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9일 충격적인 수준의 청소년 성매매 알선 조직이 검거됐다. 수원의 한 폭력 조직원 48명이 가출청소년 19명을 이용해 성매매를 알선하고 총 1억5000여만 원의 ‘화대’를 챙긴 것이다. 청소년 성매매의 조직화·대형화 실태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청소년 성매매는 인터넷과 앱을 통해서 놀라울 정도로 확장하고 있다. 블로그, 구인구직 사이트 등에서 성매매 알선 전단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며 각종 채팅 앱엔 ‘조건만남’ 알선 글이 즐비하게 쏟아진다. 이런 채팅 앱만 38개가 있다. 십대여성인권센터는 성매매에 유입된 청소년의 90% 이상이 인터넷과 스마트폰 앱으로 유입됐다고 밝혔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청소년 대상 성매매 사범 검거 건수는 2010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상황이다.

그러나 성매매 피해자를 지원하는 법체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성매매 대상이 된 청소년은 법적으로 피해자가 되지 못한다. 곧바로 ‘대상아동·청소년’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대상청소년은 소년법상 ‘죄를 범한 소년’과 같게 취급되며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을 받는다. 성매매 피해 청소년들은 피해 사실이 있어도 처분을 피하려고 신고하지 않고 알선자와 성매수자는 이를 악용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른바 인권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이다.

   
▲ 19일 토론회에서 문선주 인천지방법원 소년부 판사, 조주은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 김진 세이브더칠드런 외국변호사 등 각계의 관계자가 모여 성매매 피해 청소년 법적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십대여성인권센터는 지난 19일 오후 서울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대상청소년에 대한 보호처분, 교육인가? 처벌인가?’ 토론회를 열어 현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대상청소년’ 규정과 ‘보호처분’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매매 피해 청소년도 성범죄의 ‘피해아동·청소년’에 포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발제자로 참여한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피해 당사자들은 당장 ‘보호처분’ 앞에서 도움 요청을 주저한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수사 경찰관이 ‘너도 처벌받는다’고 말해서 성매매 피해를 고소하지 않는 사례나 성매수자가 직접 ‘너도 성매매를 해서 처벌되니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관계를 강요한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함께 발제자로 나선 강정은 변호사도 “피해청소년들이 소년원에 송치되면 강력범죄를 저지른 청소년과 같은 보호처분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호처분은 기본적으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기 때문에 국가에 의한 강제 처분”이라며 “경찰에 입건되면 범죄기록, 수사경력 자료가 남고 향후 범죄의 상습성을 인정하는 증거자료가 된다”고 덧붙였다.

현행법은 실제 피해자의 도움요청을 묵살하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십대여성인권센터 상담결과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 청소년이 피해 사실을 호소해도 예전에 성매매를 했다는 이유로 피해자가 아닌 ‘대상청소년’으로 분류돼 적절한 지원을 못받는 사례가 많다. 대상청소년은 성매매 피해 청소년임에도 국선변호사 선임이 불가하고 전문 지원기관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조 대표는 “대상청소년은 위기청소년교육센터에서 40시간 교육받는게 지원의 전부다. 이런 상태에서 이 친구들은 ‘성매매 예비군’이 되고 계속해서 악순환이 될 것”이라 지적했다.

무엇보다 문제인 것은 현행법은 성매매 근절에 전혀 기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청소년 성매매가 사회구조적인 요인과 긴밀히 연관된 탓이다. 대부분의 청소년 성매매는 가정폭력, 성폭력 등으로부터 도망치는 ‘탈출형 성매매’나 가출로 인해 생계비 마련에 나선 ‘생계형 성매매’다.

강 변호사는 “청소년에게 ‘성매매 결정이 자발적이었는지’를 묻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대상아동·청소년’을 분류해 범죄자로 낙인하고, 결과적으로 지원서비스에서 배제한 것은 성매매 문제를 해결하는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 십대여성인권센터 활동가가 지난 달 25일 국회 앞에서 청소년 성착취 범죄 근절 대책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십대여성인권센터
 

‘대상청소년’ 규정과 ‘보호처분’ 조항이 폐지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을까. 무엇보다 관점의 변화가 큰 성과라는 지적이다. 성매매 경험 청소년을 범죄의 주체로 보는 관점에서 보호와 지원의 대상으로 관점이 변화하는 것이다. 낙인과 처벌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성매매 피해자들이 법적 도움 요청을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자발성 등의 이유로 미성년자 성매매가 정당화되는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도 있다.

일부 서구 국가들은 아동·청소년 성매매를 이미 ‘성적 착취’로 규정하고 있다. 토론자로 참여한 김진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팀 대리는 “미국 일리노이는 성매매 청소년을 구출하고 보호하는데 초점을 둔 아동안전법을 제정했다”며 “추가적인 구금은 또 다른 트라우마를 불러올 수 있고 청소년의 건강과 발달에 큰 해가 되므로, 그들을 범죄자로 인식해 형사 절차를 거치게 하는 것이 아닌, 포주로부터의 협박과 2차 피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법의 주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관점의 변화와 더불어 필수적인 것은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교육·지원체계다. 수사현장에서 직접 피해청소년을 만나는 김학운 서울지방경찰청 광역단속수사2팀장은 “각자에게 맞춤별 교육이 제공되고 지속적인 사후 관리 시스템이 있다면 성매매 재유입은 줄어들 것이다. 위탁기관이 더 많이 설립되고 법원과 긴밀하게 연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발적 성매매’는 여전히 논란이 되는 쟁점이다. 이에 대해 조진경 대표는 “성적자기결정권을 인정하는 논리 때문인데, 그런 논리라면 선거권도 만 13세 이상에게 모두 부여하라”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이어 “아이들이 미성숙하다는 이유로 선거권을 주지 않으면서 왜 성적자기결정권만 인정하느냐. 10대에게 주어진 권리는 성적자기결정권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청소년의 일탈을 구조적인 원인에만 둘 수 없고, 대책이 과도히 온정주의로 흐르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학운 수사팀장은 “극악한 수준의 청소년 범죄가 존재하고 범죄의 중대성을 전혀 깨닫지 못하는 아이도 있다”며 “온정주의로만 흐르지 않게 처분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문선주 인천지방법원 소년부 판사는 “소년부 재판 경험상 범죄에 연루된 청소년들이 하나같이 학대, 폭력의 피해자였다”며 “보호와 도움을 중심으로 하는 보호체계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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