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국 10주년을 맞은 tvN은 그동안 ‘탈케이블화’ 전략을 통해 콘텐츠 질 진화를 꾀해왔다. 실제로 ‘응답하라’ 시리즈가 최고시청률 19%(닐슨코리아 유료 방송 가구 기준)를 기록하는 등 지상파를 위협하는 콘텐츠 제작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외부 영입인사를 위주로 성장을 꾀한 점과 드라마 생태계 교란 문제, 보도편성을 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도 지적된다.

28일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tvN 개국 10주년’ 프레젠테이션에서 이덕재 CJ E&M 미디어콘텐츠부문 대표는 tvN의 10년을 네가지 시기로 나누어서 설명했다.

첫 번째 시기는 2006년 개국부터 2007년까지로 성장 전략으로는 인지도에 집중했다. 당시 만들어진 프로그램은 ‘신동엽의 감각제국’, ‘막돼먹은 영애씨’, ‘독고영재의 스캔들’로, 다소 자극적인 소재를 위주로 만들어졌다. 특히 ‘독고영재의 스캔들’은 ‘페이크 다큐’ 장르를 대중에게 소개한 신선한 측면은 있었으나 선정성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이덕재 대표는 “이 시기 tvN에 대한 인지도는 쌓였으나 선정성으로 이슈가 되다보니 부정적인 시각도 늘었다”며 “콘텐츠 확산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광고도 정체가 됐다”고 평가했다.

tvN 제공

문제점을 인식한 tvN은 ‘tvN 2.0’이라는 제목으로 새로운 콘텐츠 발굴에 몰두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선정적인 부분을 줄이고 대중친화적인 콘텐츠를 위주로 만들었다. ‘화성인 바이러스’, ‘재미있는 TV 롤러코스터’처럼 대중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롤러코스터’에서는 정형돈씨와 정가은씨의 연기가 인기를 얻으며 패러디물이 쏟아졌다.

2010년까지 tvN은 ‘재미있는 TV 롤러코스터’로 인기를 끌긴 했지만 여전히 수많은 케이블 채널 가운데 하나 정도였다. 이때부터 tvN은 다른 케이블 방송과의 차별점을 두고 ‘탈케이블화’를 시도했다. 본격적으로 지상파 PD들을 불러 모았다. 특히 KBS의 ‘개그콘서트’를 연출한 김석현 PD를 영입해 ‘코미디 빅리그’를 만드는 등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다. 주시청층을 2030으로 맞추고 예능에서는 ‘SNL’을, 드라마에서는 ‘로맨스가 필요해’, ‘응답하라 1997’을 필두로 콘텐츠 진화를 꾀했다.

2013년부터 tvN은 ‘탈케이블화’는 물론 지상파를 위협하는 콘텐츠 제작소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드라마면에서는 ‘응답하라 1994’외에도 2030의 현 시태를 표현한 엡툰 원작의 ‘미생’을 드라마화했고 ‘식샤를 합시다’, ‘나인’과 같이 독특한 포맷의 드라마를 선보였다. 특히 ‘응답하라 1988’은 역대 케이블 최고 시청률 19.6%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시기에는 콘텐츠적 부분 외에 편성부분에서도 타 케이블 채널과 지상파와의 차별을 꾀했다. 일명 ‘금토 드라마 블록’으로 기존에 금요일 하루에만 편성하던 드라마를 금요일과 토요일로 편성해 주 2회 방영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해 이덕재 대표는 “사실 처음부터 전략적으로 기획한 건 아니었다”라며 “당시 인기 있었던 슈퍼스타K가 tvN에서 금요일 밤 프라임 타임 시간대에 동시방영으로 편성됐고 금토로 나뉘어서 편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tvN은 개국 10주년을 맞아 다음달 8일과 9일에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tvN 어워즈’를 개최하기로 했다. ‘tvN 어워즈’는 지난 10년 동안 tvN콘텐츠를 오프라인으로 만날 수 있는 행사다. ‘tvN 어워즈’의 기획을 맡은 김석현 tvN 기획제작총괄 CP는 “기존에 스타들이 앉아 있다가 상 받고 돌아가는 시상식이 아니라 토크쇼, 콘텐츠 부대 행사, 시상식 등이 어우러진 행사가 될 것”이라며 “예를 들어 응답하라 시리즈들의 주인공들이 모두 모여 동창회를 하는 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tvN이 시상식을 개최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김석현 CP는 “냉정하게 생각해 tvN의 콘텐츠만으로 시상식을 치르기에는 아직 부족했다”라며 “10년을 맞이해 다시 돌아봤을 때 이제는 많은 콘텐츠가 쌓였고 시상식을 치를만한 역량이 됐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 호텔에서 열린 'tvN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덕재 CJ E&M 미디어콘텐츠부문 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덕재 대표 옆으로 이명한 tvN본부장, 김석현 tvN CP, 유성모 tvN PD가 앉아있다. 사진제공=tvN
10년 동안 tvN이 타 케이블 채널이나 지상파와 차별점을 가지고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상파 출신 PD 영입이 주된 동력이라는 점 △자체 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 설립 이후 드라마 업계 독식 우려 △보도편성을 할 수 없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실제로 tvN을 알린 프로그램 중 대다수가 KBS 출신 PD의 작품이다. ‘꽃보다 할배’, ‘꽃보다 청춘’, ‘삼시세끼’의 나영석PD, ‘응답하라’ 시리즈의 신원호PD, ‘미생’, ‘시그널’의 김원석PD 모두 KBS PD 출신이다. tvN이 외부 스타 PD들을 위주로만 히트 프로그램을 만들고 내부 공채출신 PD들은 홀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이명한 tvN본부장은 “맞는 지적”이라고 하면서도 “하지만 최근에는 ‘수요미식회’, ‘문제적 남자’, ‘더지니어스’ 등 덜 주목받고 있지만 충분히 좋은 프로그램들을 공채 출신 PD들이 만들어내고 있고 tvN의 새로운 축으로서 스타 PD들과 함께 두 축을 이루고 있다”고 답했다.

김석현 CP도 “최근 5년 동안 tvN 공채 출신 PD들이 뚜렷한 활약을 하고 있고 올해나 내년 공채출신 PD들이 입봉을 하면서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것”이라며 “tvN의 진정한 전성기는 새로운 PD들이 입봉 하는 2년 정도 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회사 ‘스튜디오 드래곤’이 드라마 제작사 생태계를 위협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에 이덕재 대표는 “어느 곳보다 tvN은 외주제작사들과 협업을 많이 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tvN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내에서의 경쟁이 아니라 중국, 아시아, 유럽 등으로 성장할 토대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국내시장을 교란시킨다는 논리로 보시는 것은 우리의 목표와 맞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방송법 상 보도편성을 할 수 없는 tvN의 한계도 지적됐다. 이덕재 대표는 “tvN의 전략은 잘하는 것을 하자는 것”이라며 “보도를 할 수는 없지만 최근에는 ‘비밀 독서단’과 같이 tvN만의 스타일로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교양 프로그램도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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