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준비 중인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를 비판하는 기사가 문화체육관광부 요청으로 수정되거나 삭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일보의 경우 조윤선 후보자를 비판하는 내용의 칼럼이 긍정적인 결론으로 바뀌었다.

조윤선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자는 16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 별관 2층에서 브리핑을 열었다. 같은 날 오전 10시 장관 후보자로 공식 발표가 난 후 열린 브리핑이었다. 청문회와 국회 이전에 장관 후보자가 기자를 상대로 브리핑을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브리핑은 1분만에 끝났다. 조 후보자가 가져온 글을 읽고 난 뒤 질의응답없이 자리를 떠났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1분 브리핑’이라고 비판했고, 조 후보자를 비판한 기사도 여러 건 게시됐다.

국민일보에 올라온 칼럼 <1분 브리핑의 의미>도 관련 내용을 다룬 기사였다. 8월17일 오후 18시26분에 홈페이지에 올라온 이 글은 “자신감이 넘쳐서 그랬을까”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뭔가 기대하고 있던 기자들이 어이없어 하며 ‘이거 뭐야’ ‘이건 코미디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는 내용도 있다.

▲ 8월17일 국민일보 홈페이지에 올라온 칼럼.
하지만 이 칼럼은 곧 수정됐다. 8월18일 지면에 실린 해당 칼럼의 제목은 <조윤선 내정자 할 일 많다>이다. “자신감이 넘쳐서 그랬을까” “뭔가 기대하고 있던 기자들이 어이없어 하며 ‘이거 뭐야’ ‘이건 코미디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는 문장이 사라졌다.

가장 중요한 점은 칼럼의 결론에 해당하는 마지막 문장이다. 원 칼럼은 “장관으로 임명된 후에도 각계 현장의 목소리를 허심탄회하게 듣기를 권한다. 그런 자세가 아니라면 내정자로서의 각오를 밝힌 1분 브리핑은 다분히 공명심에 사로잡힌 ‘1분 해프닝’에 불과했다”는 문장으로 끝난다. 

하지만 수정된 칼럼은 “장관으로 임명된 후에도 각계 현장의 목소리를 허심탄회하게 듣기를 권한다. 장관 내정자로서 선제적으로 각오를 밝힌 ‘1분 브리핑’이 현장과 적극적인 소통을 꾀하려는 첫 걸음으로 기억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으로 끝난다. ‘공명심에 사로잡힌 1분 해프닝’이라는 비판적 결론이 ‘소통을 꾀하려는 첫 걸음’이라는 긍정적 결론으로 바뀐 것이다.

▲ 8월18일 수정된 국민일보 칼럼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문화체육관광부 대변인실의 요청 이후 칼럼 내용이 수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칼럼을 쓴 이광형 기자는 2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문체부 대변인실에서 전화를 해 문장 중에서 몇 가지를 좀 수정해줄 수 있느냐고 요청했다. 그래서 데스크랑 논설실장한테 보고를 하고 수정이 된 것”이라며 “문체부 대변인실에서 몇 가지 이야기를 했고 이를 감안해서 논설실장이랑 데스크와 상의해서 고쳐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정렬 문체부 대변인 역시 “칼럼 내용에 관련해 팩트와 다른 부분에 대해 말씀드렸다. 칼럼이지만 다른 부분은 요청할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전체적인 주제가 바뀌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그것은 잘 모르겠고 사실과 다른 부분을 고쳐달라고 요구한 것이 (대화내용의) 주였다”고 밝혔다. 반면 박현동 국민일보 편집국장은 “후보자 쪽에서 전화가 와서 수정한 게 아니라 자체적인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조윤선 후보자의 장녀에 관련된 기사가 삭제되는 일도 있었다. 지난 26일 조윤선 후보자 청문회를 준비 중인 국회 교육체육문화관광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YG 엔터테인먼트, 채용공고도 내지 않고 조윤선 후보자 장녀 인턴채용’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조 후보자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근무하던 시절 조 후보자의 장녀가 채용공고도 없이 인턴으로 채용됐다는 내용이다.

여러 언론에서 이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를 썼다. 이데일리도 27일 오후 2시38분 <김병욱 의원, YG 공고도 내지 않고 조윤선 후보자 장녀 채용>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다음뉴스 메인에 기사가 올라가면서 1천 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으나 곧 기사가 삭제됐다.

▲ 8월27일자 이데일리 기사 갈무리
이 기사 삭제도 문체부의 요청 이후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보도자료, 그리고 기사 안에 포함된 조 후보자 장녀의 ‘Linked in’(기업용 소셜미디어) 프로필 캡쳐본이었다. 후보자의 장녀가 자신의 ‘Linked in’ 프로필에 YG엔터테인먼트 근무경력을 적시했고 김병욱 의원실이 이를 근거로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김병욱 의원실에 따르면 보도자료가 나간 뒤 문체부 청문회준비팀에서 주말에 연락이 와서 캡처본에 모자이크된 얼굴과 이름이 적시돼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문체부 청문회준비팀은 ‘이 캡쳐본만 뺀 보도자료를 한 번 더 내줄 수 있나’며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의원실은 27일 다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보도자료가 새로 배포되기 전 이데일리 기사가 삭제됐다. 박정렬 문체부 대변인은 “(기사에) 사진이 나와서 다른 걸 몰라도 그건 좀 부탁한다고 했던 기억이 있다. 사생활 문제라서(그랬다)”고 설명했다. 남궁덕 이데일리 편집국장은 “우리가 판단하기에 사진이 올라간 점도 그렇고 팩트가 부족하다고 판단해서 조치한 것이다. 다른 건 없다”고 밝혔다.

▲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포커스뉴스
문체부가 언론을 다루는 주 부처라는 점에서 문체부 장관 후보자 청문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이런 식의 대응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병욱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기사를 내려달라거나 고쳐달라는 데 후보자의 직접적인 요구가 있었다면 국정 홍보를 전담하는 장관으로서의 자격이 의심스러운 행위일 수 있다”며 “따라서 이에 대한 명확한 사실관계를 해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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