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서울 서초구 국가정보원 앞에서 ‘피서 집회’를 열었던 국정원 감시단이 이번에는 국회 앞에서 특검을 촉구하는 삭발식을 열어 주목을 받았다.

국정원 감시단은 28일 오후 종교계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국가기관의 불법·부정선거 규탄과 박근혜 대통령 사퇴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와중에 총체적 관권 부정선거에 대한 국회 특검을 촉구하는 삭발식을 가졌다.

서울 민권연대 회원과 시민 등으로 구성된 국정원 감시단은 지난 8월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범국민 촛불집회 열기 속에서 ‘국정원으로 피서간 겁 없는 녀석들’이란 제목의 유튜브 영상을 제작한 데 이어, 지난 9월에는 서울광장에서 ‘국정원 사망선고 및 신 나는 촛불국민 장례식’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이들은 이날 삭발식에 앞서 국회 감시 활동에 돌입하는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에 나가 시정연설까지 했지만 연설 내용 어디에도 특검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에 털끝만큼도 못 미치는 실망만 보여줬다”면서 “오히려 유신독재의 향수를 풍기며 국민을 기만하고 겁박하는 것으로 비치기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민권연대 '국정원 감시단'은 28일 오후 국회 앞에서 국정원 및 국가기관의 불법대선개입에 대한 특검을 촉구하는 삭발식을 열었다. 
@이치열 기자
 

박 대통령은 지난 5일 유럽 순방 일정 중에도 통합진보당 해산안을 전자결재 했으며 지난 25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대통령 사퇴를 요구한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에 대해 “국민 분열을 야기하는 일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감시단은 이어 “1960년 장기집권을 꾀하며 3·15 부정선거로 당선된 이승만이 국민의 4·19혁명으로 끝내 권좌에서 물러나 하와이로 쫓겨났던 지난 역사가 보여주듯, 국가권력기관이 민주주의 선거에 개입해 참정권과 민주 헌정질서를 짓밟은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윤한탁 민권연대 명예의장은 특검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선거는 바로 우리나라의 국체이므로 올바르게 치러지지 않으면 의회민주주의와 헌법을 지켜낼 수 없다”며 “국정원 정치라는 새로운 용어가 생겨나고 국정원 사건 수사 지휘를 하던 검찰총장이 물러난 판국에 어떻게 검사들이 진상을 밝히겠느냐”고 역설했다.

윤 의장은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한 것과 관련해서도 “합법 정당을 전쟁 벌이듯 서둘러 헌재에 해산 청구를 한 것은 이승만-박정희 독재·군사 정권에서도 있을 수 없었던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이 같은 민주주의의 큰 위기 봉착에 진보당 해산이 현 정부 권력에 의해 받아들여진다면 정부 규탄 결사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삭발식을 마치고 '특검' 글씨를 이마에 붙였다.
@이치열 기자
 
이날 삭발식에 참여한 김수근(31) 국정원 감시단 활동가는 “영하로 떨어지는 겨울이 다 됐는데 온 국민은 부글부글 끓고 있어 너무 더워서 깎고 나니 시원하다”며 “지금 우리가 레드카펫 위에 있는데 지난 국회 시정연설에서 대통령이 레드카펫을 밟으며 십여 일 단식농성을 하는 국회의원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지나가는 만행을 저질렀지만, 그 레드카펫이 어디로 가는 길인지 혼자만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감시단은 이날부터 다음 달 6일까지 국회와 여의도 일대를 돌아다니며 촛불시민과 함께하는 다양한 형태의 촛불마당을 벌이는 등 국회 감시 실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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