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득중 쌍용자동차지부 위원장이 단식을 시작한 지 34일째 접어든 3일 오후, 평택 쌍용자동차 정문 앞에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쌍용차 노사는 정리해고 문제를 위한 교섭을 8개월째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며, 해고자 5명은 대주주인 마힌드라 그룹을 압박하기 위해 인도 원정 투쟁에 나섰다.

쌍용자동차 범국민대책위원회와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 주최로 모인 이날 범국민대회에는 시민 1200여명(주최측 추산)이 참석해 “이번에야말로 쌍용차 해고자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범국민대회에는 쌍용차 해고자들 뿐 아니라 비슷한 처지의 노동자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 세월호 유가족 등이 참가해 힘을 보탰다. 모두 그간 쌍용차 해고자들이 힘을 보탰던 곳이다.

범국민대회는 학생들의 학교 정책 반대 운동에 편을 들었다는 이유로 한신대에서 해임된 비정규직 강사 우승명씨의 발언과 함께 시작됐다. 우씨는 “해고는 사망선고와 마찬가지며 당사자에겐 생계의 문제이자 삶에 대한 계획과 희망의 문제”라며 쌍용차 노동자들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3일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정문 앞에 시민 1200여 명이 모여 쌍용자동차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손가영 기자
 

송전탑 건설에 맞서 싸워온 밀양 주민들은 집회 참가를 위해 일찍부터 밀양을 나섰다고 했다. 구미현씨는 이날 단상에 올라 “송전탑이 세워져 우리는 삶터와 일터를 동시에 잃었다. 그럼에도 아직도 더 빼앗아갈 것이 있는지 법원이 벌금과 실형을 때리고 있다”며 “이런 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해선 우리 모두 힘을 합해 싸울 수밖에 없다”고 연대의 이유를 설명했다. 밀양 주민들은 송전탑이 완공된 이후, 탈핵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 역시 마찬가지다. ‘성호엄마’ 정혜숙씨를 비롯한 세월호 유가족 4명도 이날 범국민대회에 함께했다. 정씨는 “세월호 유가족도 쌍용차를 응원하기 위해 자리했다”며 “아픔을 직시하지 않으려는 마음을 우리 사회가 버렸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현재 정씨는 4.16가족협의회에서 대외협력분과에 속해 안산, 광화문, 청운동을 오가며 세월호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일을 계속 하고 있다.

쌍용차 해고자들과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해고 노동자들은 “쌍용차 투쟁이 잘 해결돼야 희망이 보인다”라고 입을 모았다. 경북 구미의 아사히글라스 차헌호 노조위원장은 “이제 우리도 백일에 접어들었지만 더 힘차게 투쟁해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강원도 삼척에 위치한 동양시멘트 해고자인 안영철 노조 사무국장은 “노동자들을 다 죽이는 게 해고”며 “전국에 있는 해고자끼리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식 34일 째인 김득중 위원장이 3일 평택 쌍용자동차 앞에서 열린 범국민대회에서 "손해배상 철회와 비정규직 복직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발언하고 있다.
손가영 기자
 

이날 집회 첫 줄에 앉아 자리를 지킨 국회의원들은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모색중이라고 밝혔다.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제도적인 틀 내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봤지만 쌍용자동차 측이 복직 약속을 전혀 이행하지 않는다”며 “현재로선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밝혔다. 동시에 은 의원은 “그렇다 하더라도 손해배상 가압류 문제는 꼭 해결할 것”이라며 “10월 중순에 토론회를 거쳐 법안 발의까지 추진할 것”이라 말했다.

쌍용차 해고자들은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김득중 지부장은 이날 마지막 발언자로 나서 “지난 7년 동안 복직을 희망하고 함께 투쟁했던 단 한 명의 동지도 배제할 수 없다. 손배가압류 또한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단식 중도 포기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희들이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한 걸음에 주시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우리는 7년을 버텨왔다”며 집회 참가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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