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씨의 연설문 수정 의혹에 대해 “개인적 친분으로 부탁한 일”이라고 인정하고 사과했으나 야당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공식문건이 유출된 것”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 맞춰 사과하면서도 특검 도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가 “일방적인 변명과 부실한 해명으로 일관됐다”며 “철저한 진상규명 의지나 수사의지도 없었다. 관련 책임자 처벌에 대한 약속도 없었고 재발방지 대책은 더더욱 찾기 어려웠다”고 비판했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국가기밀 유출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안이한 인식도 충격이었다”며 “각종 자료가 민간에 전해지는 것을 막지 못한 청와대 비서실과 보좌진 전원이 문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최순실씨 비선실세 의혹 관련해 한 사과가 YTN 채널을 통해 녹화 방송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그러면서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후 개인 자문을 그만뒀다고 했는데 유출이 확인된 자료를 보면 그렇지 않다”며 추가 의혹이 있을 가능성을 남겨뒀다.

또 “단순하게 말씀 자료에 대한 도움에 그쳤는지 국가 중요한 정책에 관여했는지에 대한 의혹도 속속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JTBC에 따르면 최순실씨가 사용한 PC에 든 파일에는 박근혜 대통령 연설문을 비롯해 인사 관련 자료와 지자체 업무보고 자료 등도 포함돼 있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이 최순실씨에 대해 해명했지만 아무것도 해명되지 않았다”며 “개인적으로 의견을 묻는 게 문제가 아니라 청와대 공식문건이 유출된 것이 문제고 국무회의 자료, 지자체 업무보고 자료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넘어간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에도 직접 의견을 물어봤다는 점에 대해서도 손금주 수석 대변인은 “그 자체만으로도 최순실씨가 비선실세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며 “대통령이 최순실씨에게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것은 2014년 정윤회 사건 당시 대통령 스스로 밝힌 것처럼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국기문란이며 일벌백계의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정론관 브리핑에서 “대국민 사과 형식과 내용 모두 절망스럽다”며 “대국민 사과를 녹화로 진행한 것 자체가 국민을 우롱하고 철저히 외면하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어려울 때 도와준 인연”, “보좌체계가 완비된 후에는 그런 일이 없다”며 개인적 인연과 시점을 두고 사과한 것에 대해서도 한창민 대변인은 “국민을 바보로 알지 않는 이상 나오기 어려운 발언이고 국민 기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5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의혹 사과와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한창민 대변인은 “박기춘 비서실장 교체도 2013년 8월이고 드레스덴 선언은 2014년 3월이었다”며 “그때 까지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되지 않았다는 것은 앞뒤 맞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12월19일 대선을 치른 뒤 약 3개월 간 인수위를 거쳐 2013년 2월 말 공식 취임했다. 2014년까지는 약 1년여의 시간이 흐른 뒤다.

그러면서 한창민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형식적 사과에서 최순실이 비선 권력의 핵심임을 대통령이 인정하고 비선 공화국을 만든 건 8할이 대통령이 스스로 만든 순수한 마음 때문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진상규명과 철저한 수사, 명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대응에 촉각을 세우는 모습이었다. 김현아 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 연설문 유출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집권 여당으로서 작금의 상황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가장 많은 절망은 국민이 느끼실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에 대해서 김현아 대변인은 “아마 대통령도 이 사건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현아 대변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문건이 유출된 데 대한 진상규명을 하고 납득할 만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새누리당은 국민의 우려와 심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후속 조치를 당 차원에서 모아 청와대에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비박계와 차기 대권주자 등에서도 특검과 국정조사 등의 필요성을 촉구하고 있으나 당 지도부는 특검 도입 등에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최순실씨는 “과거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연설이나 홍보 쪽에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며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일부 의견을 들었다. 순수한 마음에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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