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통과에 반발해 이틀째 국정감사 보이콧을 이어가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정세균 국회의장이 사퇴해야 한다며 연일 강경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출구전략은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27일 최고위원회의를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했다. 비대위의 명칭은 ‘정세균 사퇴 관철 비대위’다. 위원장을 맡은 조원진 의원은 비대위 회의에서 “이정현 대표는 시작을 했으니까 정세균 의장이 사퇴할 때까지 끝까지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우리 비대위는 정세균 의장의 날치기 원천무효 및 사퇴를 관철하여 의회민주주의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대위 총괄본부장을 맡은 김성태 의원도 “새누리당은 정세균 국회의장이 모든 잘못을 책임지고 사퇴할 때까지 실효적이고 적극적인 제반 투쟁을 이끌어 가겠다”고 밝혔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지금 정세균 의원에 대한 윤리위 제소, 사퇴촉구 결의, 형사고발, 헌법 소송 등의 자료들이 거의 완성단계에 있다. 오늘 내일 순차적으로 정세균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 앞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새누리당은 말 그대로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언급한 대응책으로는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죄에 의한 형사고발, 국회윤리위 회부, 사퇴촉구 결의안 제출, 직무정지가처분 신청,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이 있다. 이정현 대표는 26일 오후부터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새누리당 원외위원장들은 27일 오후 3시 정세균 의장 사퇴 촉구를 위한 결의대회까지 열었다.

새누리당은 또한 이틀째 국정감사에 대한 보이콧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여소야대 국회에서 국감은 새누리당 없이도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국감 이틀째인 27일 16개 상임위원회 중 야당이 위원장을 차지하고 있는 8개 위원회는 야당 단독으로 개회해서 국감을 진행했다.

새누리당이 당장 막을 수 있는 국정감사는 새누리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운영위원회, 법사위, 기재위, 정무위, 미방위 등 8개 위원회다. 하지만 국회법상 상임위원장이 사회를 기피하면 간사가 사회권을 넘겨받을 수 있다. 야당도 이런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재정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2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법률적으로 충분히 (사회권 이양은) 가능하다. 아직까지는 새누리당을 좀 더 기다려보자고 결정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더민주 뿐만 아니라 국민의당 의원 중에도 개별적으로 ‘우리끼리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강력하게 어필하고, 또 상임위별로 그렇게 의견을 모은 분들이 있다. 지도부 방침은 좀 기다려보자는 것이지만 장기화되면 언제까지 계속 이렇게 기다릴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27일 오후 야당 간사의 사회권을 발동하고 증인채택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국감 보이콧이 이어지면서 이탈이 발생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우 새누리당 의원은 27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오늘 오후부터 국정감사에 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27일 오전 의총에서 김 의원을 만류했으나 김 의원은 국감 복귀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 정감사 이틀째인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영우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좌석이 텅 비어있다. 김영우 국방위원장(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여당의 국정감사 등 국회 일정 전면 거부 방침을 깨고 국정감사에 임하겠다고 밝혔으나 이에 반대하는 다른 여당 의원들이 설득작업에 나서는 등 사실상 감금 상태에 놓여 오후 국감에 참석하지 못했다. ⓒ포커스뉴스
이탈이 이어지면 새누리당은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7일 비대위 회의에서 “새누리당에 많은 온건파 의원들은 ‘국정감사를 원하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 국민의당에서 풀어달라’고 전화를 해오고, 대화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친박 지도부가 주도하는 국감 보이콧에 대해 비박계의 다른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비박계 강석호 비대위원은 27일 의총에서 “의장이 이번에 한 행동은 정말로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렇지만 우리 새누리당은 국정운영의 책임자다. 국정이 하루라도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고 그리고 또 민생은 챙겨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박계 이혜훈 의원도 27일 오전 PBC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 인터뷰에서 “(김재수 장관이)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지 말고 사퇴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라며 “중요한 국정감사를 언제까지 미룰 수 있겠나. 이렇게 무기한 가기는 어려울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꼼수’로 대응했다. 새누리당의 김성태, 조원진, 주광덕, 김도읍 의원 등이 국방위원회 위원장실로 찾아가 국감 복귀를 선언한 김영우 의원의 문 밖 출입을 막은 것이다. 김영우 의원은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제가 지금 국방위원장실에 갇혀 있다. 안타깝다”며 “이렇게 해서야 어떻게 의회민주주의를 지켜야한다는 말을 할 수 있겠나”라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또한 정부 측 국감 증인들과 공조해 국감 진행을 막기도 했다. 27일 미래창조방송통신위원회의 기관 증인들은 개회시간인 10시가 되도록 국감에 나타나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이 “방통위 국회 담당 누구냐, 기관증인을 데려오라”고 소리쳤지만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고,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오전 11시가 넘어서까지 출석하지 않았다.

야 3당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신상진 미방위원장이 최성준 위원장 등 기관증인들에게 출석하지 않을 것을 요구한 결과였다. 미방위 더민주 간사를 맡고 있는 박홍근 의원은 “신상진 위원장이 피감기관장들의 출석을 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은 명백한 국감 방해행위이자 권한남용”이라며 “신상진 위원장에 대해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촉구하는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포커스뉴스
새누리당이 ‘꼼수’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새누리당이 출구전략 없이 목소리만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보이콧을 할 때는 출구전략을 마련해놓고 상대의 반응을 봐가며 대응 수위를 높인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보이콧 첫째 날 대표의 무기한 단식농성 등 쓸 수 있는 수단을 모조리 쏟아냈다. 따라서 이제는 말로 ‘사퇴’를 요구하는 것 외에는 마땅히 압박할 카드가 없다. 정세균 의장이 국감을 2~3일 늦추자고 했으나 새누리당은 이마저 거부했다.

나아가 정세균 국회의장은 29일 믹타(MIKTA) 행사 오후 뉴질랜드로 떠나 10월9일 한국에 돌아온다. 새누리당은 29일 이전에 정 의장을 사퇴시키거나 출구전략을 마련하지 못하면 허공에 대고 ‘사퇴’를 외칠 상황에 직면한다.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7일 의총에서 “엄중한 시국에 해외출장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국민들께서 이 엄중한 시국에 정세균 의원이 출장을 가도록 허용할 수 있는지 한 번 두고 볼 일”이라며 으름장을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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