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문제를 다룬 영화들은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영화의 작품성이나 대중성이 떨어지더라도 의무감으로 봐줘야 하는 강박을 주는 그런 영화들. 주장만 동의할 수 있을 뿐 전달능력이 부족했던 그런 영화들과 달리, '카트'는 의무감의 진입장벽을 낮춰 재미와 공감을 충분히 제공한다.

영화 카트는 그렇지 않다. 처음 ‘카트’라는 영화 제목을 듣고 ‘카트라이더’라는 온라인 게임을 연상했다던 사람부터 영화 포스터와 출연 배우들을 보고 훈훈한 가족 영화라고 생각했던 사람까지 있었다. 염정아, 문정희, 김영애, 김강우와 더불어 아이돌그룹 엑소(EXO) 멤버인 도경수(디오)까지, 더 많은 이들에게 다가가려는 캐스팅이다.

   
▲ 오는 11월 13일 개봉하는 영화 카트의 한장면 (사진 = 카트 공식 홈페이지)
 

제목이나 배우 캐스팅에서 한 단계 낮춘 문턱으로 영화는 비정규직 문제를 다룬다. 카트는 가장 모범적인 마트 직원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열심히 일하면 능력을 인정받고 직급과 급여가 오른다는 뻔한 이야기를 금과옥조처럼 여겼던 직원이었다. 온몸을 바쳤던 순진한 그도 회사의 구조조정 중 벌어진 정리해고에서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카트는 당장 아들 수학여행비와 급식비를 입금해야 하고 아들의 휴대폰을 바꿔준다는 약속까지 했던 이 평범한 엄마의 심정을 생생하게 그린다. 노조에 가입하면 다른 곳마저 취업이 안 될 거라는 회사 측의 감언이설에 노조 가입을 망설이던 모습, 일단 나라도 정규직이 되기 위해 열심히 야근했던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던 사람이다.

영화는 투쟁의 모습을 자세히 묘사하지 않는다. 공권력의 폭압성이 많이 드러날수록 관객들은 피로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경찰의 폭력을 쉽게 만나진 않기 때문이다. 대신 돈이 떨어지면서 생기는 가족 간의 갈등이나 어지러워지기 시작하는 집안 모습을 보여준다. 모범직원이었다는 이유로 노조 지도부가 된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당하게 일하고 대가를 받으려다 투사가 됐다.

이런 집안의 고등학생 아들이 도경수로 등장한다. 아들은 수학여행비를 벌기 위해 편의점에서 힘들게 일하지만 사장은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다. 알바비를 떼어본 적이 있는 많은 관객들이 울분을 터트릴만한 지점이다. 경찰서까지 가는 소동 끝에 고등학생의 어머니인 비정규직 노동자가 나타난다. 열심히 일한만큼 대접해달라고 투쟁하는 비정규직 마트 노동자와 편의점 알바생은 엄마와 아들이자 동지였다.

   
▲ 오는 11월 13일 개봉하는 영화 카트 포스터 (사진 = 카트 공식 홈페이지)
 

알바 아들과 노동자 엄마의 동지적 만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듯, 카트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자 전태일의 분신일인 오는 11월 13일에 개봉한다. 카트는 정리해고, 파업, 점거 농성과 같은 일들은 ‘그래도 어딘가 튀는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이라는 편견에 맞선다. 알바비 떼이는 알바생들의 이야기과 다르지 않게, 평범한 그 누구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 임을 보여준다.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홈플러스테스코 마트 노동자들의 영화평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반응이다. 2007년 당시 파업 510일 만에 노조 지도부를 제외한 복직에 이르는 과정을 영화에 다 담으려는 시도는 관객을 오히려 힘들게 할지 모른다. 오히려 파업 과정을 다 보여주지 않았지만 평범한 엄마가 거리의 투사가 되는 과정을 잘 그려 마음을 울리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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