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교육청(고영진 교육감)이 지난 1월 경남 지역 교육지원청과 전체 유·초·중·고등학교에 전달한 홍보 지침이 홍보 실적과 비판 보도에 따라 학교장 인사평가 등에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남교육청은 1월 초 ‘2013 경남교육정책 홍보계획’을 발표하고 이 같은 내용을 지역 교육청과 일선 학교에 공문으로 하달했다. 교육청에선 교육정책 및 교육현장에서의 교육활동 우수사례를 적극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홍보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보도실적에 따라 차등적으로 점수를 적용토록 해 교육감의 공약사업 등 교육청 및 교육감의 치적을 홍보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교육청 홍보계획을 살펴보면 홍보 방법으로 ‘왜곡보도·오보·비판성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 등을 통한 적극적 대처’하도록 하고 교육청 직원에 대해 ‘내 자신은 홍보맨이다’는 인식을 제고하라는 등 일반 기업의 PR 지침을 연상시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경남지부는 19일 경남교육청에 치적 홍보에 급급하고 비판보도를 차단하는 ‘2013 경남교육정책 홍보계획’을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보도 실적에 대한 점수부여표를 봐도 신문사 1면 게재 시 3점인데 반해 정정·해명·반론보도를 배포하면 10점의 가산점을 준다”며 “이는 교육청 및 교육감의 잘못된 정책 및 행적에 대하여 비판적 보도가 나왔을 경우, 직속기관을 이용해 비판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라고 밝혔다.

이어 전교조 경남지부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 언론의 역할인데 이는 언론통제의 다름 아니다”며 “경남도민의 눈과 귀를 막고, 교사의 불필요한 잡무를 증가시키는 경남교육청의 홍보 계획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경남교육청은 이에 대해 이번 홍보계획 내용은 몇 해 전부터 계속해서 해 왔던 업무이며 교육감이 바뀌었다고 특별히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정원 경남교육청 홍보담당 처장은 “주로 본청 교원들에게 표창함으로써 홍보 업무에 대한 노고를 격려하고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객관적 기준을 만든 것”이라며 “현재 교육감의 의사와는 무관하고 교육감의 치적을 홍보하기 위해 상을 주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경남교육청 ‘2013 경남교육정책 홍보계획’ 점수부여표
 

김 처장은 또 “홍보와 언론 대응 업무는 대부분 본청 차원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학교에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니다”며 “비판성 보도에 감점을 매긴 적도 없고 반론·정정 보도에 대한 가산점도 실제로 적용된 적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홍보업무를 담당하는 교사들은 교육청의 홍보계획으로 수업과 교육 업무 외 잡무가 굉장히 늘어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교육감부터 시작해 학교장들도 성과와 실적에 대한 강박감이 강해 학교 간 경쟁 유발로 교사 본연의 교육 활동에 전념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경남의 모 초등학교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한 현직교사는 “학교에서 홍보담당 교사들이 담임 업무도 병행하고 있고, 학교폭력 예방 등 각 업무담당 교사들이 홍보 계획을 세우고 행사 내용을 정리해야 한다”며 “현 교육감이 부임하면서 홍보 업무가 더 늘었고 기업의 PR 논리가 교육현장에 이입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시동 전교조 경남지부 사무처장도 “현 교육감은 학교 입학식과 졸업식에 본인의 인사말이 담긴 동영상 메시지를 내보내라고 지시하는 등 상당히 정치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교육청은 의도가 순수했다고 하겠지만 실제 이를 받아들이는 교육자의 입장에서는 문제가 심각하고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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