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새로운 대표 체제 하에서 사드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다. 새 지도부가 급격히 ‘전략적 모호성’에서 ‘사드반대’로 입장을 바꾸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정국이 여야 간 이념대결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27일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추미애 더민주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사드 당론’에 대해 언급했다. 추 대표가 대표가 되기 전 ‘사드 반대’ 입장을 내세웠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민주가  김종인 대표의 ‘전략적 모호성’에서 ‘사드 반대’로 입장을 선회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새누리당은 안보를 매개로 추미애 대표와 대립 각을 만들고 있다. 새누리당은 30일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사드 찬성을 당론으로 채택하기로 했다. 김현아 새누리당 대변인은 29일 “그동안 사드배치 관련해서 당내에 이론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것을 당론화하는 공식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 제안이 있었다”고 말했다. 추미애 대표가 사드 반대를 당론으로 정할 것이라는 움직임이 일자 새누리당은 ‘사드 찬성’ 당론으로 맞서겠다는 뜻을 보인 셈이다.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정책연구원에서 열린 '한반도 사드배치의 주요 이슈와 대응전략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 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더민주는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전해철 더민주 최고위원은 29일 CBS 시사자키 인터뷰에서 “당론화에 대해서 검토를 하겠다는 것이지, 당론화를 바로 추진하겠다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추미애 대표는 29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제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당론은 의원들의 중의를 모아 결정하는 것이므로 2일 의원 워크숍을 통해 정해질 것”이라며 “내 의견대로 관철하는 게 아니라 원내대표가 주재하는 의원총회에서 당론을 정하면 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속도 조절은 사드 반대 당론을 채택할 경우 새누리당이 짜놓은 ‘안보 프레임’에 말려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9월 정기국회가 사실상 ‘사드국회’가 되면서 정국이 더욱 경색될 수 있으며 이 경우 더민주가 강조한 여러 법안 개정 및 청문회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나아가 더민주 내에도 ‘신중론’의 입장을 취하는 의원이 다수 있다는 점에서 사드 반대 당론을 채택할 경우 당내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더민주가 반대 당론을 정하기보다 ‘제3의 방안’을 내놓는 데 집중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반대 당론만 채택할 경우 “북핵에 대한 대안을 내놓아라”는 새누리당이 공세에 시달릴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우 의원은 28일 “추 대표께서는 사드배치 말고 북한 핵미사일에 대해 당장 우리가 어떤 대비책이 있는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30일 민주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한반도 사드배치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토론회도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에 가까웠다. 김진표 더민주 의원은 ‘3단계 사드배치론’을 제시했다. 평시에는 1단계로 사드 기지만 배치해 놓고, 2단계로 키리졸브 등 한미 연합훈련을 할 때 C17 글로브마스터 수송기를 통해 사드 포대를 전개하는 훈련을 하고, 3단계로 적의 공격징후가 농후해질 때 사드 포대를 실제 전개하는 방안이다.

김 의원은 “이렇게 하면 북한의 위협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자신들을 겨냥했다는) 중국의 우려도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며 “이날 토론회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3단계 배치론이 당론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론회에 참석한 정경영 한양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는 “북한의 핵미사일 정책을 직시하고 사드배치에 따른 역기능적 파장을 동시에 고려하여 몇 가지 조건 하에 미국의 사드 배치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드부지를 선정해 진지를 구축하고 키리졸브 연습기간 사드전개 운용시험을 거쳐 작전배치하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가입하지 않고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조기에 구축하는 방안이다. 정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가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하여 핵미사일 위협을 제거할 경우 전개된 사드를 철수하고 진지를 폐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더불어민주당 사드대책위 간사인 김영호 의원이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 방문 일정을 위해 8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출국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도중 한 시민단체 회원의 피켓 항의를 받고 있다. ⓒ포커스뉴스


여소야대 국회를 차지한 더민주 입장에서는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을 대안으로 삼을 수 있다. 더민주의 한 의원은 “찬성이냐 반대냐로 입장을 정하기보다 국회비준을 받으라는 식으로 말해야 한다. 그래야 의회정치를 중시하는 미국도 납득시킬 수 있다”며 “중국도 결사반대에서 합의점을 찾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중국을 설득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30일 토론회에 참석한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가장 좋은 수습조치는 이제라도 정부가 국가안보와 외교정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고 규정하고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선언함으로써 국회의 향후 결정을 명분으로 배치를 취소하고 보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홍 연구위원은 “미국이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라며 “단지 정부의 결단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더민주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결정한 국민의당은 더민주의 반대 당론 채택을 압박하고 있다. 고연호 국민의당 대변인은 30일 논평에서 “사드 반대 당론채택을 주장하던 추미애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의 신임 당대표로 취임했다. 야당이 힘을 합쳐 성주 사드배치를 철회시키고 원점부터 국회에서 재검토하라는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적기가 된 것”이라며 “추미애 대표에게 성주 사드배치 철회 및 국회 비준 촉구안에 힘을 합쳐 한반도 평화그리고 더 나아가 동북아시아 긴장완화에 함께 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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