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광복절 기념행사에서 체 게바라의 얼굴이 그려진 옷을 입고 공연한 광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 지휘자에 대한 광주광역시의 징계 결정에 대해 정치권과 시민사회, 공직사회 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전주연(통합진보당) 광주시의원은 19일 ‘광주시의 체 게바라 티셔츠 징계, 창조도시 부끄럽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며 “부끄러운 문화철학을 드러낸 광주시는 징계위원회 회부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 의원은 “강운태 시장이 고의성이 없는 단순 해프닝에 대해 징계를 지시하는 것은 한 마디로 과도한 대응이다”며 “가장 창조적이어야 할 문화에 경직된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후진적인 문화 마인드를 보여주는 것이며 스스로 표방한 ‘창조도시’ 이름에도 걸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주연 광주시의원.
ⓒCBS노컷뉴스
 
전 의원은 그러면서 “광복절은 우리 민족이 일제로부터 해방된 날이며, 항일독립운동가들은 다양한 이념을 넘어 일본 제국주의와 싸운 분들”이라며 “우리나라 독립운동가들에게 이념과 주의를 들이대 징계를 운운하는 것이 과연 광복절의 의미와 맞는지, 광주시는 보훈처의 지시에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도 19일 성명을 내고 “과도한 월권을 반복하는 보훈처에 엄중히 자중을 요구하며 낡은 사상적 재단을 시도한 보수언론에도 심한 유감을 표한다”며 “광주시장은 단장에 대한 징계 조치를 조속히 철회하고 단장과 단원들, 어린 단원들의 부모들에게도 공식 사과하기를 바란다”고 규탄했다.

협의회는 또 “체 게바라 초상은 이미 전 세계 문화예술계의 주요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됐고 시대와 나라를 뛰어넘어 문화적 상상력을 키워주는 젊음의 키워드로 사랑받고 있다”며 “제국주의와 독재에 대항해 세상의 모든 부정의에 도전한 혁명가의 상상력을 지우고 사상검열을 해야 하는 문화적 후진성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앞서 18일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은 오마이뉴스 기고 글에서 “광복절 공연이 끝난 바로 다음 날 광주시가 지휘자의 중징계 검토하고 사상적 재단을 하려는 태도는 도를 한참 넘는 ‘문화적 테러’”라며 “광복절과 체 게바라의 만남은 우리가 허용할 수 있는 문화적 관용의 범위 안에 있는데, 징계라고 하는 회초리까지 드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고 공동체의 활력과 에너지를 심각하게 차단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6일 KBS 뉴스9 갈무리.
 
민 청장은 처음 문제를 제기한 전홍범 광주보훈청장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국가보훈처는 5·18기념식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지우려 했는데, 이제 와서는 공연 의상을 문제 삼으면서 사상적 재단과 이념공세의 포문을 열고 있다”며 “논쟁의 대상과 형벌의 대상을 구분하지 못한, 혹은 하지 않는 데서 파시즘이 시작된다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광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은 지난 15일 빛고을시민문화회관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행사에 흰색 한복 안에 체 게바라가 그려진 옷을 입고 태극기 퍼포먼스와 함께 ‘아리랑’과 ‘광주는 빛입니다’ 등을 합창했다. 하지만 공연을 지켜본 전홍범 보훈청장이 강운태 시장에게 “광복절 기념행사의 취지와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이의를 제기하자 강 시장은 진상 파악 후 징계 조치를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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