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국공립·사립대학의 총장들이 모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총회장에서 ‘안녕들하십니까’ 모임의 대학생들이 대학의 등록금 인상 반대와 비정규직 시간강사·청소노동자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는 기습적인 피케팅 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을 5일 오전 서울 양재동 더케이서울호텔에서 열린 대교협 2014년 정기총회 행사장 앞에서 ‘총장님은 억대 연봉, 등록금은 천만 원, 청소노동자는 최저임금’, ‘법정부담전입금 대학 재단이 책임져야’ 등의 피켓을 들고 총회에 참석한 총장들의 ‘안녕’을 물었다.

그러면서 이들은 “등록금 천만 원 시대에 학생들의 삶은 팍팍한데, 학내 시간강사와 청소노동자들은 다 죽어가고 있는데, 학생들 몰래 학과가 통폐합돼가고 있는데, 대학이 기업 하청업체화 돼가고 있는데, 대학 내 학내 언론의 자유가 점점 죽어가고 있는데 총장님들은 안녕들 하십니까”라며 5분간 구호를 외치고 자진 철수했다.

학생들의 기습적인 시위 과정에서 대교협 주최 측과 별다른 물리적 마찰은 없었지만, 대교협 관계자 일부는 학생들의 소속과 사전 허가를 받았는지 등을 묻기도 했다.

이날 시위에 참석한 강훈구(고려대 정치외교학과 3년) 학생은 “평소 학교에서 등록금심의위원회가 열리고 학칙이 개정되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아 교무처장과 몇 차례 면담을 요청했지만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며 “총장들이 모이는 대교협 총회에 오면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오게 됐고, 대학구조조정과 등록금 문제에 학생들은 어떤 처지에 있는지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강태경(고대 철학과 4년) 학생은 이날 대교협이 대정부 정책 건의문으로 대학등록금 책정에 대학자율성을 강조한 것과 관련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학은 최근 10년간 등록금을 엄청 올리고 이월 적립금이 몇 조씩 쌓여가고 있는데 대교협의 입장은 황당하다”며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로 빚도 갚지 못하는 상황에서 학생의 미래를 담보로 등록금을 올릴 게 아니라 대학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녕들' 대학생 10여명이 5일 오전 서울 양재동 the K호텔에서 열린 2014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장 앞에서 기습시위를 벌였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는 이어 “오늘 대교협 회장으로 선출된 성균관대에서는 류승완 박사가 언론과 인터뷰에서 삼성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계약해지 당하고 고대에서는 시간강사가 만 2년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교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을 받는 학내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은 파업에 들어가는 등 대학 내 불평등 구조가 심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대교협은 호텔 컨벤션센터 3층 크리스탈볼룸에서 올해 정기총회를 열고 2013년도 결산과 2014년도 사업계획을 심의·의결했다. 이와 함께 제20대 대교협 회장으로 김준영 성균관대 총장이 선출됐다. 김 총장은 오는 4월 8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서거석 현 회장(전북대 총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지난 몇 년 동안 대학은 등록금을 인하하거나 동결하는 과정 속에서 투자 능력을 상실한 상황”이라며 “대학 경쟁력과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교육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고, 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은 최소한 OECD 회원국의 평균 수준인 GDP 1.1% 이상은 돼야 한국 대학이 국가경쟁력을 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교협은 또 정부의 대학구조개혁 추진계획에 대한 정책 건의문에서 “대학평가 과정에서 법정한도 내에서의 등록금 책정에 대해서는 감점이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구조개혁 과정에서 퇴출되는 대학의 교지나 교육용 재산 등을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교육용 이외의 목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안녕들' 대학생 10여명이 5일 오전 서울 양재동 the K호텔에서 열린 2014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장 앞에서 기습시위를 벌였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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