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청와대 관계자’가 다시 등장했다.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 입에서 조선일보의 송희영 전 주필이 청와대에 대우조선해양 고위층의 연임을 부탁하는 로비를 해왔다는 폭로가 터져 나온 것이다. 친박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송희영 전 주필 관련 기자회견에 이은 청와대 발 폭로다. 조선일보는 청와대가 “사실과 다른 음모론”을 흘리고 있다며 반발했다.

‘익명의 관계자’ 입으로 폭로정치 하는 청와대

친박 김진태 의원의 폭로로는 부족했던 것일까. 청와대가 직접 조선일보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이 지난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게 대우조선해양 고위층의 연임을 부탁하는 로비를 해왔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고위층이란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의미한다. 그는 재임 당시 5조7천억원대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상태로, 연임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가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결국 송 주필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송 전 주필 의혹과 조선일보의 우병우 민정수석 보도와 연관 있다는 추론까지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 송 전 주필의 오래된 유착관계가 드러났다.. 그것을 보면 조선일보가 왜 그렇게 집요하게 우병우 민정수석 사퇴를 요구했는지 이제 납득이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되면서 조선일보와의 유착관계가 드러날 것을 우려해 이를 저지하려 했던 것 아닌가. 결국 조선일보의 우 수석 사퇴 요구 배경에 유착이나 비리를 덮으려 했던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고 강조했다.

더 자세한 정황은 중앙일보에 등장했다. 중앙일보는 “조선일보 송희영 전 주필이 지난해 4월께 청와대 핵심 인사에게 대우조선해양 고재호 전 사장의 연임을 부탁하는 로비를 했다. 당시 청와대 인사는 송 전 주필의 부탁에 대해 ‘그 문제는 청와대가 관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결국 고 전 사장의 연임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 핵심 인사가 송 전 주필을 만난 장소는 조선일보 내 송 전 주필의 사무실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중앙일보 1면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두 차례에 걸쳐 대우조선해양과 송 전 주필의 유착관계를 폭로한 데 이어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가 직접 송 전 주필 관련 의혹을 언론에 이야기한 것이다. 이를 두고 청와대의 ‘공작 정치’가 도를 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향신문은 “김진태 의원이 송 전 주필 접대 의혹을 공개한 바로 다음날 청와대가 추가 폭로를 하면서 ‘청와대 기획, 배우 김진태’로 요약되는 당·청 짜고 치기 의혹이 커지고 있다”며 “청와대가 익명에 숨은 채 우 수석 논란을 덮기 위한 정치공작성 물타기를 노골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경향은 “송 전 주필 부패는 심각한 사안이지만, 이 같은 청와대 접근 방식에 비판이 제기된다. 국정 컨트롤타워인 청와대가 국정은 뒤로한 채 ‘우병우 구하기’ 정치공작에 매몰되고 있다”며 “청와대 관계자가 ‘익명’에 숨어 문제를 제기하고, 친박 돌격대 김 의원을 통해 구체적 사실을 폭로하는 등 당·청이 ‘2인3각’처럼 주거니 받거니 의혹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는 “여당과 청와대가 부패 기득권으로 지목한 조선일보에 대한 협공을 하는 모양새”라며 “야권에서 송 전 주필 의혹을 놓고 우 수석 의혹 물타기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재차 정면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겨레는 청와대가 ‘언론 길들이기’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의혹을 처음 보도한 조선일보의 ‘불순한 의도’를 부각해 국면 전환을 노리는 ‘폭로 정치’에 청와대가 직접 뛰어든 것”이라며 “‘우병우 사태’의 출발점이 ‘부도덕한 언론의 대통령 흔들기 의도’였음을 강조하려는 뜻으로 보인다. 우 수석을 감찰한 이석수 특별감찰관과 송 전 주필이 나란히 사퇴해 ‘이제 우 수석도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이 한층 고조되자 청와대가 폭로 정치라는 비정상적인 방식을 동원해 ‘우병우 지키기’에 나섰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의 관계자를 통해 폭로정치를 하는 방식도 문제로 꼽힌다. 앞서 조선일보를 ‘부패기득권세력’으로 규정했을 때도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가 등장했다. 한겨레는 “청와대가 공식적인 대응 경로를 벗어나 언론에 익명으로 정보를 흘리는 식으로 위기 국면을 벗어나려 하는 것은 구태 정치”라며 “국정운영의 중심이 돼야 할 청와대가 폭로와 여론 떠보기 등 구태의연한 정치의 표본을 보이고 있다”는 최창렬 용인대 교수의 말을 전했다.

경향신문은 “청와대는 익명의 관계자를 통해 계속해서 송 전 주필 문제를 제기해왔지만, 공식 입장을 밝히는 대변인 브리핑에선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특정 언론을 통해 언론 플레이를 하며 치고 빠지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3면

경향신문은 이 폭로정치에 우병우 수석이 직접 연관되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경향은 “우 수석이 지난달 18일 처가의 부동산 특혜 매매 의혹이 불거졌을 때 낸 입장자료와 익명 관계자 발언에 유사점이 있다. 우 수석은 당시 ‘일방적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이에 터잡아’라고 했는데 ‘이에 터잡아’는 법률가들이 잘 쓰는 표현”이라며 “익명 관계자도 지난 21일 ‘국민 정서에 터 잡아 청와대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했다. 우 수석이 정리한 발언들을 익명 관계자가 대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폭로정치는 친박 김진태 의원이 제기한 송 전 주필 관련 폭로의 출처가 청와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등장한 반격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거꾸로 청와대의 반격으로 혐의는 더욱 짙어졌다. 한국일보는 “청와대가 송 전 주필의 의혹을 직접 제기해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가 되면서 ‘청와대의 조선일보 손 보기’, ‘우병우 수석 사퇴 물 타기’ 등의 의혹들을 상당 부분 시인한 셈”이리며 “친박계 김진태 의원에게 조선일보 공격 자료를 준 것도 결국 청와대 아니냐는 의심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희영은 퇴사, 조선일보는 “음모론” 발끈

논란의 당사자인 송희영 전 주필은 보직을 그만둔 데 이어 사표를 냈다. 조선일보는 31일 1면에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라는 사고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본사는 30일 송희영 전 주필 겸 편집인이 제출한 사표를 수리했다. 송 전 주필은 2011년 대우조선해양 초청 해외 출장 과정에서 부적절한 처신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사의를 표명했다”며 “조선일보를 대표하는 언론인의 일탈 행위로 인해 독자 여러분께 실망감을 안겨 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1면을 통해 송 전 주필의 부적절한 처신을 사과한 조선일보는 "언론인 개인 일탈과 권력 비리 보도를 연관짓지말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서 청와대의 주장을 반박했다.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가 연합뉴스를 통해 ‘조선일보 간부가 대우조선 사장 연임 로비를 하다가 안 되고 유착 관계가 드러날까 봐 우병우 처가 땅 기사를 쓰게 했다’는 식의 주장을 한 점에 대한 반박이었다.

조선일보는 “본지 송희영 전 주필의 도덕적 일탈에 대해선 당사자는 물론이고 그가 속했던 언론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송 전 주필이 자신의 흠을 덮기 위해 조선일보 지면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했다고 하는 사실과 다른 음모론에 대해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조선은 “우병우 민정수석 처가 땅 의혹은 한 유력한 외부 제보를 바탕으로 조선일보 사회부 법조팀 기자들이 발로 뛰어 확인하고 취재 보도한 내용이다. 진경준에게 뇌물을 줬던 그 넥슨이 2011년 급매물로 나온 우 수석 처가 땅을 급매가보다 153억원이나 많이 주고 샀다는 사실을 본지 기자들이 취재로 확인한 것”이라며 “이 사실을 알고도 우병우-진경준-넥슨의 권력형 비리 의혹을 보도하지 않는다면 언론이라고 할 수 없다. 본지 기자들은 큰 특종이라고 판단될 경우 사내(社內)에도 알리지 않고 밤 11시 이후 마감하는 최종 인쇄판에만 보도해 왔다”고 설명했다.

▲ 조선일보 35면

조선은 이어 “그런 보도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조선일보 사장과 발행인도 아침 신문에서 우 수석 처가 땅 의혹 보도를 처음 보았다. 송 전 주필은 말할 것도 없다”며 “조선일보에서 주필은 편집인을 겸하기는 하지만 사설란만 책임질 뿐 편집국 취재와 보도는 편집국장에게 일임돼 있다. 주필이 취재 기자에게 직접 기사 지시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선은 또한 “청와대 인사가 권력형 비리 의혹 보도의 당사자가 된 것은 권력 측에서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특히 그 청와대 인사가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수 있다”며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현장 취재 기자들이 권력 비리의 의문을 갖고 발로 뛰어 파헤친 기사를 그 언론에 있는 다른 특정인의 도덕적 일탈과 연결지어 음모론 공격을 펴는 것은 적어도 청와대가 할 일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한편 동아일보는 송희영 전 주필과 대우조선해양 비리 혐의로 구속된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 간의 새로운 유착관계에 대해 보도했다. 박 대표가 송 전 주필의 가족이 대표로 있는 회사에 감사로 등재된 사실이 있다는 것이다.

2004년 5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자본금 1억 원으로 F사가 설립됐다가 2012년 12월 청산됐는데, 송 전 주필의 동생 송모 씨(55)가 대표이사로, 형인 대학교수 송모 씨(64)와 송 전 주필의 처 박모 씨(58)가 이 회사의 이사로 등재돼 있다. 동아일보는 “이 회사에 박 대표가 감사로 등재돼 있다. 송 전 주필은 2004년 조선일보 출판국장을 거쳐 이듬해 편집국장으로 발령이 났다”며 “F사는 박 대표와 송 전 주필의 유착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는 검찰의 수사 대상에도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건재한 우병우…검찰, 우병우 처가 땅 관련해 압수수색 안 해

이석수 특별감찰관에 이어 송희영 전 주필까지 사표를 냈지만 우병우 민정수석은 건재하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우 수석 거취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청와대는 우 수석 관련 의혹들 가운데 실체가 확인된 게 없는 상황에서 물러난다면 결국 의혹을 제기한 측의 의도대로 되는 것이고, ‘제2의 우병우’가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박근혜 대통령 임기 말에는 ‘식물 정부’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청와대의 기본 인식”이라고 분석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과거에는 일부 세력이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면 청와대가 적절하게 타협했을지 모르지만 박 대통령은 그렇게 안 하겠다는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 세계일보 2면
이런 상황에서 검찰 수사는 맹탕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일보는 “고검장을 팀장으로 특별수사팀까지 꾸리며 의욕적으로 시작한 검찰 수사가 결국 ‘맹탕’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며 “우 수석을 경질하지 않겠다는 청와대 방침은 검찰에 ‘우 수석 관련 의혹을 너무 세게 조사하지 말라’는 일종의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마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검찰 특별수사팀은 수사 초기부터 우 수석 봐주기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 29일 실시한 우 수석과 이 특별감찰관 등을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에서 우 수석의 가족회사인 ㈜정강에 대한 압수수색에서는 쇼핑백 하나 분량의 자료를 들고 나온 반면 이 특별감찰관 사무실에서는 여러 개의 박스를 들고 나온 것이 대표 사례다.

우 수석 처가(妻家)의 ‘(경기도) 화성 차명(借名) 땅’이 압수수색 대상에서 빠진 것도 문제다. 조선일보는 “검찰 입장에서 우 수석과 관련한 여러 가지 범죄 혐의 가운데 가장 쉽게 위법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화성 땅 의혹”이라는 검찰 출신 변호사의 말을 전하며 “이미 언론을 통해 확인된 사실들에다 수사기관만이 할 수 있는 계좌추적 등만 보태면 우 수석 처가의 차명 땅 보유로 인한 상속세 포탈이나 횡령 혐의를 증명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우 수석 아내가 부친에게 상속받은 땅을 2014년 11월 제3자로부터 매수해 취득한 것처럼 꾸몄고, 우 수석 역시 배우자 재산 신고 때 상속이 아닌 매입으로 거짓 신고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또 기흥컨트리클럽 주변의 다른 땅들도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제3자 명의로 차명 소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그럼에도 수사팀이 유독 화성 땅 의혹만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온다. 수사팀이 수사가 불가피하거나 우 수석이 방어할 수 있는 의혹에 대해서만 수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특별수사팀은 우 수석의 통화 내역 자료도 살펴보고 있다. 우 수석 처가가 넥슨에 부동산을 팔 때 우 수석이 넥슨 관계자와 통화한 적이 있는지, 우 수석의 아들이 의경 ‘꽃보직’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우 수석이 경찰 간부 등을 상대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런 수사는 큰 의미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조선일보는 “통화 내역은 최대 1년치만 통신사가 보관하게 돼 있어서 통화 내역 자료를 들여다보는 것은 사실상 수사에서 의미가 없다”며 “강남역 부동산 매매는 2011년의 일이고, 우 수석 장남이 운전병으로 선발된 시점은 지난해 4월이어서 이미 1년 4개월~5년이 흘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한겨레 4면

다음은 8월31일자 아침종합신문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당·청 ‘짜고 치듯’ 연일 비리 폭로전>
국민일보 <“밑 빠진 독 물 붓기” 한진해운 법정관리>
동아일보 <안보 이어 민생도 ‘强대强’ 여야>
서울신문 <“제2대우조선 없다”…한진해운 법정관리>
세계일보 <슈퍼급이라지만…“경기회복엔 역부족”>
조선일보 <예산 400兆시대, 미래 투자는 줄었다>
중앙일보 <대마불사 깨졌다 1위 한진해운 결국 법정관리>
한겨레 <청와대 “송희영, 대우조선 로비” 직접 폭로>
한국일보 <한진해운 ‘산소호흡기’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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