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하이난항공이 한국인 항공 승무원 채용을 위한 신체검사 과정에서 응시자에게 속옷만 입은 채 외과 부문 검사를 받게 해 응시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줬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12월 하이난항공 한국인 항공 승무원 최종면접을 통과한 응시자 280여 명은 12월21일부터 23일까지 100여 명씩 세 차례에 걸쳐 중국 베이징에서 신체검사를 받았다.

문제가 된 전형은 다리를 쪼그리고 앉은 채 10초 이상을 걷는 오리걸음 검사였다. 지원자들은 주최 측의 지시에 따라 겉옷을 모두 탈의하고 속옷만 입은 채 검사에 임했고 이 과정에서 성적수치심이 일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최종 합격자가 단체로 모여있는 한 대화 메신저 대화방에는 신체검사가 시작된 21일 “야만적이다” “각오 단단히 하고 와라” “끝나면 기분이 안 좋으니 산책할 준비를 하고 와라” 등의 토로가 쏟아졌다. 시험을 본 한 응시자는 “(내가) 여자여서 신체검사에서 속옷만 입고 진행하는 부분이 아주 아주 불쾌했다”고 직접 밝혔다.

이후 검사가 예정돼있었던 일부 응시자는 이에 대비해 스포츠형 속옷 등을 직접 준비해가기도 했다. 실제로 21일 시험을 본 응시자들이 곧 시험을 볼 응시자들에게 “큰 속옷을 준비해오는 등 대비를 해오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 중국 하이난항공 자료사진. (사진=중국해남항공 홈페이지)
 

응시자들 사이에서는 오리걸음 검사가 관절상태 확인을 위한 시험으로 알려졌으나 이같은 방식으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비판도 함께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권수정 전국 운수산업노동조합 아시아나항공지부 조합원은 4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입사지원자를 향한 성적 괴롭힘이면서 엄청난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권씨는 “중국 항공사 대부분이 지원자들의 수영복 심사를 볼 정도로 항공사들의 여성인권에 대한 인식이 낮다”며 “한국 지원자들로선 한국도 아닌데다 중국 사기업이기 때문에 문제제기를 할 통로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외국 항공사 승무원 출신의 한 항공사 입사 전문 학원 강사는 “속옷만 입고 신체검사를 치렀다는 얘기는 처음듣는다. 오리걸음 검사가 필요하다고 해도 탈의할 필요가 없는 검사”라면서 “입사지원자들은 취업이 우선이어서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한 번 참자’ 생각하고 넘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이난항공 인사책임자는 이메일로 문의를 주면 회사의 입장을 밝힌다고 답했으나 4일 현재까지 답장을 하지 않았다. 전화 연결도 되지 않아 유선 상으로도 회사의 입장을 확인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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