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국정감사 보이콧을 두고 친박과 비박 간 균열이 본격화되고 있다. 야권은 박근혜 대통령이 김재수 해임건의안을 수용해야 한다며 친박과 비박 간 균열을 자극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28일 중진·최고위원 연석회의를 열고 3일 째에 접어든 국정감사 보이콧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구체적 전략 방법은 지도부에 위임한다는 게 예외 없는 결의사항”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박계를 중심으로 친박 지도부의 강경일변도에 대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유승민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가 국감을 바로 수행하는 결단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건의 드렸다. 단식투쟁은 당 대표의 결단이니까 계속 하시고, 투쟁은 계속 하더라도 다른 의원은 국감에 들어가는 게 좋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27일 국방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우 의원의 국감 복귀 선언으로 단일 대오는 이미 흔들린 상황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감금까지 시도하며 김 의원을 막았으나 김 의원은 국감에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김 의원은 28일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금이라도 (이정현) 대표께서 단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정기국회와 국정감사 등 국회의 일정은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새누리당 간사를 맡고 있는 하태경 의원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세균의 의회주의 파괴에 계속 싸워야겠지만 그 수단으로 의회주의를 내팽개치는 국감 거부를 지속해선 안 된다”고 썼다. 전날인 27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도 김무성 전 대표, 강석호 최고위원 등 비박계가 정 의장 사퇴 요구는 하되 국감은 참석하는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포커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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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이런 점을 의식한 듯 국회 파행의 책임자로 박근혜 대통령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일동은 28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국정감사 정상화 및 김재수 장관 해임 촉구 결의문’를 발표했다. 더민주 의원들은 이 결의문에서 “비정상적 정국 경색의 배후에는 청와대가 자리하고 있다”며 “이 같은 불통과 독선이야말로, 정국혼란의 주범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정권의 부패한 민낯을 가리는 ‘부당 이득’마저 챙기고 있다. 절대 좌시할 수 없는 망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재정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새누리당은 대통령 지키는 국감 보이콧을 멈추고 민생 지키는 국감 현장으로 하루 속히 돌아오길 바란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이 결정한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을 즉각 수용하여 더 이상의 논란이 계속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순필 국민의당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새누리당이 이런 극한의 무리수를 두는 배후에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는 게 정설이다. 국민과 야당을 싸워서 이겨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는 대통령의 대결적 사고가 국회를 더욱 꼬이게 만들고 있는 것”이라며 “상황을 꼬이게 만든 장본인인 대통령께서 결자해지의 자세로 정국을 타개하는데 앞장서 주시길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아직까지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28일 새누리당의 국감 보이콧에 대한 질문을 받자 “국회에서 일어난 상황에 대해선 일일이 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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