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사학분쟁위원회의 이사 선임 문제로 몸살을 겪었던 상지대학교가 올해도 이사회 갈등으로 파행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피해 당사자는 학생들이다.
현재 상지대는 새 학기를 맞았지만 정상적인 학사운영을 못 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열린 이사회에 김문기 전 상지학원 이사장 측에서 추천한 이사들이 참석을 거부해 정족수 미달로 총장 선임과 신규교수 채용, 예산안 의결 등 안건이 처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새로 신설된 학과의 수업 편성 등 학사일정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어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실제로 올해부터 신설된 물리치료학과 등 보건과학대학에는 신임교수가 임용되지 않아 학생들이 대체 교수에게 수업을 받는 등 교육권 침해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물리치료학과의 경우 원래 <일반생물학>, <일반물리학실험>, <의학용어> 세 과목이 신임 교수 담당이었지만 임용이 미뤄지면서 현재 타과 교수가 대신 강의하고 있다.
정민지 상지대 보건과학대 회장은 “일단은 지금 예정된 교수님이 못 와서 다른 교수님이 과목을 대신 맡았지만 등록금을 낸 학생들에겐 더 전문성을 가진 교수에게 수업을 받는 게 우리의 권리”라며 “신입생에게도 보과대 안에서 다른 교수님과 학생회에서 도움을 주려고 하지만 담임 교수가 없다는 건 분명한 교육권 침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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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대 비대위에 따르면 최근 교수의 80%, 학생의 60%, 교직원의 60% 이상이 지금의 학사운영 파행 사태를 교육부가 해결하기를 촉구하는 탄원서에 서명했다. 사분위와 교과부가 2010년 당시 상지대 구성원들의 우려와 반대에도 구 재단 측의 복귀를 결정함으로써 이러한 사태를 만든 원죄가 있다는 이유이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김 전 이사장이 추천한 이사들이 지속해서 학교 정상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며 “교육부와 청와대 교육비서관이 나서서 반 교육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이사들의 승인을 취소하고 올바르게 일할 수 있는 이사를 새로 임명하든지, 정이사 전체를 승인 취소하고 임시이사 체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이들이 이사회에 집단으로 빠지는 이유는 김 전 이사장의 둘째 아들인 김길남 이사를 이사장으로 앉혀 이사회를 장악하고 총장도 측근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라며 “학사 운영을 위한 예산이 집행 안 되면 학생들은 등록금을 내고도 학습 기본권을 침해받는 등 교수들과 교직원도 이중삼중의 피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가장 시급한 수업권 침해뿐 아니라 단과대 학생회 등 자치단체에서도 교비 지원이 늦어져 학생들의 심리적·경제적 부담 또한 가중되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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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원 상지대 중앙운영위원회 위원장은 “신설 학과에 새 교수가 임용되지 않아 기존 교수들이 시간을 쪼개 들어가면서 수업 시간표도 빡빡하고 그만큼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며 “학생회비도 집행이 안 돼 학교 행사를 할 때도 회비를 더 걷는 등 학생들의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김선애 동아리연합회장도 “동연 출범식도 해야 하는데 예산 지원을 못 받아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며 “학기 초 동아리 홍보 기간에도 각 동아리에서 사비를 털어 홍보 비품을 사야 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2010년 8월 사분위는 90년대에 비리로 물러났던 김 전 이사장 측이 추천한 인사 4명과 학교 구성원들이 추천한 인사 2명, 교과부가 추천한 인사 2명 등 8명의 정이사와 1명의 임시이사를 선임키로 결정하자 교과부는 이를 최종 승인했다. 하지만 교과부가 작년 9월 임시이사를 다시 선임한 뒤, 김 전 이사장 측이 이에 반발해 소송을 내는 등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