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이 주필직에서 사임했다. 청와대가 “부패 기득권 세력”이라며 조선일보를 겨냥한 ‘말 폭탄’을 투하한 지 불과 8일 만이다. 대우조선해양과 연루된 각종 비리 의혹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정권이 임기 말이라는 점에서 조선일보의 펜 끝이 또다시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난타전’ 1라운드는 송 주필의 사임으로 청와대가 가져갔다는 평이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거침없이 몰아부치던 조선일보의 논조도 수그러든 상황이다. 송 주필이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초호화 요트, 골프관광 등 부적절한 접대를 받았다는 친박계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29일 추가 폭로가 쇄기를 박았다. 

지난 8일 동안 계속된 청와대와 극우‧보수진영의 ‘조선일보 때리기’가 가시적 성과를 거둔 것이다. 

극우‧보수 인터넷 매체는 박근혜 대통령의 든든한 우군을 자처했다. 그간 박근혜 대통령을 두둔하고 호위하는 데 앞장섰던, 조선일보 보다 오른쪽에 위치한 인터넷 매체를 중심으로 송 주필 실명이 공개됐고 그에 대한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들은 송 주필의 출신지까지 거론하며 ‘지역주의’를 자극했다.

▲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 (사진=연합뉴스)
조우석 KBS 여당 이사는 지난 6일 자신이 주필인 인터넷 매체 ‘미디어펜’에서 박 대통령을 비판한 조선일보 칼럼에 대해 “조롱과 비아냥이 정당한 권력 감시이고 비판인가. 그 신문의 주필로 있는 송희영도 마찬가지”라며 “그는 한마디로 ‘조선일보의 유승민’이라고 보면 된다”고 비판했다.

조 이사는 “(송희영 주필이) 쓰는 글의 대부분은 경제민주화 쪽을 지지하는데, 조선일보라는 신문의 정체성과 심하게 부조화스럽다”며 “지금 그 신문은 특정 지역 출신들이 논조를 좌우하고 있는데, 송희영 역시 그쪽”이라고 썼다.

송 주필의 출신지인 전남 영암까지 문제 삼으며 지역주의를 자극했고 실제 극우사이트 일간베스트와 SNS에서는 호남 출신 조선일보 인사들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다.

조영환 ‘올인코리아’ 편집인은 지난 23일 “조선일보, 私感情으로 우병우를 헐뜯나?”라는 글을 통해 조선일보 사주를 겨냥했다. 

그는 “방상훈이 사주로 있는 조선일보는 왜 강천석 고문이나 송희영 주필이나 최보식 대기자 등을 동원해 보통 국민들이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몰상식하고 과도하게 우병우 청와대 정무수석 죽이기에 올인할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 23일자 올인코리아 조영환 편집인의 칼럼. (사진=올인코리아 화면 캡처)
이어 “지난 몇 주 동안 조선일보의 광적인 우병우 죽이기는 ‘언론이 공기(公器)가 아니라 방상훈 사장의 사기(私器)가 아닌가’하고 국민이 의심하게 만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조 편집인은 “방상훈 사장은 혹시 언론권력의 힘을 이용해 우병우 수석의 검사 시절이나 청와대 수석 시절에 자신이나 자신의 지인이 걸려든 사건들을 우병우에게 청탁했다가 외면당해서 언론권력으로 보복하는 것은 아닐까”, “방상훈 사장이 자신의 지인이나 TV조선 투자자가 저지른 범죄를 우병우 수석에게 선처해달라는 청탁했다가 거절당한 것은 아닐까”라며 조선일보 사주를 겨냥한 의혹과 비난을 이어갔다.

조 편집인은 종북좌익척결단 대표로 지난 7월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바른사회시민연대, 북한민주화청년학생포럼, 애국단체총협의회 등 극우‧보수단체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사드배치지지국민연대 집행위원장이기도 하다.

그는 “우병우의 개인 정보를 조선일보는 어디에서 그렇게 자세하게 확보해서 공격할까. 혹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던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MBC 보도 본부장 성추행’에 대한 허위 폭로를 극복하기 위해 우병우 처가의 강남땅 매매 의혹 정보를 제공한 것은 아닐까”라며 우 수석에 대한 조선일보의 의혹 배후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목했다.

뉴데일리는 지난 26일 대우조선해양 비리 의혹의 당사자로 송 주필의 실명을 처음으로 거론했다. 뉴데일리는 “어느 시점부터 조선일보는 친박(親朴)을 넘어 청와대를 겨냥한 비판을 수시로 쏟아내기 시작했다”며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조선일보의 비판 수위는 점차 높아가고 있다. 비판(批判)을 넘어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비난으로 치닫고 있다”고 보도했다.

MBC 고위 간부에게 시사 프로그램 패널 청탁을 했다가 논란을 일으킨 박한명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도 27일 “조선일보는 그동안 우 수석에게 제기된 여러 잡스런 의혹만을 갖고 세상에 둘도 없는 부패 인사 인양 몰아세웠다”며 “대한민국 1등이라는 언론사 주필이 연루된 의혹들을 깨끗이 풀고 처리하지 못한다면 조선일보는 청와대와 우병우가 아니라 한낱 좀도둑을 비판할 자격도 없다”고 조선일보와 송 주필을 도마 위에 올렸다.

MBC 해직기자인 이용마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9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MBC가 2012년 파업 당시 극우 성향 인터넷매체에 노조비판 기사를 사주한 것과 비슷한 양상”이라며 “조선일보를 잡기위해 극우 성향 인터넷매체를 동원한 것 아닌가”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송 주필을 둘러싼 보수 인터넷 매체의 맹공이 수상쩍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와 청와대간 정치적 공방 및 정치적 해석과 별개로 부적절한 접대 의혹은 그 자체만으로 조선일보나 송 주필에게 치명적 흠결을 남긴 상태다.

이와 관련해 송 주필은 29일 사임 의사를 밝히며 “이번에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서는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의혹에 휘말리게끔 저의 처신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독자 여러분들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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