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가 질의 한번 못 하고 막을 내렸다. 야당은 새누리당이 국감 보이콧 뿐 아니라 피감기관 증인의 출석을 막는 등 방해행위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야당 내에서 “이만하면 오래 기다렸다”는 의견이 많아 29일 원자력안전위원회 국감은 야당단독 개회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여전히 불투명하다.

지난 26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미래창조과학부 국감이 무산된 데 이어 27일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시청자미디어재단 국정감사가 무산됐다. 미방위 야당 의원들은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 의원들의 참석을 촉구하고, 신상진 미방위원장에게 ‘직무위임촉구서’를 보내고 사회 권한을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 27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오전 내내 출석하지 않아 야당 의원들이 반발했다. 사진=포커스뉴스
이날 국감 개회시간인 오전 10시가 지나도 기관증인들이 출석하지 않아 야 3당 의원들이 강력하게 반발했다. 야 3당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신상진 미방위원장이 최성준 위원장을 비롯한 기관증인(의무적으로 출석해야 하는 정부측 증인)들에게 출석하지 않을 것을 요구했다. 

10시5분께 야당 의원들이 “방통위 국회 담당 누구냐, 기관증인을 데려오라”고 소리쳤지만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일부 의원들은 국감장 복도에 나가 기관증인들을 일일이 호명해 찾을 정도였다. 뒤늦게 이석우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이 10시20분,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10시25분이 돼서야 국감장에 입장했다. 

반면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야당 의원들이 국감일정 잠정연기를 선언한 오전 11시가 넘어서도 출석하지 않았다. 박홍근 더민주 간사는 “국감은 본회의 의결 사항으로 구체적인 일시와 장소, 피감기관이 법에 명시됐기 때문에 신상진 위원장이 피감기관장들의 출석을 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은 명백한 국감 방해행위이자 권한남용”이라며 “신상진 위원장에 대해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홍근 간사는 “증인출석 통지를 받고도 불참한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국회를 무시하고 모독했다. 고발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성준 위원장은 야당 의원들이 증인 출석을 요구한지 4시간 만인 오후 2시가 돼서야 국감장에 나타나 “여야 3당 간사 사이에 개회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서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 근처에서 대기중이었다”면서 “국회법을 잘 알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야 3당은 지금이라도 단독국감을 열 수 있다. 국회법 50조 5항에 따라 상임위원장이 직무를 거부 및 기피하거나 대리자를 지정하지 않을 때는 의석이 가장 많은 교섭단체의 간사가 위원장 직을 대리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당은 새누리당을 기다리며 명분쌓기에 주력하고 있다. 김경진 국민의당 간사는 “곧바로 (야당 단독으로) 진행하게 됐을 때 추후 생길 수 있는 불필요한 마찰에 대한 정치적 부담 때문에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감에서 유사한 사례가 전무하다는 점 역시 야당을 망설이게 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야당에서는 다음 일정인 29일 원자력안전위원회 감사만큼은 야당 단독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종오 무소속 의원은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최대 현안인 지진, 원전 안전 등에 대한 문제를 짚어야 하는데 이것마저 국감진행이 안 된다면 국민들을 무시하는 것이다. 야당 단독 진행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진에 따른 원자력발전소 안전문제는 최대 현안이고,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야 3당에서도 국감을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더민주 간사인 박홍근 의원실 관계자는 “목요일 단독국감 여부는 각 야당 지도부의 판단이 관건”이라며 “상임위 차원에서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아직 확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27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의 국정감사 참석을 촉구했다. 사진=금준경 기자.


국감이 파행을 빚으면서 피감기관은 웃고, 야당 의원들은 난감해하는 상황이다. 핵심기관의 국감이 연거푸 무산되면서 미방위 국감이 유명무실해졌다. 야당 의원들은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유통구조개선법)과 가계통신비 △창조경제 평가와 정부조직구조 개편 △종합편성채널 특혜환수와 재승인 심사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관련 질의를 통해 시의성 있는 현안 의제를 주도하겠다는 계획이었으나 질의를 한 차례도 하지 못했다. 

다른 미방위 더민주 관계자는 “사실상 방통위, 미래부 국감은 서면질의가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남은 국감 중 주요기관은 KBS,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정도가 전부라 야당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말했다. 야 3당은 미래부, 방통위 국감 일정을 다시 잡겠다는 계획이지만 증인채택을 하려면 새누리당과 별도 일정협의를 하고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새누리당이 계속 의사일정을 보이콧하게 되면 논의 자체를 하기 힘들다. 국감 증인채택은 일주일 이전에 당사자에게 통보해야만 강제성을 갖는다는 점도 일정을 잡기 까다롭게 만든다.

미방위 정의당 관계자는 “(미래부 질의관련) 자료가 준비됐는데, 오늘 국감이 열리지 않을 것 같아 자료배포 시기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미방위 더민주 관계자는 “주요기사들의 소재가 ‘국감 파행’에 집중될 것 같아 질의와 관련된 중요한 자료 배포에는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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