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 매카시즘 광풍이 대한민국을 뒤덮었다. 6일자 모든 조간신문에는 지난 5일 유럽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자결재까지 받아가며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통합진보당 해산안이 일제히 1면과 주요 지면을 장식했다. 

보수언론은 이같은 종북 프레임에 헌법학자들의 논리도 끌어들여 정당성을 꾀했다. 반면 진보성향의 언론들은 정부의 이번 진보당 해산 청구 결정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60)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 사건과 관련해 6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 박근혜 대통령의 유럽 순방 사이에 큰일이 연이어 터지자 야당은 “공작정치의 부활” “정치는 없고 통치만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기업과 공공기관에 ‘인권 경영’을 도입하라고 꾸준히 권고해 온 국가인권위원회(헌병철 위원장)가 정작 내부에선 ‘반인권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권위 비정규직 노조는 설립 12년 만에 첫 쟁의행위 절차에 돌입했다.

법원이 친일파 민영은 후손 5명이 청주시를 상대로 낸 재산반환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민영은 후손의 손을 들어줬던 원심과 달리 원고 패소 판결했다. 친일 반민족행위 재산조사위원회가 결정한 국가귀속 대상에서 제외됐더라도 친일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재산으로 추정된다면 국가 소유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판결은 처음이다.

다음은 6일 아침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헌정 초유의 ‘정당해산’ 청구…정당정치 근간 침해 우려>
국민일보 <“북한식 사회주의 추구…위헌정당”>
동아일보 <자유민주 헌법에 ‘통진당의 존폐’를 묻다>
서울신문 <헌정 첫 헌재 심파대 오른 ‘진보당 해산’>
세계일보 <‘종북정당’ 심판대에 세우다>
조선일보 <대한민국 헌법 앞에 선 통진당>
중앙일보 <헌법재판소로 간 통진당 운명>
한겨레 <‘강제 해산’ 내몰린 진보정당>
한국일보 <통진당 존폐, 헌재의 손에 달렸다>

보수언론 뒤덮은 ‘종북’ 광풍

종북 매카시즘 광풍이 대한민국을 뒤덮었다. 6일자 모든 조간신문에는 지난 5일 유럽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자결재까지 받아가며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통합진보당 해산안이 일제히 1면과 주요 지면을 장식했다. 보수언론은 하나같이 진보당을 ‘종북정당’ ‘위헌정당’으로 몰아세우면서 헌법재판관들의 성향과 인사권자까지 거론하며 정당해산을 부추겼다.

   
▲ 세계일보 6일자 1면
 
   
▲ 국민일보 6일자 1면
 
   
▲ 동아일보 6일자 3면.
 
   
▲ 중앙일보 6일자 6면
 
조선일보는 1면 <대한민국 헌법 앞에 선 통진당> 이라는 제목과 함께 “RO가 주축인 종북정당”이라는 부제를 달았지만 실제 5일 황교안 장관은 브리핑에서 ‘종북’이라는 말은 쓰지 않았다. 황 장관은 “RO(혁명조직) 사건 발생 후 TF를 만들어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통합진보당은 강령 등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을 뿐이다.

<‘종북정당’ 심판대에 세우다>(세계일보), <“당전체가 종북…국회를 혁명 교두보 삼아”>(동아일보), <애국가 거부, 이석기의 RO…종북 논란 자충수>(중앙일보), <“북한식 사회주의 추구…위헌정당”>(국민일보) 등 보수언론의 의제설정은 ‘종북 찍어내기’ 의도가 역력했다.

헌법학자 동원 ‘종북’ 타당성 확보?…“증거 불충분”

보수언론은 이같은 종북 프레임에 헌법학자들의 논리도 끌어들여 정당성을 꾀했다. 조선일보는 “다수의 학자들은 이석기 의원 등 내란 음모 혐의로 기소된 RO(혁명조직) 조직원들이 통진당을 장악하고, 당의 강령 제정과 임원 선출, 창당·합당에 이르는 활동에 북한 지령이 개입됐다는 증거가 확실하다면 법무부가 위헌 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한 것은 당연한 절차라고 평가했다”고 하지만 기사에 나오는 5명의 헌법학자 중 진보당의 해산이 가능하다고 보는 학자는 두 명뿐이었다.

조선의 ‘입맛’에 맞는 학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음에도 이인호 중앙대 교수는 “전례가 없어 헌재도 쉽게 결정 내리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고 성낙인 서울대 교수도 “당헌·당규가 위헌적이라는 것 외에 통진당 조직이 폭력적 혁명을 기도했는지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조선일보 6일자 2면
 
조선은 더 나아가 5기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의 출신과 성향까지 분석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조선에 따르면 헌법재판소와 정치권에서는 누가 인사권을 행사했느냐에 따라 현재의 재판관 9명을 보수 6명, 중도 1명, 진보 2명으로 분류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양승태 대법원장, 새누리당을 통해 재판관이 된 사람은 6명이다. 박 대통령이 임명한 박한철 소장과 새누리당이 추천한 안창호 재판관은 검사 출신으로 공안통으로 분류된다. 서기석·조용호 재판관도 박 대통령이 임명했다. 이진성·김창종 재판관은 보수적 성향의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명했다. 강일원 재판관은 여야 공동 추천을 받았다. 반면 김이수 재판관은 야당이 추천했고, 이정미 재판관은 지난 2011년 진보적 성향의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지명했다.

헌재 관계자는 “재판관들은 대통령·대법원장·국회의장 등 누가 인사권을 행사했는지에 관계없이 사건별로 치열한 법리 논쟁을 벌여 자신의 입장을 세우고 논리를 편다"고 말했지만 조선은 “그렇더라도 몇몇 사건에서는 재판관들이 보수 혹은 진보 성향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도 ‘헌법학자 10인이 말하는 헌재심판의 쟁점’을 실었다. ‘통진당을 해산시킬 만한 법적 근거가 있다고 보나’는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한 학자는 4명이었다. 반면 명재진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무부가 얼마나 명확한 증거를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추구하는 이념이 북한과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해산을 요구하기는 부족하다”고 밝혔고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법무부가 제시한 근거들은 통진당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얼마만큼 위반했고 또 침해했는지 구체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진당 강령이 북한 노동당 규약과 단어 몇 개 일치한다고 해산시킬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법무부의 주장을 비판했다.

RO 녹취록 보도한 한국일보도 “정부 결정, 동의 어려워”

반면 진보성향의 언론들은 정부의 이번 진보당 해산 청구 결정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경향신문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이후 조성된 ‘반진보당’ 여론에 편승해 무리하게 진보당의 해산심판 등을 청구한 것이 오히려 민주적 헌정질서의 근간인 정당정치와 의회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며 “정부의 주장은 진보당과 RO의 과도한 동일시, 당 강령에 대한 자의적 해석, 국가보안법 폐지처럼 시민 누구나 할 수 있는 주장조차 대북 추종노선의 맥락 속에 놓는 오류에 기댄 것”이라고 지적했다.

   
▲ 한겨레 6일자 1면.
 
한겨레는 사설에서 “역설적으로 정부의 이번 결정이야말로 박근혜 정부가 헌법적 가치가 무엇인지 알고나 있는지, 그리고 그 가치를 수호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심각하게 되묻게 한다”며 “정부가 편향된 시각에 함몰돼 특정 정당을 해산하겠다고 덤비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선택권 등 헌법에 보장된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그러면서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서는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진보당 해산에는 서둘러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도 자가당착”이라며 “정부가 정당해산 심판 청구라는 무리수를 들고나온 것은 ‘이석기 의원 사건’으로 진보당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악화된 것을 호기로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 한국일보 6일자 사설
 
이석기 의원 RO 회합 녹취록을 최초로 보도해 논란을 빚었던 한국일보조차도 “편견 없이 통진당 강령이나 당헌을 살피면 계층적 편향은 뚜렷해도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곧바로 읽어내기는 쉽지 않다”면서 “RO 활동의 북한 추종 경향이나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반감이 확연하더라도, 그것이 통진당 일부의 일탈인지, 주된 활동인지도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이어 “정부의 제소가 고도의 정치적 판단일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지워지지 않는다”며 “현실적으로 헌재의 신속한 결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마당에, 필연적으로 종북 및 색깔 논쟁으로 치달을 사회적 논란의 불길을 댕긴 것은 현재의 정국과 분리해 생각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6일 검찰 출석…“대통령 부재중 공작정치”

문재인 민주당 의원(60)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 사건과 관련해 6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

문 의원의 변호인은 5일 “문 의원이 6일 오후 2시 검찰에 나가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김광수 부장검사)는 지난 2일 문 의원에게 “가급적 이른 시일에 참고인 신분으로 나와 조사를 받으라”면서 출석을 요구했다.

경향신문은 “검찰 수사 결과 참여정부 말 당시 조명균 안보정책비서관이 2008년 2월14일 정상회담 회의록 수정본을 청와대 문서관리시스템인 e지원에 ‘문서 보고’가 아닌 ‘메모 보고’ 형태로 올려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 경향신문 6일자 12면
 
참여정부 측은 수정본이 존재하기 때문에 초본을 기록관에 이관하지 않은 것이며, 초안 파일이 삭제된 게 아니라 ‘표제부’만 삭제됐다는 입장인 반면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고의로 수정본이 기록관에 이관되지 않았으며 회의록 초본을 삭제한 행위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저촉돼 사법처리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편 국민일보는 “박 대통령이 지난 2일 서유럽 순방을 떠난 직후 민감한 대야(對野) 정치 사안들이 신속히 처리되고 있어 대선 후보를 지낸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박 대통령 출국 당일 검찰 소환 통보를 받았고,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 청구안은 5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며 “대통령이 없는 사이 큰일이 연이어 터지자 야당은 “공작정치의 부활” “정치는 없고 통치만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판단에는 박 대통령이 국내에 없는 동안 골치 아픈 정치 이슈를 몰아서 처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부담이나 책임소재를 줄이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국민일보는 “여권 일각에서도 ‘대선 불복’ 논란이 거론될 정도로 가뜩이나 깊어진 박 대통령과 야당 사이의 불신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문 의원의 검찰 출석은 여야 관계에 악재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반인권적 인권위’…비정규직 노조 파업 예고

기업과 공공기관에 ‘인권 경영’을 도입하라고 꾸준히 권고해 온 국가인권위원회(헌병철 위원장)가 정작 내부에선 ‘반인권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여파로 조합원 15명 규모의 인권위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 10월31일 파업 찬반 투표를 거쳐 인권위 설립 12년 만에 첫 쟁의행위 절차에 돌입했다.

현병철 위원장은 지난해 8월13일 연임 취임사에서 “구성원들이 인권에 대해 전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활력을 불어넣는 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인권위 비정규직 노조의 단체협약 요구사항인 ‘교육훈련 제공’에 대해서는 예산 문제를 들어 반대했다.

한겨레는 “‘정리해고 요건 강화’나 ‘여성 감정노동자 인권보호’ 등 인권위가 다른 기관에 권고한 사항도 내부에선 적용하지 않았다”며 “특히 민원인의 폭언이나 욕설 등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통화를 종료할 수 있는 권리’를 명시하자는 비정규직 노조의 요구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 한겨레 6일자 12면
 
또 인권위가 지난 5월 발표한 ‘인권경영 자기진단 항목’에는 ‘징계절차 과정에서 노조와 시민사회 등 외부인의 적절한 참여’, ‘인권준수 감시장치의 마련’,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 금지’ 등이 포함돼 있지만, 인권위는 이를 단협을 통해 적용하자는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 인권위원장의 발언과 공식 권고 사항을 인권위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단체협상 요구안에 대한 인권위의 태도 등과 비교한 장하나 민주당 의원은 “인권위가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밖에선 인권경영을 외치면서 안에선 반인권적인 행태를 보이는 인권위는 스스로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친일파 민영은 후손 ‘땅 찾기’ 항소심 패소

친일 반민족행위 재산조사위원회가 결정한 국가귀속 대상에서 제외됐더라도 친일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재산으로 추정된다면 국가 소유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판결이 처음 나왔다.

청주지법 민사항소1부(이영욱 부장판사)는 5일 친일파 민영은 후손 5명이 청주시를 상대로 낸 ‘도로 철거 및 인도 등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민영은 후손의 손을 들어줬던 원심과 달리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친일 반민족행위자에 해당하는 민영은이 취득한 문제의 땅은 친일행위의 대가로 추정되는 만큼 국가 소유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친일 반민족행위 조사위원회가 이 땅에 대해 친일재산으로 인정할 만한 자료가 부족하다며 조사를 취소한 바 있으나 이런 사정이 친일 반민족행위 재산이라는 추정을 뒤집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 서울신문 6일자 8면
 
서울신문은 “항소심 판결은 친일재산귀속법에 따른 것으로 친일재산귀속법은 친일 반민족 행위자가 1904년 2월 8일 러·일전쟁 시작 시점부터 1945년 8월 15일 사이에 취득한 재산은 친일행위의 대가로 보고 있다”며 “소송이 제기된 토지는 민영은이 1911년부터 1928년 사이에 취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심 재판부는 청주시는 1심 재판에서 과정에서 민영은이 땅을 청주시에 기부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후손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이번 항소심에서는 “1심 재판 당시 거론되지 않았던 민영은의 친일행적이 다뤄지면서 판결이 뒤집히게 됐다”는 것이 법원 관계자의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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