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사건 수사 축소·은폐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해 6일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시민들의 비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총체적 대선개입 및 박근혜 정부의 수사방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 시국회의(국정원 시국회의)는 이날 저녁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재판부의 경찰 편들기와 검찰의 부실 수사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집회에서 박주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김 전 청장의 1심 재판의 결과와 의미를 소개하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은 어떤 행위에 있어 내심(內心)의 의도를 밝히는 게 가장 중요하므로 여러 객관적 정황 증거를 분석해 이런 의도를 추정해야 한다”면서 “이번 사법부의 판단은 내심의 의도를 판단하는 정황 분석에 있어 너무 쉽게 경찰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변호사는 “김하영 국정원 직원이 오피스텔을 빠져나오면서 임의제출한 노트북의 메모장 파일을 복원해 보니 대부분이 정치글에 대한 찬반클릭 내용이었고 이를 위한 아이피 변조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있었다”며 “어떤 것을 찬반클릭 했는지를 수사 방향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경찰이 찬반클릭을 수사대상에서 배제한 것을 법원은 특별한 의도가 없었다고 봤다”고 말했다.

   
국정원 시국회의는 6일 저녁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김용판 전 서울청장의 무죄 판결에 대한 촛불집회를 열었다. 초청 연설을 하고 있는 정청래 민주당 의원. 사진=강성원 기자
 
박 변호사는 경찰의 분석범위 축소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 “경찰이 분석 키워드를 100개서 4개로 줄인 것과 김하영 직원이 요구로 분석범위를 넘어서는 분석은 위법수집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경찰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며 “정말 증거 위법수집이 두려웠다면 당시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받았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 것도 충분히 의심할 만한데도 재판부는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재판부가 중간수사결과 발표의 아쉬움을 밝힌 점과 관련해선 “재판부는 경찰이 중간수사결과 발표 시점을 한밤중으로 잡은 것과 추가 수사할 내용을 누락한 것은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 아쉬웠다고 얘기했다”면서도 “정작 아쉬운 건 왜 한밤중에 단정적으로 수사결과를 발표했는지, 그 의도가 무엇인지 가장 궁금하고 밝혀야 하는데 이를 파헤치지 않았고 편하게 경찰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선 검찰의 부실한 수사와 공소 유지도 도마에 올랐다. 박 변호사는 “검찰은 김 전 청장과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이 서울청 증거분석 도중 통화한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무슨 내용으로 통화했는지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공소장에도 반영하지 않았다”며 “재판부도 잘못이지만 검찰이 수사와 공소 제기 의지가 없어 항소한다고 해도 부족한 부분을 추가로 수사하지 못할 것으로 보여 결국 특검으로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도 이날 집회에 참석해 “오늘 친박재판에선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려고 애썼던 자가 피고석에 앉아 있고 검찰은 접싯물에 코 박고 죽을 만한 직무유기를 했다”며 “재판부는 세상이 알고 국민이 아는 모든 상식을 배제한 채 친박 검찰과 친박 재판부가 결론을 내렸는데 무죄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고 힐난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오늘 재판 결과를 보면 재판부도 문제지만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윤석열 수사팀장을 찍어내기 했던 사람들, 원세훈과 김용판에 처음부터 구속수사 금지 원칙을 세웠던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무죄라는 금자탑을 쌓아올린 공신들이고 수훈 갑들”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김용판 무죄 판결로 국민의 분노가 끌어 오르니 곧바로 신속하게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을 전격 경질했지만 이것으로 국민의 분노를 막을 수 없고 진실을 묻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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