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불법선거개입 사건에 더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불법공개와 이를 대선중 활용했다는 온갖 부정이 드러나자 교수들도 앞다퉈 시국선언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한양대(26일 47명), 동국대(28일 51명), 광주대(29일 20명)에 이어 1일엔 한신대 교수 68명과 충북대 교수 45명이 각각 연서명을 통해 시국선언 또는 시국성명을 발표하는 등 이제 교수사회에서까지 저항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강남훈, 고갑희, 권오영, 김동식, 김재성, 남구현, 노중기, 박선우, 성낙선, 유세정, 이해영, 임철우, 전창환, 조창석, 최두석, 하종문 등 한신대 교수 68명은 1일 시국성명을 내어 “‘불법적 선거개입과 여론조작’ 사건이 밝혀진 이후에도 ‘국정원을 둘러싸고 진행되는 한 편의 막장드라마’에 대해 우리들은 모든 국민들과 함께 심각한 분노와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정부기관이 국민의 피로 이룬 민주사회의 기초를 허무는 헌정유린의 작태”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후 박근혜 정부의 대응이 더 심각한 문제 들어 “국정원은 쏟아지는 비난에 대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의 불법 공개’라는 또 하나의 정치공작으로 정면 대응하는 등 막가파식 행패를 (부렸다)”며 “그 배경은 지난해 총·대선에서 추진된 자신의 불법적 선거공작과 일상적인 불법사찰을 은폐하고 물타기하려는 저질의 정치공작, 꼼수”라고 질타했다.

   
29일 저녁 7시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 촉구 촛불문화제.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들은 “민간인 불법 사찰 및 여론 조작을 통한 선거 개입과 이를 은폐하기 위해 국익을 배반하여 불법적 정보공개에 나서며 남북관계의 미래를 심대하게 해치는 정치공작을 한 것은 우리가 이룬 역사적 성취인 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치는 행태”라며 “‘박근혜정부’는 스스로 헌정을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일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령 향해 “국민 앞에 백배 사죄하여야 하며 국정원을 포함한 관련자를 엄중히 처벌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런 반민주적 작태와 협박에 결코 굴하지 않을 것이며 민주시민들과 함께 우리가 이룬 민주주의를 굳게 지킬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강희경 김승환 김의환 노경희 박권수 배영목, 서범종, 이강영, 정우현, 최성호, 허석렬 등 충북대 교수 45명도 이날 시국선언문을 통해 “조직적으로 국내정치와 선거에 개입한 것으로 밝혀졌는데도 남재준 국정원장이 국기문란 행위를 덮고자 국가기밀 문서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불법적으로 공개해 또 다른 국기문란 행위를 자행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화록 원문이 공개돼 되레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NLL을 포기하기로 약속했다’, ‘김 위원장에게 보고하였다’는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의 주장이 거짓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특히 김무성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이 이 문서의 일부 내용을 낭독했다는 사실에 대하여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29일 저녁 7시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 촉구 촛불문화제.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들은 “국정원의 선거개입 등 공작정치, 박근혜 후보 측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불법 입수 및 악용, 국정원의 대화록 불법공개 등 일련의 사태로 인하여 지금 한국 민주주의는 처절히 능욕당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박 대통령에게 △국정원의 선거개입 진상 철저 규명 △박근혜 후보측의 남북정상 대화록 입수 경위 공개 △국정원의 남북정상 대화록 불법공개 진상 철저 규명 △국민 앞에 사죄하고 관련자들 엄중 처벌 등을 촉구했다.

노중기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교수노조 한신대지회장)는 1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한신대 교수 170여 명 가운데 올해 산학연구교수 15명, 보직교수 15명 등을 제외한 전임교수의 절반 이상이 시국선언에 동참했다며 최근 20년 안팎으로 이렇게 많은 교수들이 서명한 것은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노 교수는 교수들이 이렇게까지 나선 이유에 대해 “이명박 정부 5년을 겪으면서 민주화 흐름에 대한 반동이라 보고 참을 수 있다고 여겼으며, 박근혜 정부도 그의 삶의 역정을 미뤄볼 때 이명박 정부 때보다는 나아지리라 기대했다”며 “그러나 이번 국정원 사태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대응을 보니 자신의 약속을 뒤집는 의미가 포함됐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노 교수는 “다양한 사회참여를 많이 하는 교수들이지만 이번엔 이런 문제점에 대한 공통된 좌절감과 절망감이 나타나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대응에 대해 “아직 박근혜 정부 4년 반이나 남았는데 이런 식으로 계속 가다가는 심각한 위기에 부닥칠 것이며,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주체적인 준비이기도 하다”며 “다른 학교 교수들도 연쇄적으로 시국선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한양대 교수들 47명이 시국선언을 발표한 뒤 28일엔 동국대 교수 51명이, 29일엔 광주대 교수 20명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29일 저녁 7시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 촉구 촛불문화제.
이치열 기자 truth710@
 
다음은 차례로 한신대 교수들과 충북대 교수들의 시국선언문 전문이다.

<한신대학교 교수 시국성명> 박근혜정부는 정녕 제 2의 6월 항쟁을 불러오려는가?

최근 국가정보원의 ‘불법적 선거개입과 여론조작’과 ‘민간인에 대한 불법사찰’이라는 놀랍고도 엄중한 사태가 일어났다. 그리고 이후 ‘국정원을 둘러싸고 진행되는 한 편의 막장드라마’에 대해 우리 한신대학교 교수들은 모든 국민들과 함께 심각한 분노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우리는 국정원의 난행들, 그 자체만으로도 놀라움과 우려를 금할 수 없었다. 범행의 주체가 군사독재 중앙정보부에 뿌리를 둔 막강한 권력기관 국가정보원이란 점에서 국민들은 더욱 우려하고 분노하였다. 한 마디로 정부기관이 국민의 피로 이룬 민주사회의 기초를 허무는 헌정유린의 작태였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이 반민주적 작태에 대한 박근혜정부의 대응이었다. 국정원은 쏟아지는 비난에 대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의 불법 공개’라는 또 하나의 정치공작으로 정면 대응하였다. 국정원의 이 같은 막가파식 행패의 배경은 명약관화하다. 지난 해 총선과 대선에서 추진된 자신의 불법적 선거공작과 일상적인 불법사찰을 은폐하고 물 타기하려는 저질의 정치공작, 꼼수인 것이다. 그러나 이를 국정원의 단독작품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든 사태는 박대통령과 청와대의 진두지휘아래 치밀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기관이 민간인을 불법으로 사찰하고 여론을 조작하며 선거에 노골적으로 개입하여 정치공작을 펼치는 작금의 사태는 엄중하다. 더 나아가 이를 은폐하기 위해 국익을 배반하여 불법적 정보공개에 나서며 남북관계의 미래를 심대하게 해치는 정치공작은 더 말할 가치도 없다. 이런 일은 4.19와 6월 항쟁으로 우리가 이룬 역사적 성취인 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치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의 투표로 선출된 ‘박근혜정부’는 스스로 헌정을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일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마땅히 박대통령은 국민 앞에 백배 사죄하여야 하며 국정원을 포함한 관련자를 엄중히 처벌해야 할 것이다. 험난했던 우리 현대사에서 민주주의 탄압과 인권 유린, 그리고 불법적 정치공작의 결과가 어떠했는지 박대통령은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본다. 우리 한신대학교 교수들은 이런 반민주적 작태와 협박에 결코 굴하지 않을 것이며 민주시민들과 함께 우리가 이룬 민주주의를 굳게 지킬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
2013. 7. 1 한신대학교 서명교수 68인 일동

강남훈, 강성영, 강원돈, 강인철, 고갑희, 권명수, 권오영, 김대오, 김도희, 김동식, 김애영, 김예랑, 김용표, 김윤자, 김재성, 김종엽, 김창주, 김항섭, 나 성, 남구현, 노중기, 류장현, 박경철, 박미선, 박선우, 박설호, 서강목, 서경희, 서영채, 설준규, 성낙선, 송순열, 송주명, 신광철, 안병우, 여협구, 연규홍, 오동식, 오미정, 오창호, 유세종, 윤응진, 이건범, 이기호, 이상헌, 이영미, 이은정, 이인재, 이일영, 이세영, 이해영, 임석민, 임종대, 임철우, 장정해, 장종익, 전병유, 전창환, 전춘명, 정건화, 조창석, 조태영, 주장환, 최두석, 최민성, 최수철, 최영호, 하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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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 교수 45인 시국선언문]
국정원의 선거개입과 남북정상 대화록 불법공개 및 악용 실상을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라

최근 검찰은 국정원법 상의 국내정치 개입금지 조항 위반 및 공직선거법 상의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금지 조항 위반 혐의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기소하였다. 국정원이 집권세력의 하수인이 되어 조직적으로 국내정치와 선거에 개입하였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그런데도 남재준 국정원장은 이러한 국기문란 행위를 덮기 위해 국가기밀 문서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불법적으로 공개하여 또 다른 국기문란 행위를 자행하였다.

대화록 원문이 공개됨으로써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NLL을 포기하기로 약속했다’, ‘김 위원장에게 보고하였다’는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의 주장이 거짓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의 발언을 통하여 새누리당은 이미 지난 12월에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불법적으로 입수하고 그것을 대통령 선거와 이후의 정치 상황에서 정략적으로 사용하였음이 공개되었다. 우리는 정상회담 대화록이라는 국가 기밀문서가 박근혜 후보 선거운동 책임자들의 손에 전달되었고 김무성 전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이 박 후보가 참여한 선거유세에서 이 문서의 일부 내용을 낭독하였다는 사실에 대하여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정원의 선거개입 등 공작정치, 박근혜 후보 측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불법 입수 및 악용, 국정원의 대화록 불법공개 등 일련의 사태로 인하여 지금 한국 민주주의는 처절히 능욕당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국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와 관련하여 박근혜 정부에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Ⅰ. 국정원의 선거개입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라.
Ⅰ.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측이 남북정상 대화록을 입수한 경위를 밝혀라.
Ⅰ. 국정원의 남북정상 대화록 불법공개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라.
Ⅰ. 국기문란 행위에 대하여 국민 앞에 사죄하고 관련자들을 엄중히 처벌하라.

2013. 7. 1. 국정원과 현 집권층의 국기문란 행위를 규탄하는 충북대학교 교수 45인 일동

강희경, 고봉만, 김경석, 김대용, 김승환, 김영미, 김용화, 김의환, 김종연, 김진아, 김혜리, 남재봉, 노경희, 류기철, 문광훈, 박권수, 박기순, 박진숙, 배득렬, 배병균, 배영목, 백용식, 변호승, 서관모, 서범종, 안상헌, 유초하, 윤진, 이강영, 이강영, 이석린, 이선옥, 이승복, 이재신, 이정희, 이종면, 이항우, 이호승, 정우현, 정재현, 정호영, 최성호, 최세만, 허석열, 황순택 (이상 4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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