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는)정당한 행위였다. 빨갱이 신은미 나와라”  

지난 10일 전북 익산토크콘서트에서 발생한 테러와 관련한 황선·신은미 기자회견이 어버이연합 회원들의 방해로 시간과 장소가 변경됐다. 이날 전북 익산에서 열린 황선·신은미 토크콘서트 도중 인화물질에 의한 테러로 2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가운데 대한민국어버이연합(어버이연합) 회원들은 11일 오후 4시, 서울 경향신문 별관으로 예정됐던 두 사람의 기자회견을 무산시켰다. 시간과 장소를 옮겨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신변의 위협을 느낀 신씨는 참여하지 않았다.
    

   
▲ 11일 오후 3시, 황선·신은미 기자회견을 무산시키기 위해 어버이연합 회원 50여명이 서울 경향신문 별관을 막아섰다.
 

기자회견이 열리기 1시간 전인 오후 3시, 황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과 재미교포 신씨가 입장을 발표하기로 했던 서울 경향신문 별관 앞에는 어버이연합 회원 50여명과 충돌을 막기 위해 출동한 경찰 500여명에 의해 건물 출입이 통제됐다.  

어버이연합 한 회원은 “빨갱이들이 하는 행사를 막는 게 우리의 목적이니 5시까지 여기 있을 계획”이라며 “오후 7시에 세종대에서 하는 인권콘서트에도 우리가 가서 다 불 질러버리겠다”고 말했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경향신문 별관 건물 출입을 통제하며 시민과 취재진을 향해 욕설을 하며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어버이연합 다른 회원은 “오늘 2시로 예정된 경찰조사도 받지 않는 신은미가 서울 한복판에서 기자회견 한다는데 (우리가) 가만있을 수 있느냐”고 말했다. 회원은 지난 10일 전북 익산 토크콘서트에서 있었던 테러에 대해서 “빨갱이들이 하는 말을 막기 위한 정당한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오후 4시 30분경 철수했고, 기자회견은 장소를 옮겨 서울 중구 향린교회에서 5시 20분에 진행됐다.    

   
▲ 11일 오후, 서울 중구 향린교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이 발언하고 있다.
 

황 전 부대변인은 “어제 익산 토크콘서트에서 테러를 저지를 학생을 만났는데 사제폭탄을 만든 것도 던진 것도 그 아이가 아니”라며 “우리 사회가 만든 이 무거운 짐을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아이가 짊어지게 하는 것에 반대하고 선처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황 전 부대변인은 “분단체제와 어른들이 만든 갈등 탓에 피의자 오씨가 테러에 휘말리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황 전 부대변인은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는 소식도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다”며 “10일 전북 익산, 11일 부산에서 토크콘서트가 열려 내가 서울에 없는 것을 수사당국이 아는데 주인도 없는 곳을 압수수색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황 전 부대변인은 “신씨가 오후 2시에 검찰에 출두하지 않았다는 언론보도를 봤는데 우리는 압수수색이나 소환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11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는 황 전 부대변인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황 전 대변인 측 관계자는 “익산토크콘서트 주변에는 소방차들이 많았고 일이 터지자 순식간에 감식반이 와서 사고 현장을 수습했다”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 예고 범죄를 선언했고, 경찰이 시설보호요청과 신변보호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황 전 대변인도 “전문가들에게 이날 사용된 폭발물이 고등학생이 만들기 어렵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오후 8시 35분, 테러 피의자인 고교생 오씨는 전북 익산에서 진행된 토크콘서트에서 인화물질을 강연자에게 던지려다 제지당했다. 이 과정에서 청중 200여명이 긴급 대피하고 2명이 화상을 입었다. 오씨는 현장에서 검거돼 전북 익산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 11일 오후 3시, 황선·신은미 기자회견을 무산시키기 위해 어버이연합 회원 50여명이 서울 경향신문 별관을 막아섰다.
 

11일 오전 11시, 익산경찰서 수사과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피의자 오씨가 범행 일체를 자백해 11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익산경찰서 수사과 관계자는 “피의자가 술을 마신 상태였다”며 “앞으로 피의자의 사전 공모나 공범이 있는지 수사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익산경찰서에 따르면 피의자는 약 5개월 전 인터넷 사이트에서 불꽃놀이를 하기 위해 구입한 화학 약품을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 피의자 오씨는 평소 북한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가 ‘신은미·황선 토크콘서트’가 개최된다는 소식을 듣고 미리 준비한 양은냄비에 폭발성 화학약품으로 제조한 로켓캔디, 적인과 황을 섞은 점화제를 담아 불을 붙여 강연자들에게 향하다 주변사람들에게 제지당했다. 
 
전북지역 20여개 시민단체들은 11일 오전 11시, 전북 익산 신동성당에서 기자화견을 열고  “분단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기획한 통일토크콘서트가 폭탄테러로 중단된 것에 대해 분노한다”며 “종편과 보수언론, 보수단체, 공안당국의 종북 소동은 19살 청소년을 폭탄테러범으로 만드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번 참사의 모든 책임은 종편과 보수언론 등에 있다”며 “신씨가 북한을 지상낙원이라 표현한 적이 없는데 종편을 비롯한 보수언론은 허위·왜곡보도로 종북몰이를 이끌었다”고 지적했다. 피의자 오씨는 범행 전 신씨에게 ‘북한이 지상낙원이라고 했지 않았느냐’고 따지며 위험물질을 강연자에게 던지려 했다. 

또한 이들은 “사제폭탄 제조는 상당한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중론인데 모종의 방조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해 배후세력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박창신 신부는 “성역인 성당에서 이런 과격한 행동은 옳지 않다”며 “철저한 진상조사와 배후를 밝힐 것”을 경찰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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