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사과했음에도 점점 커져만 가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청와대 비서진 전면교체 및 특검 수용을 요구했다.

26일 오전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박근혜 대통령의 2014년 12월 수석비서관회의 발언 영상과 함께 시작했다. 영상 속 박 대통령은 정윤회 문건 유출과 관련해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것은 어떤 의도인지 모르지만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라며 “검찰은 내용의 진위를 포함해 모든 사안에 대해 한 점 의혹도 없이 철저히 수사해서 실체적 진실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약 2년 후인 2016년 10월25일 박 대통령은 또 다른 문건유출로 고개를 숙였다. 박 대통령은 25일 기자회견에서 “(최순실씨로부터)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 (수정을 하는)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최씨가 국정운영애 개입했다는 점을 스스로 시인한 것이다.

▲ TV조선 기자 앞에 나타난 최순실씨. 25일자 TV조선 뉴스쇼판 갈무리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사과랍시고 하셨지만 국민은 분노를 넘어 절망하고 있다. 온 대한민국이 패닉에 빠져 있다”며 “대한민국 국민은 헌법을 통해 한 명의 대통령을 뽑았는데 사실상 두 명의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하고 있었다. 낮의 대통령은 박근혜, 밤의 대통령은 최순실이었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의 사과 이후에도 언론 보도를 통해 추가적인 폭로가 이어졌다. JTBC는 25일 메인뉴스에서 최순실씨가 국방, 대북관계 등 민감한 기밀 사안에 대해서도 보고받았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TV조선은 최씨가 민정수석실 인사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겨레는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인터뷰를 통해 최순실씨가 거의 매일 청와대로부터 30㎝ 두께의 ‘대통령 보고자료’를 건네받아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이 전 총장은 한겨레 인터뷰에서 “자료는 주로 청와대 수석들이 대통령한테 보고한 것들로 거의 매일 밤 청와대의 정호성 제1부속실장이 사무실로 들고 왔다”며 “최씨는 주로 자신의 논현동 사무실에서 각계의 다양한 전문가를 만나 대통령의 향후 스케줄이나 국가적 정책 사안을 논의했다. 최씨는 이런 모임을 주제별로 여러개 운영했는데, 일종의 대통령을 위한 자문회의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추미애 대표는 “(최씨가) 연설문 뿐 아니라 인사와 국가안보 경제사안에 이르기까지 국정전반에 걸쳐 임기 내내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순실이 매일 청와대에서 대통령 보고자료를 전달 받았고 ‘대통령한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시키는 구조’라는 증언도 나왔다”며 “그럼에도 대통령은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다. 대통령의 90초 사과에는 국가기밀이 무엇인지 정보유출의 위험성 없는 것인지 공사구분조차 못하는 것인지 부끄러움, 죄의식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의문스럽기조차 하다”고 밝혔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청와대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이 대통령의 입으로 확인된 순간이었다. 많은 국민들이 ‘비선실세가 해외 장기체류 중이어서 국정이 마비되고 있다’ ‘대통령의 어제 사과문은 최순실씨의 수정을 거치지 않아 최종본이 아니고 초본이다’ 이런 농담을 한다”며 “대통령이 최순실씨 개인 자문을 받은 게 아니라 최씨가 꾸린 별도의 자문단이 온갖 국정현안에 대한 토론을 통해 대통령에게 자문했고 그 자문 받아 들였다”고 지적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별도의 청와대가 운영한 것인데,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선출된 권력을 조종하고 그 각본대로 움직였다면 대한민국은 무력화되는 것”이라며 “정말 충격적이다. 이 문제는 반드시 조사를 해서 진실을 밝혀야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박 대통령에게 청와대 비서진 교체 및 특검 수용을 촉구했다. 추미애 대표는 “그냥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대통령은 하루속히 해외에 나가 있는 최순실씨를 불러들여 철저하게 조사받게 해야 한다”며 “최씨를 비호하던 세력이나 청와대 시스템에 개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 인사를 모두 일벌백계해야한다. 우병우 수석을 포함해 청와대 참모진을 전면교체 해야 한다”고 밝혔다.

▲ 25일자 JTBC 뉴스룸 갈무리
추 대표는 또한 “최순실 게이트의 전모를 특검을 통해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그 진상에 따라 일벌백계해할 것”이라며 “의혹이 커지고 방치할수록 그 끝은 대통령을 향하게 된다. 박 대통령의 통렬한 반성과 조속한 결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전해철 민주당 최고위원은 “위법행위를 했거나 알고도 묵인했거나 방지하지 못한 모든 비서진들의 책임이다. 그래서 청와대 비서진의 전면교체를 촉구한다”며 “즉각 청와대를 압수수색하고 관련자 소환 등 강제수사에 착수해야함에도 (검찰은) 하지 못한다. 검찰 수사를 지켜보기에는 국민의 인내가 남아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전 위원은 이어 “박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대국민사과에서 불법을 자인했으므로 국회의 특검 요구를 수용하고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을 전면 교체하라”며 “이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거부한다면 남은 임기 중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레임덕에 빠질 것이다.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불행과 민생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검이 시작되면 박 대통령도 수사를 피하기 어렵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도 조사대상이다. 본인이 자문을 받았기에 어떤 내용을 자문 받았고 어떤 절차를 거쳐 진행됐는지 조사대상”이라며 “힐러리 클린턴도 이메일 관련해 조사를 받았고, 부시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시절 정보요원의 이름을 실수로 발설 했다가 자진해서 정부기관의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국가는 국정의 안전성을 위해 대통령의 형사소추를 금지하고 있으나 진실을 밝힐 의무까지 면책하고 있진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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