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탁동시(卒啄同時). 알에서 병아리가 나오려면 병아리가 안에서 신호를 보낼 때 밖에서 어미가 품어줘야 한다는 뜻이다. 언론 자유를 위한 언론노동자들의 싸움도 마찬가지다. 언론인들이 싸움에 나설 때, 시민들의 적극적 지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2014년 5월, 세월호 유가족들의 KBS 항의방문에 이은 KBS 양대노조 파업, 이어진 길환영 사장의 퇴진이 한 예다.

24일 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 ‘한국 언론운동사 심포지엄’에서 언론운동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논의됐다. 강성남 언론노조위원장은 사자성어 ‘졸탁동시’를 언급하며 “언론인들이 지사적 저널리스트에 대해 고민할 때 밖에서 시민들이 힘을 실어주는 과정이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수정권을 연달아 거치며 언론운동의 조건이 녹록치는 않다.

지난 5월 길환영 사장 퇴진을 이끈 권오훈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시민운동 세력과 현업 언론인, 대안언론 등 각각의 영역이 힘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이후 피로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므로 각 영역 단위들이 역량을 끌어올리고 이것을 바탕으로 연대의 틀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24일 오후 3시,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8층 배움터에서 '한국 언론운동사 심포지엄' 토론회가 열렸다.
 

권 본부장은 “언론노조운동이 활발했던 민주정부 10년간 공정방송에 대한 견제장치인 공정방송위원회, 편집국장 직선제 등 촘촘했던 제도적 장치가 정권교체 이후 너무 쉽게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당장은 무너진 것을 바로 세우고 내부의 결속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권 본부장은 “시민운동 세력에서 보면 언론인들의 투쟁결과물을 놓고 왜 이런 불량보도들이 양산되느냐, 부역하고 있느냐고 비판할 수 있지만 2008년부터 2년마다 파업이 있었다”며 “언론사 안에서 최소한 그것을 인정하거나 묵인하고 있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학자들은 언론운동의 현실을 어떻게 바라볼까. 김은규 우석대 교수는 “몇몇 언론개혁운동단체의 문제제기에 대해 시민들이 좋은 이야기이긴 한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고 지적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나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언론운동단체의 프레임이 일반 시민들에게는 적극적인 호소력이 부족했다는 뜻이다. 또한 미디어렙이나 주파수 문제 등 업계 이슈에 매몰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현업운동과 시민운동 사이의 갈등이 있는데 갈등을 드러내지도 못하고 잘못 드러내면 확대되기도 한다”며 “이명박 정부 이후 진영 자체가 커다란 적과 맞서고 있어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채 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노조와 운동단체간의 이해 갈등이 정작 중요한 국면에서 적극적 연대를 방해한다는 뜻이다.

강성남 언론노조위원장은 자본에 넘어간 언론현실의 구조적 문제를 꼬집었다. 그는 “주류 언론은 자본의 손으로 넘어가 시스템화 돼 개별적인 저널리스트의 능력이 필요치 않다”며 “좋은 신문사와 나쁜 신문사가 연봉이 얼마인지로 정리되는 상황”이라고 언론 환경을 표현했다. 강 위원장은 “지금은 지사적 저널리스트를 기대하기 힘든 구조”라며 “젊은 기자들이 무기력하게 순응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구조에선 ‘기레기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질책이 언론운동을 위해 반드시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저널리스트의 고민이 없다면 시민들의 질책은 무의미하다. 결국 저널리스트의 고민과 시민의 힘이 동시에 만나야 언론운동의 미래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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