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한 발언을 한 것이라고 주장한데 이어 국방부까지 나서서 ‘두 정상의 발언이 NLL을 포기하는 결과로 해석된다’고 거들고 나서 파문을 확대시키고 있으나 정작 정부 대변인은 “정부 전체의 공식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혀 주목된다.

10일 국정원 대변인 성명에 이어 11일 오전엔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에서 “(김정일 전 부한 국방위원장이) 북한이 주장하는 군사경계선과 남측이 주장하는 사실상 우리 경계선인 NLL 사이에 있는 수역을 공동어로구역 아니면 평화수역으로 설정하면 어떻겠는가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고 한다”며 “이 말은 NLL 밑으로 우리가 관리하고 있는 수역에 공동어로구역을 만들자는 내용이고, 그 말은 우리가 관할하는 수역을 북한에 양보하는 그런 결과가 났다”고 주장했다.

김민석 대변인은 “그 결과는 바로 우리가 NLL을 포기하는 결과가 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여야 운영위원 5명씩이 오는 12일 남북정상회담 녹취록을 열람하기로 한 것을 불과 하루 이틀 앞두고 국정원과 국방부가 앞다퉈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한 것’이라고 예단한 것은 우리 정부 전체의 조직적인 교감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낳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소모적인 논쟁을 그쳐야 한다고 당부했었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 댓글과 NLL관련 의혹에 대해 “(국정조사에서) 철저히 조사한 후에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고, 그 이후는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쟁을 그치고 국민들을 위한 민생에 앞장서야 한다”며 “NLL은 우리 국토를 지키는 중요한 선으로 이 문제가 논란이 되고 제기된 것 자체가 유감이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해서 국민을 대신하고 있는 정치권에서 국민들에게 NLL수호 의지를 분명하게 해서 더 이상의 논쟁과 분열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 11일 오전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e브리핑 동영상 캡쳐.
 
이 때문에 국정원과 국방부의 NLL 포기 주장은 대통령 당부에 대통령 소속기관 및 부처가 반기를 든 모양새가 됐다.

또한 국정원과 국방부의 주장은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니라고 밝혀 더욱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 정부 대변인을 맡고 있는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1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정상회담 회의록 내용이 ‘NLL을 포기하는 것’으로 판단하기 위해) 논의하거나 입장을 정한 것은 없다”며 “국방부 국정원 쪽에서 자기의 입장을 낸 것으로 이는 정부 공식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유 장관은 “논의하거나 입장을 정한 것이 없을 뿐 아니라 국정원 국방부의 발표가 대통령 말씀에 반하는지 등등에 대해서도 어떤 논의나 입장을 정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대변인을 맡고 있는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연합뉴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지난 8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소모적 논쟁을 그쳐야 한다’고 말씀한 것 외에는 없다”며 “우리는 대통령 말을 전달할 뿐 정부 입장이 어떻다고 말하거나 해석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전날 국정원 대변인의 NLL 포기 성명에 대해 성명을 내어 월권행위아자 이적행위이며 대통령 지시에 항거한 것이라고 혹평하면서 남재준 국정원장의 즉각 사퇴를 주문했다.

   
남재준(오른쪽) 국정원장과 박근혜 대통령.
ⓒ연합뉴스
 
하 의원은 “정보기관일 뿐 정무적 판단기관이 아닌 국정원은 본인들이 입수한 정보를 청와대 국가안보실 및 관련기관에 전달하고, 이 정보를 해석·판단해 정무적 결론을 내리는 기관은 국가안보실이나 해당 기관이 돼야 하는데도, 국정원이 NLL 포기가 맞다고 단정한 것은 심각한 월권행위”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상회담 회의록이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문서라는 점을 들어 “북한이 노 전 대통령 발언을 ‘NLL 포기가 맞다’고 주장한 반면, 국방장관회담에 참가한 김장수 당시 국방장관(현 국가안보실장)은 이를 계속 부인해왔다”며 “김장수 당시 장관은 NLL 포기가 아니라고 해석해 온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국가기관인 국정원이 ‘NLL 포기가 맞다’고 공식화한 것은 남한 정부의 기존 주장이 아닌 북한 정부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사실상의 이적 행위를 해버렸다”고 평가했다. “국가안보의 최전선에 서야할 국정원이 국가안보를 해치는 이적행위를 의도적으로 저지르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는 것.

하 의원은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나서서 소모적인 NLL 논쟁을 그만하자고 제안한 이후 NLL 논쟁이 조금은 차분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다시 국정원이 새로운 논쟁에 불을 질렀다며 이는 대통령 지시 사항에 대한 전면 항거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하 의원은 이를 용인한 국정원장은 당장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며 국정원 성명은 국정원의 명예를 위해 국가의 이익과 명예를 또 다시 저버린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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