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E 무한 요금제는 정말 무제한일까? 스마트폰 LTE 서비스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데이터나 음성통화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무한 요금제에 가입한 소비자도 늘고 있다. LTE 서비스 이용자는 2011년 12월 119만명에서 2014년 5월 현재 3189만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LTE 무한 요금제는 3G요금제의 무한 데이터 제공방식과 달리 제한 조건이 있다. 월 기본 제공 데이터가 8GB~25GB가 있는데 이를 소진하면 이후 매일 1~2GB 용량을 제공한다. 이를 다 쓰면 이후에는 LTE속도가 아닌 400kbps로 속도가 제한된 데이터가 제공된다.

예를 들어보자. SK텔레콤은 홈페이지에서 ‘LTE 전국민 무한 85’요금제를 ‘음성·데이터·문자 무제한은 기본, 콘텐츠까지 무제한으로 제공!’으로 소개한다. 하지만 페이지를 내려 꼼꼼하게 살펴보면 ‘기본제공 데이터 소진 시 일일 2GB까지 LTE 속도로 이용 가능, 일일 2GB 초과 사용 후 네트웍 환경에 따라 최적화된 속도로 데이터 무제한 이용’이라는 조건이 붙어있다. 2GB 초과 시에 제공되는 추가 데이터를 ‘최적화된 속도’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소개했다.

SKT PR실 박지웅 매니저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속도가 제한된다는 표현은 애매하다”며 “추가로 제공되는 데이터도 소비자들이 이용하는데 불편하지 않을 만큼 빠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소비자원이 지난달 2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제한조건이 있다면 LTE 무한요금제라고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 KT올레 홈페이지 갈무리. 데이터가 무제한처럼 보이지만 하단의 작은 글씨를 보면 그렇지 않다.
 

3G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가격이 5만50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보통 7만원 이상인 LTE 무한요금제가 요금은 비싸면서 제약이 붙었다는 차이가 있다. 박 매니저는 “서비스가 향상됐으니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며 “LTE 서비스 구현을 위해 기지국을 설치한 비용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박 매니저는 “몇몇 헤비유저들이 예전에는 20만~30만원 요금을 내야하는데 10만원 가량의 요금으로 혜택을 보고 있는 셈”이라며 “몇몇 헤비유저 때문에 LTE 속도가 느려지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말했다.

‘데이터 쉐어링’도 무한이 아니다. LTE 데이터 쉐어링은 KT의 LTE 스마트폰 가입자가 제공받은 데이터를 다른 스마트 기기에도 패드 요금 등 별도 전용 요금제 가입없이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LG유플러스의 경우 기본료가 8만원 이상인 LTE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는 데이터 쉐어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하루에 2GB로 제한된다. LG유플러스 요금제 홈페이지에는 페이지를 내리면 작은 글씨로 데이터 쉐어링 제한이라고만 적혀 있다. KT와 SK텔레콤도 말만 LTE무제한일 뿐 데이터쉐어링이 하루에 2GB로 제한된다. 

소비자가 이런 부분을 모두 꼼꼼하게 읽어보고 요금제를 선택하는 경우는 드물다. 지난 5월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6개월 이내 LTE 요금제에 가입한 소비자 10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무한 요금제를 사용하는 응답자(428명, 40.6%)의 57.3%가 무한 요금제의 제한 조건(부가통화, 데이터 제공량 등)을 모른다고 답변했다. 한국소비자원 서비스조사팀 박귀현 차장은 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SK텔레콤에게 소비자들이 요금제를 이해하거나 비교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반영해 연말까지 개선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다른 통신사들은 ‘내부에서 검토 중’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음성통화 무한 요금제도 제한이 있다. 통신사 망내 무제한, 전국민 무한 통화 같은 음성무한 요금제는 휴대전화끼리만 무제한이다. 망내 음성무한 요금제는 동일 통신만 가입자간 휴대전화 통화가 무한으로 제공되고, 망내외 음성무한 요금제는 통신사 구분 없이 통화가 무한으로 제공된다.
 
하지만 집이나 사무실 전화처럼 1588, 050 등으로 시작하는 전국대표번호나 060으로 시작하는 통화 등엔 제한이 있다. 통신사에서 별도로 제공한 최소 50분에서 최대 300분 내에서만 사용해야 한다. 영상통화도 무한에 포함되지 않는다. 심지어 영상통화 1초를 사용하면 제공된 별도 통화량에서 1.66초가 차감된다. LG유플러스 CSR팀 백용대 팀장은 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휴대폰 요금제를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나온 요금제”라며 “우리 통신사는 유무선 상관없이 무한 음성 요금제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LGU+의 ‘LTE8 무한대 요금제’를 소개한 홈페이지 화면을 보면 음성·메시지·데이터가 다 무제한처럼 보이지만 하단의 작은 글씨를 보면 음성통화의 경우 이통3사간 통화를 제외하면 월 100분만을 제공하고, 데이터는 일 2GB 초과서 최대 3Mbps 속도로 데이터가 제한된다. 박 차장은 “SKT 측이 이에 대한 정보를 통화잔여량을 표시하는 휴대전화 앱에 제대로 표기하도록 개선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KT의 경우에는 유무선 통화 무한과 무선통화 무한을 홈페이지에 큰 글자로 구분해서 표현해놨고, 부가세를 포함한 실제 청구 요금도 보기 쉽게 표기한 상태다.

‘무한’이라는 단어에 속지 않아야 하듯 ‘알뜰’이란 단어도 조심해야 한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부 알뜰폰 LTE 요금제는 이동통신 3사보다 비싸다. 알뜰폰 시장점유율 3위인 유니컴즈는 타사 요금제와 비교해도 최대 30%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CJ헬로모바일과 SK텔링크의 일부 요금제는 기존 이동통신 3사보다 비싼 경우도 있었다.

이에 SK텔링크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SK텔링크는 “무한요금제를 비교할 때 요금제의 특성과 약정할인, 실제 가입 고객들에게 제공되는 무료 부가혜택 등을 모두 고려해 요금제를 분석해야 하지만 한국소비자원은 기본 제공량만 단순 비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소비자원은 “조사에 따르면 요금제 비교가 쉽다고 응답한 비율은 27.2%에 불과하다”며 “알뜰폰 요금제가 무조건 저렴하다는 소비자 인식을 전환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요금제 비교정보 제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소비자원 조사에서 무한 요금제 사용자의 24.1%는 제한 조건을 모르고 사용하다가 초과요금을 지불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LTE 서비스 이용자 4명 중 1명은 ‘호갱’이라는 소리다.

   
▲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자료. 무한 요금제에서 알뜰폰이 비싼 사례. '알뜰'폰이 알뜰하지 않은 경우다.
 

한국소비자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요금제에서 ‘무한 또는 무제한’이라는 표현의 사용을 지양하고 요금제 특성에 맞는 명칭을 사용해야한다”며 “요금제 가입·변경 단계에서 데이터·음성통화에 대한 제한 조건을 정확하게 고지하는 등 사업자의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얼마 전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를 만나 무한 요금제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며 “통신사들이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하는 조치를 시정하지 않으면 미래부에 신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안 처장은 “단통법 시행을 계기로 다시 통신요금 인하 운동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획기적으로 통신비를 반값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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