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위원 5명을 추천한 가운데 위원들이 진상조사에 부적합한 인물이라 모두 교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새누리당이 추천한 위원들이 세월호 참사 오보를 적극 감싸거나, 세월호 참사의 최종책임자로 특조위의 조사 대상인 집권여당·정부와 가깝기 때문에 진상규명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새누리당은 지난 11일, 상임 조사위원으로 삼성비자금의혹 특별검사보를 지낸 법무법인 하우림의 조대환 대표변호사, 비상임 조사위원으로 고영주 방송문화진흥원(방문진) 감사, 차기환 방문진 이사, 법무법인 대호의 석동현 고문변호사, 황전원 전 한국교총 대변인을 선정했다. 15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대책회의)는 새누리당의 특별조사위원회 위원 추천을 규탄했다. 

   
▲ 15일 오전11시,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새누리당의 특별조사위원회 위원 추천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박래군 대책회의 공동위원장은 “새누리당은 진상 조사를 하기 위해 추천한 것인지, 진상조사를 방해하기 위한 돌격대인지 알 수가 없다”며 “(여당이) 추천한 위원들을 보면 한 명도 독립적으로 진상 조사를 할 거라 기대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석운 세월호참사진상규명위원회 공동대표는 “고영주 변호사는 용공조작 사건에 참여했고, MBC의 세월호 전원구조 오보를 옹호하던 사람”이라며 “이런 사람을 추천하는 것은 국민을 능멸하는 작태”라고 지적했다. 

비상임위원으로 추천된 고영주 변호사는 방문진 감사로 지난 6월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 오보 등 MBC보도에 대한 이진숙 보도본부장의 해명을 요구하는 방문진 이사회 자리에서 “해경이 79명을 구조했는데 (MBC보도에서는) 왜 한 명도 구조하지 못 했다는 식으로 보도하느냐”, “선박 회사에 비판을 집중하는 게 아니라 정부를 왜 끌고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라고 말해 비판을 받았던 인물이다. 또한 영화 <변호인>의 소재가 된 부산 부림사건 당시 공안담당검사였다. 

   
▲ 여당 몫 세월호 특조위 위원으로 추천된 고영주 방문진 감사. ⓒ 연합뉴스
 

비상임위원으로 추천된 차기환 방문진 이사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차 이사는 SNS를 통해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의 극우 성향의 게시물을 퍼나르고, 세월호 유가족의 특별법을 반대한 인물이다. 시민모임 ‘리멤버0416’에서 활동하는 권지인씨는 “차기환 이사는 (김현 의원 및 세월호 유족의) 대리기사 폭행사건 때 법률대리를 맡아 세월호 유가족과 대척점에 서 있던 사람으로 이번 조사의 부적절한 이해관계인”이라며 “이분에게 어찌 진상규명과 안전사회를 기대하겠나”라고 비판했다. 또한 차 이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방문진 이사로 재임하며 엄기영 전 MBC사장을 몰아내고 김재철 사장 인선을 도운 인사로 비판을 받았다. 

박래군 위원장은 “정치적 독립성 없는 부적격 위원 추천을 철회하고 새누리당이 위원 5인 후보자의 당적 보유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4·16세월호참사진상규명및안전사회건설등을위한특별법’(특별법) 제11조에 따르면 ‘정당의 당원’이나 ‘선거에 후보자로 등록한 사람’등은 위원이 될 수 없다. 

이재근 대책회의 상황실장은 “특별법에 위원자격요건을 이렇게 규정한 취지는 조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며 “당원이거나 당원이었던 사람을 추천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특별법 제4조에서는 ‘위원회는 그 권한에 속하는 업무를 수행할 때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고 업무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유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이번에 여당 몫 세월호 특조위 위원으로 추천된 차기환 방문진 이사의 트위터 글.
 

하지만 여당 특별조사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을 맡을 조대환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또한 2008년에는 삼성비자금 의혹 특별검사보를 지냈지만 삼성그룹의 사건을 수임해 이중대리로 비판받았던 인물이다. 박래군 위원장은 “조대환 변호사는 이미 삼성 특검과정에서 객관적으로 조사할 능력이 없다고 증명된 사람”이라고 말했다.

황전원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대변인은 2007년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경선후보 캠프에서 활동했고, 2012년 총선 때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하는 등 친박계 인사로 분류된다. 석동현 변호사는 2012년 성추문 검사 사건으로 지검장 직에서 물러났으며 지난 7·30 재보궐선거 때 부산에서 공천을 신청했다. 

박석운 공동대표는 “세월호 특별법의 목적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이라며 “진상을 은폐하기 위해 정부·여당에서 파견한 트로이 목마에 탄 특공대로 어떻게 진상규명을 하겠냐”고 비판했다. 박래군 위원장은 “새누리당 의원들은 유가족들에게는 진실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겠다고 말하고 뒤에서는 진상규명을 반대하는 위원들을 추천했다”며 “이번 인사를 누가 했는지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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