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을 통해 기사를 보는 독자들은 주로 어떤 뉴스를 골라서 볼까. 각자의 경험을 반추해 보면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인상적인 사진이나 동영상이 ‘팡’하고 나타나는 뉴스, 혹은 궁금증을 자극하는 카피(copy) 문구로 클릭을 유도하는 기사.

뉴욕타임즈 기자들은 “왜 허핑턴포스트는 우리 기사를 베껴다 쓰는데 같은 기사가 우리보다 100배나 더 많이 읽히느냐”고 한탄했다고 한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허핑턴포스트코리아가 추구하는 전략은 수많은 언론사가 콘텐츠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SNS에서 어떡하면 허포코의 콘텐츠를 좀더 돋보이게 만들어 독자들의 유입을 만들어내느냐이다. 

허포코가 독자를 잘 끌어들일 수 있었던 비결은 ‘스플래시(Splash)’와 ‘카피(copy)’다. 스플래시는 영어로 ‘팡 터진다’는 의미로 한국식 표현으론 ‘호외’ 전략이라고도 볼 수 있다. 카피는 기사의 헤드라인 문구를 뜻한다.

김도훈 허핑턴포스트코리아 편집장
김도훈 허핑턴포스트코리아 편집장은 미디어오늘 주최로 25일 오후 건국대 서울캠퍼스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2016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 ‘스토리텔링의 진화-디지털 혁신, 뉴스 플랫폼의 변화와 저널리즘의 도전’ 강연자로 나와 “기사의 카피(제목)도 모바일 이용 독자들의 요구를 따라가기 위해선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편집장은 “어떤 기사의 카피를 쓸 때 정확히 특정 장소와 단어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페이스북으로 기사를 보는 독자들을 그런 것에 절대 얽매이지 않는다”며 “데스크톱이 아닌 작은 모바일 화면에서 사람들이 기사를 보는 것을 고려해 카피와 사진이 모바일 세대에 어울리는지를 모든 기자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포코의 모바일과 웹 페이지를 접속하면 눈길을 끄는 가장 큰 사진이 기사 카피와 함께 뜨는데 이게 바로 허포코의 스플래시 전략이다. 가령 유럽의 난민 문제를 불러일으켰던 에이란 쿠르디 소년 시신 사건이 터졌을 때 허포코는 기사 제목을 “아이가 죽었다 / 아이의 나이는 3살이었다 / 아이의 이름은 에이란 쿠르디였다”라고 달았다. 

김 편집장은 “대부분 언론이 몇 살 소년이 어디서 죽어서 유럽 난민 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식으로 카피를 썼다면 우리는 카피를 3단계로 썼다”며 “독자들에게 좀 더 감정적으로 전달하기 위함이고 어떤 때는 많은 정보를 안 주는 카피 문구(죽은 물고기 사진을 보여주며 ‘33만 마리가 죽었다’)로 독자들의 관심과 클릭률을 높였다”고 소개했다. 

25일 허핑턴포스트코리아 홈페이지 첫 화면 스플래시.
기성 언론의 기사 제목 문법을 파괴하는 카피 문구도 허포코에선 자주 볼 수 있다. 두산베어스 야구팀이 삼성 라이온즈를 꺾고 14년 만에 우승했을 때는 곰을 형상하는 이모티콘으로 제목을 달아 다른 매체와 다르면서도 두산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천재 이세돌 9단을 이겼을 때 기사 제목은 “ㅁ ㅣ ㅇ ㅏ ㄴ ㅎ ㅐ ㅇ ㅣ ㄴ ㄱ ㅏ ㄴ”이었다. 

“우리의 90%에 육박하는 독자들은 손안의 모바일로 기사를 본다. 이들은 신문 1면처럼 사진 구도가 좋다고 기사를 보지 않는다. 스크롤 올릴 때 멈춰서 봐야 하는 사진, 독자와 눈을 맞추는 사진들을 많이 쓴다. 감정적으로 독자에게 의미를 전달해 기사에 관심을 갖게 만든다. 우린 박근혜 대통령의 눈동자까지 볼 수 있게 사진을 크게 쓴다. 그래서 독자들이 ‘이렇게 사진 쓰지 마라. 내 눈앞에 있는 것 같다’며 항의를 많이 한다. 난 이런 피드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독자와 사진이 상호작용하는 거다.” 

김 편집장은 “이 모든 걸 편집장 혼자 하지 않는다. 기자가 기사를 만들고 기사 카피와 사진을 골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 각각 바이럴(Viral)하는 것까지 최종 책임을 진다”며 “이제는 모든 개별 기자가 사진과 카피로 스토리텔링을 하는 게 반드시 요구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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