일 저녁 8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박근혜 하야를 위한 분노의 버스킹' 참석자들이 준비된 모니터로 JTBC 뉴스룸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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