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스마트폰 사용자는 음악이 공짜.” 삼성전자의 파격적인 마케팅 공세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음원을 공짜로 풀고 삼성전자가 저작권료를 대신 지불하는 모델인데 최근 음원 저작권을 대행하는 단체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면서 온라인 저작권과 독과점 횡포를 둘러싼 논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계약 해지 이후에도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논란이 되는 밀크뮤직은 삼성전자가 인터넷 음원 공유 서비스 소리바다와 제휴를 맺어 갤럭시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는 무료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다. 최근 한국음원저작권협회(음저협)은 밀크가 음원 저작권자들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계약 해지를 선언했다.

밀크뮤직을 둘러싼 논쟁은 첫째, 삼성전자의 음원 저작권 침해, 둘째, 음저협의 독과점적 횡포, 셋째, 삼성전자의 공정거래법 위반(끼워팔기) 등 복잡한 쟁점이 뒤섞여 있다.

   
 
 

인터넷의 자유와 개방과 공유를 주제로 활동하는 사단법인 오픈넷이 음저협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비판하고 나서면서 논쟁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오픈넷은 30일 성명을 내고 “음저협은 법이 보장하고 있는 독점적 지위를 악용해 저작권료를 징수할 없는 서비스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음저협은 작사자와 작곡자 등의 권리신탁 비율이 무려 97%에 이르는 독점적 사업자라는 게 오픈넷의 주장이다.

그러나 박성민 음저협 홍보팀장은 “실무자급에서 삼성전자와 저작권료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저작권 침해 상태지만 법적으로 다툴 생각은 없고 곧 재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우리가 저작권료를 지급하기로 했고 계약 당사자가 원만한 합의를 하기로 해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현재는 음저협 계약해지 통보 이후 저작권료를 지급하지 않은 채 서비스를 계속하고 있어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는 상태다.

   
 
 

당초 음저협과 소리바다는 소비자 가격을 1000원으로 책정했는데 론칭 과정에서 무료 서비스로 바뀌었다. 음저협은 무료 서비스는 안 된다고 항의했지만 소리바다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음저협 박 팀장은 “저작권료가 얼마나 저렴하면 소리바다와 삼성전자가 국민을 상대로 무료 마케팅을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오픈넷은 소리바다가 계약 사항을 위반한 것은 왜 문제 삼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오픈넷에서 활동하고 있는 남희섭 변리사는 “격을 공란으로 두기 애매해 편의상 1000원으로 남겨놓자고 한 것인데 이게 계약 당사자(소리바다)의 중요한 의도를 반영한 수치는 아니다”라며 “음저협은 저작권료를 누구에게든 받으면 되지 서비스 가격을 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픈넷은 성명에서 “KBS 클래식FM 어플을 통해 음악을 청취하는 사람은 돈을 내지는 않는다”면서 “그게 라디오 서비스의 핵심이고 음악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KBS를 비난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KBS의 경우 KBS가 청취자 대신 저작권료를 내고 있고 밀크뮤직 역시 소리바다(삼성전자)가 저작권료를 내고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이야기다.

   
 
 

백화점에서 음악을 틀면 저작권자에게 저작권료를 주는데 이때 백화점이 돈을 내지 고객들에게 돈을 받지는 않는다는 것이 오픈넷의 주장이다. 남 변리사는 “서비스하는 사람이 최종 소비자(밀크뮤직 이용자)에게 돈을 받지 않으면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스트리밍을 한번 들을 거 두 번 세 번 듣게 된다”면서 “최종 소비자가 음악을 더 많이 들으면 작사자와 작곡자들이 더 많이 돈을 벌 수 있는데 음저협이 왜 저렇게 나오는지 합리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음저협은 삼성전자가 갤럭시를 팔면서 음악을 사실상 끼워팔기 하고 있어 음악은 공짜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게 우려스럽다는 입장이다. 남 변리사는 “인터넷 라디오 서비스는 해외에서도 이미 보편화된 서비스”라며 “지상파가 라디오 서비스를 제공할 때 음악 저작권료를 청취자 대신 납부하지만 어느 누구도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오픈넷은 “현행 저작권법에 따르면 음저협은 저작권료 징수규정에 해당 항목(스트리밍 라디오)이 있어야만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는데 현재 징수규정이 없기 때문에 저작권료를 청구할 수 없다”며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저작권료 징수 규정을 월권해 최종 소비자 가격을 정한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이므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신고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아직 신고 되지 않은 사건이라 실태 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다.

음저협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로부터 음악 저작권 수탁관리자의 지위를 독점적으로 부여받은 곳이다. 따라서 저작권료를 문체부가 정한 기준에 따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밀크뮤직과 같은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의 저작권료 기준은 없다. 음저협은 스트리밍 라디오와 가장 비슷한 스트리밍 서비스의 저작권료 기준으로 곡당 1.2원으로 소리바다와 계약을 했다.

남 변리사는 “‘스트리밍 라디오’라는 항목이 없으면 저작권료를 받을 수 없고, 이용자와 협상을 해서 3개월 내에 문체부 장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문체부는 승인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승인이 나면 저작권료를 사후 정산해야 하는데 음저협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이런 절차를 무시했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처음 계약 땐 당사자(음저협-삼성전자·소리바다)가 합의했었던 사항이고 음악 전송 방식이 ‘스트리밍’이라는 점에서 항목이 없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스트리밍 라디오는 일반 라디오처럼 수동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고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용자가 리스트를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문체부 저작권산업과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스트리밍 라디오에 징수규정이 없는 것은(오픈넷 입장) 사실”이지만 “당사자 간 합의로 서비스 출시를 먼저하고 사후에 징수규정을 요청하겠다고 문체부 쪽에 입장을 밝혔다(음저협 입장)”고 말했다.

한편 음저협이 최종 소비자 가격을 이유로 공정거래법 위반 논란에도 계약을 해지한 이유는 삼성전자가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 시장을 독점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음저협 박 팀장은 “음악 시장이 스트리밍으로 진화되는 과정에 삼성전자가 무료서비스를 실시하면 후발주자로 하는 업체들은 시장 진입 자체가 막힐 수도 있다”면서 “멜론이나 벅스 같은 유료 서비스와 경쟁해서 승산이 없다고 보고 무료 마케팅을 통해 시장을 잠식하려는 의도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모바일 단말기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가 무료 서비스를 확대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가능성이 크다.

박 팀장은 “외국 인터넷 라디오 서비스는 유·무료 서비스가 함께 있거나 광고가 붙는 형식인데 밀크뮤직은 삼성전자의 자본력으로 소비자들에게 무료로 하려다 계약 해지 이후 부분유료화를 도입하겠다고 한다”면서 “단기적으로는 밀크뮤직이 무료라 작곡자들이 수익을 많이 올릴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밀크뮤직만 살아남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문제 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팀장은 “밀크뮤직이 음악을 듣는 다양한 채널로 활용되길 바라지만 밀크뮤직이 시장을 독식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픈넷도 삼성전자의 시장 독점은 우려스럽다는 입장이다. 남 변리사는 “삼성전자가 처음엔 무료로 간 뒤 나중에 부분적 유료로 전환할 수도 있고, 애플 아이튠즈처럼 갤럭시 판매를 위해 밀크뮤직을 이용한 사실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독점적 지위의 저작권자가 권리를 남용하는 문제와 시장 독점은 별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제 막 시작하는 서비스인데 독점 문제까지 언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갤럭시 사용자를 위한 음원서비스 제공이면서 음악 소비자가 늘어나 새로운 시장이 확장돼 더 좋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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