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지 10년이 지났다. 미국이 연합군 군대와 함께 이라크 전쟁을 개시했던 10년 전 2003년 3월 20일은 미국과 영국 다음으로 많은 군인을 파병했던 우리나라로서도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이라크 전쟁 발발 10주년을 하루 앞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는 참여연대, 경계를 넘어, 나눔문화 등 16개 평화운동단체에서 ‘이라크 침공 10년, 미국의 전쟁범죄를 규탄하는 평화행동’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의 전쟁범죄에 일조한 한국 정부에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라크 파병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 국회와 정부는 이 불법전쟁과 파병에 대해서 어떠한 공식적인 평가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우리 정부는 전쟁과 파병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국민과 세계 시민에게, 무엇보다도 아직도 고통받고 있는 이라크 국민에게 공개적이고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라크 전쟁 발발 10주년을 하루 앞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참여연대, 나눔문화 등 16개 평화운동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과 한국 정부의 전쟁범죄 사과를 촉구했다.
 
16개 평화운동단체는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계 3번째 규모의 파병으로 이라크 침공에 큰 역할을 했던 한국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이들 단체는 “한국이 이라크 재건사업에 뛰어들면서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쓰고 있는 석유와 천연가스에는 ‘차라리 이라크의 검은 석유를 다 가져가라. 대신 죽어간 아이들과 우리의 삶을 돌려 달라’는 이라크 사람들의 피 묻은 절규와 아픔이 들어있다”며 “한국 정부는 이라크 참전을 사죄하고 아프간, 레바논, 소말리아 파병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또 이날 평화행동에는 미국의 정치 사상가이자 국제적 평화운동가 더글라스 러미스(76)씨가 참석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라크 전쟁이 시작된 지 10년이 지난 오늘,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미국이 전쟁을 일으켰다는 것뿐만 아니라 미국은 아프간전에서도 패배했고, 이라크전에서도 패했다는 것”이라며 “전쟁이 벌어지지 않는 나라에서 전쟁을 시작하는 것은 중대한 전쟁범죄로 미국이 유엔헌장과 뉴른베르그 원칙을 무시하는 상황은 우리가 미국을 ‘제국’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평화운동단체는 아울러 이라크에 파병되었던 미군 병사로, 지난 2010년 세계적인 폭로사이트 ‘위키리크스’를 통해 미국의 전쟁범죄 진실을 폭로한 뒤 현재 미군 감옥에 갇혀있는 브래들리 매닝(25)의 석방을 요구했다. 10년 동안 이라크에서 희생된 이들을 위한 퍼포먼스도 눈길을 끌었다.

이라크 침공 10년, 미국의 전쟁범죄를 규탄하는 평화행동은 오는 20일 광화문 일대에서 이라크 전쟁을 기억하는 동시다발 1인 시위를 벌이고 27일에는 ‘응답하라 2003’을 주제로 다큐멘터리 상영 등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고다현 나눔문화 연구원은 2003년 이라크 전쟁터에서 평화활동을 벌인 박노해 시인의 시, <저 꽃 속에 폭음이>를 낭독했다. 고 연구원은 지난 2010년 수능시험을 거부하고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인연을 맺은 나눔문화에서 3년째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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