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란 대책 포기선언이나 마찬가지다.” 정부가 30일 발표한 전세 대책에 대해 참여연대가 내놓은 논평 가운데 일부다.

정부가 30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발표한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방안의 핵심은 두 가지다. 금리를 낮춰 서민들에게 월세대출을 늘리도록 하는 내용과 민간이 임대주택을 지을 경우 인센티브를 줘서 임대주택을 늘리겠다는 내용 등이다.

구체적으로 내년 1월부터 취업준비생과 자활 의지가 있는 기초생활 수급자에게 저리의 월세 대출을 지원한다. 연 2%의 금리로 매월 30만원씩 2년 치 월세(최대 720만원)를 빌려준다. 내년 1년간 한시적으로 신청을 받아 총 500억원 한도 안에서 대출해 줄 계획이다. 서민들에게 이자 낮춰줄 테니 빚내서 버텨보라는 소리다.  
 
또 임대주택법을 개정해 장기임대 건설시 용적률을 조례와 상관없이 법정 상한까지 부여하도록 규제를 완화했고, 공공 임대리츠 방식으로 공급량을 현재 5만호에서 6만호로 확대하는 방안도 내놨다. 또한 민간이 기금지원을 통해 건설하는 10년 공공임대 건설자금 지원도 강화할 계획이다.

 

   
정부가 30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을 두고 사실상 전세 대란에 대한 대책을 포기한 거라는 비판이 쏟아지고있다. 사진은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연합뉴스

참여연대는 31일 논평을 내고 “‘빚내서 집 사라’도 모자라 ‘빚내서 집세 내라’며 집 없는 서민들에게 가계부채 폭탄을 떠안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부채를 줄이라는 정부의 압박에 공공임대 주택사업을 줄이려 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임대 주택을 의무임대기간 30년 이전에 매각이 가능토록 하고, 공공임대주택 임대료를 인상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임대주택사업을 ‘부채'로 평가해 LH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려는 박근혜 정부의 반서민적 계획은 즉시 철회돼야 한다”면서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사실상 포기하는 것이고, 더 이상 정부이기를 포기한 것이라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또 “임대소득 과세를 조기 도입해 월세 전환 속도를 늦추고 월세 중심으로 주택 임대시장이 개편되더라도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 등을 도입해 서민들의 주거 안정이 담보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갖추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박근혜 정부는 ‘빚내서 집 사라’는 부추기며,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특혜 및 투기를 조장하는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면서 “더 이상 ‘대출 받아서 집 사고 집세 내라’는 ‘대출만능정책’으로는 진정한 서민 주거 안정을 이룰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선대인경제연구소 선대인 소장은 3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문제는 전세난인데 월세대책을 내놓았다”며 “정부가 서민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선 소장은 “거시적으로 보면 집값이 계속 떨어지니까 하우스푸어 집주인들이 손절매를 하거나 해서 시장에 보증금이 안정적인 전세가 나와야 하는데 정부가 계속 부동산 부양책을 쓰니까 집주인들이 버티고 있다”며 “이것이 반전세나 월세가 확대되는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선 소장은 “대출을 늘려 월세시장의 수요를 늘리는 방식은 문제가 있는데 월세는 지금 전세만큼 문제가 있는게 아니고 안정화되는 추세”라며 “대출로 발생한 유동성이 단기적으로는 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집주인들이 가격을 올려 수급을 맞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은행권 전세대출이 월 1조 원을 돌파했고, 전세대출 총액은 최근 5년 동안 3배 이상 급증해 32조8000여억 원에 이르는 상황이다. 참여연대는 “주택 매매시장 활성화에 집착하다 가계부채 거품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선 소장은 “미국이 양적완화 종료로 곧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고 한국에 있는 달러가 빠져나가면서 한국도 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며 “지금부터라도 가계 부채 다이어트하고 집값 거품도 조금씩 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최근의 전세가격 상승은 거시경제 여건 변화 등으로 전세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함에 따라 발생하는 구조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전세가 빠르게 월세로 전환하는 흐름을 막는 대책은 발표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3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정책 발표 하루 만에 이런 비판에 대해 입장을 내놓기는 어렵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선 소장은 “전세는 빠르게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돼 공급이 줄고 월세 세입자도 전세로 옮기고 싶고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을 구매하려는 수요자도 줄어 전세 수요자는 많아지는 상황”이라며 “결국 정부가 DTI, LTV 같은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집값을 떠받치는 정책을 중단해 거품을 조금씩 빼야 전세값도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감시팀 윤철환 팀장은 3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전월세를 과도하게 올리지 못하게 하고 집주인이 인상을 과도하게 요구할 때도 쫓겨나지 않게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해 당장 서민주거 안정을 보장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유럽처럼 임대차법을 개정해 장기존속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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