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플래닛은 2012년 말 'SK One ID'를 선보였다. T스토어, T맵, 호핀, 네이트, 싸이월드, 멜론, 11번가 등 SK 관계사의 주요 온라인 서비스가 모두 한 개의 계정(ID)으로 이용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용자들은 편의성을 얻었지만, SK플래닛도 개인정보를 축적하기 수월해졌다.
 
하루 방문자가 1500만명에 육박하는 네이버는 이용자의 '발자취'라고 할 수 있는 로그 데이터를 저장하고 있다. 2006년부터는 모든 데이터를 스캔해서 축적하고 있다. 이를 이용하면 이용자가 언제 어떤 서비스를 이용했는지 추적할 수 있다. 
 
한국의 인터넷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두 기업이 개인정보를 모으는 이유는 간단하다. 개인정보가 돈이 되기 때문이다. 두 기업은 거대한 개인정보를 분석해 의미 있는 추이(패턴)를 뽑아내는 '빅데이터' 방식을 이용한 수익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이들은 다양한 개인정보를 한데 모아 '빅데이터 기반의 플랫폼'을 지향하는 것이다. 통신사인 SK텔레콤과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SK플래닛의 사업보고서 등을 종합하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빅데이터를 통한 광고와 상품 판매 등을 미래의 사업전략으로 삼고 있다. 이런 전략은 한국의 검색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한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 ⓒ이은우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
 
SK텔레콤(2700만명), SK커뮤니케이션즈(네이트온 3600만명) 등 각 계열사별 가입자의 이용정보만 모아도 방대한 데이터가 된다. SK 그룹이 모으는 정보의 종류는 이용자들의 스마트폰 이용정보, 지도서비스 이용정보, OK 캐쉬백 이용정보, 온라인 쇼핑정보 등 다양하다. 
 
이 기업들은 이렇게 모은 개인정보를 '사업의 핵심 기반'으로 삼으려는 계획이다. 이들은 개인정보 취급방침에서 ‘이용자들의 이용내역에 관한 정보를 맞춤 서비스나 광고 서비스를 위하여 수집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방대한 개인정보를 모아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용자의 성향과 행동 패턴을 분석해서 적합한 광고를 보여주면 손쉽게 상품 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 
 
실제 구글(검색엔진), 지메일(메일), 유튜브(동영상), 안드로이드(운영체제) 등으로 전세계를 장악하는 온라인 플랫폼이 된 구글의 수익은 96%가 온라인 광고에서 온다. 구글이 개인정보 침해 논란을 겪으면서도 전세계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러나 데이터를 모아두기만 한다고 써먹을 수는 없다. 그래서 주목받는 게 프로파일링이다. 데이터를 분류하고 분석한 후 소비자의 취향 등을 해석하는 것이다. 이미 타깃, 아마존닷컴 등 미국 기업들은 빅데이터를 이용한 상품추천으로 큰 성과를 얻고 있다. 
 
   
▲ ⓒ이은우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
 
그런데 이런 맞춤형 광고에 좋은 면만 있는 건 아니다. 기업에겐 빅데이터가 수익을 높여주는 신기술이지만, 이용자 입장에선 자신의 개인정보가 디지털 파일형태로 끊임없이 축적되고 재횔용되는 것이다. 개인정보 침해는 물론 유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5년간 옥션(1800만명), SK컴즈(3500만명), 넥슨(1320만명), KT(870만명) 등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보이스피싱, 스미싱, 파밍 등 피해도 연 평균 600억원(최근 3년)을 넘는다. 빅데이터를 위해 개인정보 축적을 강화할수록 이용자들의 피해도 덩달아 많아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데이터를 축적하는 기업들은 이런 내용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11일 건국대 법학연구소 주최로 건국대에서 열린 ‘빅데이터시대 개인정보 보호’ 국제학술대회에서 이은우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SK, 네이버의 사례를 설명한 후 개인정보 취급방침이 너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네이버의 개인정보 취급방침은 ‘(선략)이용정보를 맞춤형 광고, 개인화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수집하여 이용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 변호사는 "(기업들이 개인정보를) 모호한 규정 아래 수집하고 있으며, 보존기간도 분명하게 제시하지 않고, 구체적인 프로파일링의 내용을 밝히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 건국대 법학연구소는 11일 건국대에서 ‘빅데이터시대 개인정보 보호’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사진=김병철 기자
 
그는 "대기업집단이 추진하는 개인정보의 플랫폼화는 프라이버시 침해의 위험, 소비자 권리의 침해 위험뿐만 아니라 공정경쟁을 저해하고 경제력 집중을 강화하는 결과를 야기할 위험이 크다"고 덧붙였다. 
 
오길영 신경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네트워크 프라이버시의 침해’ 또는 ‘개인정보의 사회적 해킹’ 등으로 표현되는 빅데이터 환경이 불러오는 부작용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보주체(이용자)의 권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변호사는 "대기업집단이 수집하는 개인정보가 어떻게 프로파일링되어 이용될지에 대해 개인정보 주체의 통제권이 보다 확실하게 보장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법적 규정 마련의 필요성도 대두됐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는 프로파일링에 대한 규정이 없어 기업들의 개인정보 침해 행위를 통제할 수가 없다. 권건보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법으로 아예 대처할 수 없지는 않지만,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프로파일링에 대한 입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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