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한민국 효녀연합’ 등의 이름으로 사회적 예술 활동을 벌여온 홍승희씨에 대해 지난 21일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홍승희씨는 22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불구속기소로 재판받는 거라 상상도 못했는데 1년도 아니고 1년 6개월이라고 해서 (처음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검찰은 2014년 세월호 추모집회 퍼포먼스와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그래피티 작업이 불법이라며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홍씨는 지난해 11월 서울 홍대입구 지하철 역 부근 그래피티 공간에 ‘사요나라 박근혜’라는 대통령 풍자 작품을 그렸다가 재물손괴죄 혐의를 받게됐다. 2014년 세월호 추모 집회 당시 노란 천을 두르고 희생자를 추모했던 퍼포먼스에 대해서는 일반교통방해죄가 적용됐다.

홍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그래피티 작업이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된 풍자라는 점을 지적받았다고 주장했다. 예술가의 예술 활동에 대한 수사 당국의 검열로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이다.

▲ 홍승희씨의 페이스북 글 갈무리.
홍씨는 “재물손괴 혐의인데 (수사는) 그에 대한 것이 아니라 왜 이 작업을 했나, 그림 내용이 박근혜 대통령 관련된 것 아니냐, 사요나라는 무슨 뜻이냐 등 죄명과 상관 없는 것들을 물어봤다. (재물손괴) 피해자가 신고도 하지 않은 사안인데 (다른 그래피티는 수사하지 않으면서) 수사를 시작한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홍씨에 따르면 재물 손괴 피해자는 홍대입구 지하철 출구 근처 그래피티가 그려진 임시벽을 설치한 공사장 책임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욕설 등이 포함된 다른 그래피티들은 그대로 남아있는데 유독 홍씨의 그림만 삭제됐고 수사가 진행됐다는 것. 홍씨는 “경찰이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 (홍씨의 그림이) 미관을 해친다는 진술을 받아내고 그에 대해서만 조사에 착수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반교통방해죄가 적용된 2014년 세월호 집회 당시 퍼포먼스에 대해 홍씨는 “노란색 천을 매달고 밤까지 행진한 것인데 3000명의 시민들과 함께 공모했고 그 중 한 사람이라고 공소장에 나와있었다”고 말했다.

홍씨는 “선거 공판날이 얼마 남지 않아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탄원서를 시민들에게 부탁할 예정이다. 또한 예술가들 차원에서 공동대응할 수 있는게 없는지 알아보고 있다. 예술 검열과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계획 중”이라고 답했다.

홍씨의 선고 공판은 오는 11월11일이다.

▲ 사회적 예술가 홍승희씨. 사진=이치열 기자.
▲ 홍승희씨의 그래피티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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