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넷은 거의 공장이다. 몰카 공장.” 몰래카메라 범죄물이 가장 활발히 유포되는 ‘소라넷’ 사이트를 감시하며 몰카피해자들과 소통해 온 ‘소라넷고발프로젝트’ 대표가 한 말이다. 지난 8월 ‘워터파크 몰카사건’으로 수면위로 떠오른 한국의 ‘몰카범죄’는 통제책이 부실한 점을 이용해 오랫동안 활개를 치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든 찍고 유포할 수 있다’ 몰카 범죄의 핵심을 드러내는 말이다. 제작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이 수월히 이뤄져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지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돈 들이지 않고도 장비 준비가 가능하며 촬영물 공급처도 온라인 공간 도처에 조성돼있다. 유포를 해도 처벌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범법에 대한 두려움도 옅다.

경찰이 발표한 ‘최근 5년간 카메라등을 이용한 몰래촬영 범죄 현황’을 보면 2014년에만 범죄가 6623건 발생했다. 2011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심각한 몰카 범죄가 얼마나 쉽게 이뤄지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몰카의 제작부터 유포까지를 체험과 사례분석, 관계자 증언 등을 통해 직접 재구성해봤다. 그 결과 ‘비용없이 10분 안에 500여 명에게 촬영물을 유포할 수 있는 범죄’임을 확인했다.

몰카범이 되는데 필요한 건 ‘욕망’밖에 없다

준비물은 매우 간단했다. 초소형카메라나 무음카메라 애플리케이션이면 충분하다. 구글이나 네이버에 ‘초소형카메라’를 검색하면 구입사이트만 10곳이 넘게 뜬다. 정품인증을 받은 초소형카메라는 합법적으로 유통되는 상품이다. 볼펜형, 차키형, 시계형 등은 널리 알려진 제품이고 USB형, 카드지갑형, 위장단추용 등이 근래 알려진 제품이다. 손톱만한 크기의 후방카메라도 위장몰카로 쓰이는 추세다.

카메라는 용산전자상가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녹음기나 전파·통신장비를 파는 매장이면 으레 초소형카메라를 판다. 언론인, 보험사 관계자 등 주 고객층이 형성돼있기 때문에 물량은 항상 준비돼있다. 중국산 불법 제품을 제외하면 가격은 십만원 중반부터다. ‘워크파크 몰카사건’에서 쓰인 몰카는 휴대폰케이스형이었고 그 외 사건들에선 USB와 볼펜형도 종종 발견된다. 구두나 쇼핑백에 후방카메라를 넣어 여성들의 치마 속을 찍은 범죄자도 있었다.

무음카메라 앱은 초기비용도 들지 않는다. 거의 모든 앱이 무료기 때문이다. 최소 50여 개가 시중에 유통되는데 일부 앱은 ‘검은 스크린’, ‘인터넷창 모드’ 등의 위장모드를 두고 있다. 몰카를 찍는 데 용이한 장치가 이미 앱에 장착돼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 앱개발자가 직접 몰카앱을 개발해 몰카범죄를 저지르고 음란사이트에 유포시킨 사례도 있다.

몰카범죄가 일어나는 시간과 장소는 매우 다양하다. 화장실, 샤워실, 고시원방 등 사적인 공간부터 버스, 지하철, 역 안 계단 등 공공장소와 찜질방, 강의실, 대형마트 등의 다중이용시설까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길거리 여성들의 몸을 무차별적으로 찍은 몰카물도 많다. 특히 연인이나 성판매여성과의 성관계를 촬영한 영상물 비중은 압도적이다. 이 경우 숙박업소도 추가된다. 몰카범죄물이 공유되는 대표적인 사이트 ‘소라넷’ 훔쳐보기 게시판의 촬영물을 보면 낮밤 가릴 것 없이 몰카가 감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몰카범죄 사진의 대부분은 몰카범이 스마트폰으로 직접 찍은 것이다. 화장실에서도 칸막이 사이를 이용해 직접 촬영을 시도하다 체포된 범죄자도 있다. 홍보포스터 뒤에 은밀히 숨겨진 초소형카메라가 여성 탈의실과 샤워실을 촬영한 적도 있다. 하숙집 주인의 아들이 한 하숙생 방에 몰래 들어가 책상 밑에 USB형 카메라를 설치한 사례도 있다.

   
▲ 지난 9월9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 압수된 각종 몰래카메라들이 놓여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달부터 진행된 불법 몰래카메라 집중 단속에서 전파법상 적합성 검사를 받지 않은 제품을 유통한 13개 업체, 18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 연합뉴스
 

 

한 번 유포되면 걷잡을 수 없는 몰카 범죄 피해

촬영물을 어디다 올릴 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 부담도 적다. ‘소라넷’이라는 공공연한 1차 유포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소라넷은 가입회원만 100만 명이 넘고 글 한 개의 하루 조회수만 6만이 넘는 한국의 가장 큰 성인물 사이트다. 무엇보다 실명인증과 나이인증이 필요없어 허위정보를 기재해 가입할 수 있으며 모든 회원이 글을 쓰거나 볼 수 있다. 소라넷에 가입하고 글을 쓰기까진 2~3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게시물은 다방면으로 유포된다. 소라넷 게시판에는 ‘나도 달라’는 말과 함께 메일주소를 남긴 댓글이 수두룩하다. 이런 식으로 메일과 쪽지를 통해 회원들 간 촬영물 공유가 이루어지고 다른 유사사이트 및 P2P 사이트에 촬영물 유포가 이루어진다. 2, 3차 유포가 가능한 유사사이트들만 50여 개가 있다. 음란물 올리는 일을 주업으로 하는 ‘헤비업로더’는 성인사이트와 P2P사이트에 상주하며 몰카촬영물을 수시로 유포한다.

이 외에도 촬영물 공유는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진다. 즐톡, 영톡 등 채팅앱에는 피해자의 직업, 성별, 나이 등의 조건을 밝히며 ‘몰카 교환하실 분’이라 적힌 방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카카오톡으로도 음란물 공유는 활발히 이루어진다. 최근엔 ‘텀블러’가 해외계정을 이용해 몰카범죄물을 저장하고 유포하는 주요 거점이 되고 있다. 한 이용자는 여자친구의 나체를 몰래 찍은 사진을 연재하는 텀블러를 운영해 현재까지 110장의 사진을 업로드한 상태다. 몰카범죄물은 한 번 유포되면 2·3차 유포를 통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 무음카메라 애플리케이션. 대부분이 무료로 공급되고 있다.
 

몰카촬영물 유통 공간은 몰카 범죄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자 역할도 한다. 게시판에는 ‘대단하다. 한 수 배우고 싶다’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 이 여성으로 더 찍어 올려달라’ 등 범죄를 미화하고 조장하는 댓글이 대부분이고 수위가 높은 사진일수록 응원의 댓글이 많이 달린다. 술에 취한 심신미약 상태의 여성을 몰래 찍어 강간을 모의하는 글까지 올라오는 실정이지만 사이트 운영자는 제지하거나 개입하지 않는다. 회원들의 지지와 운영자의 방관 속에서 몰카촬영물은 자신의 공간을 안정적으로 제공받는 상황이다.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소라넷 고발 프로젝트 대표 A씨는 “피해자는 손 쓸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자신이 몰카의 피해자가 된 것을 알아차리게 되는 시점도 늦을 뿐더러 유포된 게시물을 삭제할 마땅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한 피해자는 사이트 운영자에게 게시물 삭제를 요청했다가 바로 강제탈퇴를 당했다. 또 다른 피해자도 해당 사이트 운영자에게 삭제요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표 A씨는 “피해자들은 하루에 몇 번이고 촬영물이 올라왔는지 확인하고 추적하면서 피폐해지는 것은 예사며 주변에 알려질 경우 퇴사를 하게 되거나 사회적 매장을 당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경찰로부터 “인터넷에서 유포되는 사실만으론 증거를 찾기 힘들어 대응을 못해준다”며 “영상을 어디서 찍었는지, 찍은 사람은 누구인지를 확실히 기억해야 하고 물증을 대야한다”는 말을 듣고 결국 고소를 취하하게 된 경우가 많다. 피해자가 기댈 유일한 기관이 경찰이지만 현장체포범이 아닌 경우에야 경찰은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

피해자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통신민원’을 접수하면 해당 촬영물에 삭제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그러나 동영상이 올라간 사이트를 특정해서 신청해야 한다는 맹점이 있다. 피해자는 온라인기록삭제대행업체를 찾게 되는데 한 달 비용이 국내 사이트 관리 150만원, 해외 사이트 관리 150만원으로 총 300만 원에 달한다. 울며 겨자먹기로 업체를 이용하는 피해자가 있지만 영상이 다시 유포될 가능성은 상존한다.

피해자가 가장 무력해지는 부분은 유통의 거점이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라는 것이다. 경찰의 수사 권한과 방심위의 기록 삭제권한이 미치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다. 소라넷은 미국에, 맨존, 아메센터, 밍키넷 등 유사사이트는 중국에 서버를 두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사이트 폐쇄 조치를 내릴 수 있으나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는 도메인만 교체하면 이 조치를 우회할 수 있다. 이들은 교체된 도메인을 해외 계정 사이트 트위터를 이용해 알리고 있다.

“피해자가 조심한다고 해결될 범죄가 아니다”

잇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몰카범죄와 관련한 법은 이미 마련돼있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느냐”라고 지적했다. 성폭력특별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4조에 따르면, 피해자 의사에 반하면서 성적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촬영에 대해서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이 내려지고 유포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정보통신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44조도 인터넷 사이트에 성관계동영상 등을 올려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처벌 규정도 명시하고 있다.

때문에 일선 수사기관 및 사법기관에서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잇을 활동가는 “몰카전담반이 있지만 보통 지하철 등의 현장범을 잡는데 치중돼 실질적으로 한계가 있다”면서 “몰카 유포는 피해자의 지인이 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 수사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밝혀낼 수 있는 문제여서 최초유포자 수사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잇을 활동가는 촬영물 삭제에 대해서 “방심위를 통한 기존의 삭제조치는 전체 유포량에 비해 지극히 일부라 한계가 크다”며 “다방면의 범죄물 삭제 조치가 고민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구글과 트위터는 몰카범죄 영상 삭제 요청에 따라 자신의 사이트에 있는 문제 영상을 삭제해주고 있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활동가는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동영상 삭제를 위해 미국 수사기관에 수사를 요청하고 미국 법원에 소송을 하여 구제 받는 수단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법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현아 대한변호사협회 여성변호사특별위원회 집행위원은 지난 7일 열린 제8차 여성가족 포럼에서 ‘몰래카메라 촬영 및 유포 범죄 처벌을 위한 입법제언’ 발표했다. 김 변호사는 사생활 침해 금지와 관련된 정보통신망법 조항 개정을 제안하며 “주거지, 목욕탕, 화장실, 탈의실 등 주거와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특별히 보호돼야 할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서의 몰래카메라 촬영·중계는 (그 자체로) 처벌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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