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최순실 게이트’ 관련한 소극적 보도로 노조의 비판을 받았던 박현동 국민일보 편집국장이 27일자로 논설위원으로 인사발령이 났다. 신임 편집국장에는 신종수 종교국장이 임명됐다. 

박 국장은 이미 임기 2년을 채운 상황이라 예고됐던 교체 인사라는 게 사측의 설명이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편집국장은 별도 연임 제한 규정이 없어 지난 17일부터 진행한 편집국장 평가투표와 리더십 문제, 독단적 기사 판단에 따른 편집국 구성원들의 불만 누적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일보 관계자는 “박 국장의 임기가 2년이 지났고 원래 교체가 내부적으로 추진되고 있었다”며 “인사 결정권자인 (최삼규) 사장이 교체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게 이번 인사 결과로 나타난 것이지 노조 대자보 등에 따른 문책성이나 경질의 성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11일 발행된 국민노보 제177호.
지난 2014년 10월17일 국민일보 편집국장으로 임기를 시작한 박 국장은 지난해 10월 이뤄진 중간평가에서 63%(투표자 122명 중 77명)의 신임 득표를 받았다. 

하지만 전국언론노동조합 국민일보·씨티에스 지부가 지난 6일부터 14일까지 조합원(유효 설문 대상 115명 중 72명 응답)을 대상으로 지난 1년간의 지면과 온라인 부문 품질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 1년 우리 신문이 나빠졌다(나빠졌다, 매우 나빠졌다)’는 응답이 65.3%가 나왔다. ‘좋아졌다’는 응답은 2명(2.8%), ‘매우 좋아졌다’는 응답자는 한 명도 없었다. 

‘지난 1년간 편집권 독립이 잘 지켜졌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응답자 71명 중 93%인 66명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해당 기간 국민일보의 논조가 친정권적이었다는 평가에 동의한다고 답한 조합원은 86.1%였다. 

노조는 “이같이 응답한 이유에 대한 서술형 답변으로 청와대뿐만 아니라 여권 편을 든다는 지적도 많았다”며 “편집국장이 아침 신문에 실린 야당 관련 기사에 대해 ‘너무 야당 편 아니냐’고 말하며 해당 부서를 압박했다는 사례도 나왔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일보 노조는 25일 국민일보가 1면에 대통령 연설문 유출 논란을 누락하자 ‘우리는 오늘 아침 신문이 부끄럽다’는 제목의 긴급성명을 내고 박 국장이 소극적인 면피성 보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신종수 신임 국민일보 편집국장.
노조는 “현직 대통령의 극비 연설문 등 국정 운영 자료가 비선 실세(최순실)에게 사전에 수시로 전달됐다는 전대미문의 보도로 대한민국이 요동치는 아침, 우리 신문에서는 그 뉴스를 6면 하단에서야 비로소 볼 수 있었다”며 “25일 아침 신문은 그동안 누적됐던 편집국장의 뉴스 판단 미스, 지나친 자기 검열, 이로 인해 편집국 전체에 만연한 피로감과 안일한 분위기가 빚어낸 인재”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 국민일보 노조 “최순실 연설문 보도, 1면 누락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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