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8일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공장에서 발생한 불산 누출 사고로 불산 가스가 공장 밖 외부 대기(大氣)로 유출된 사실이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누출된 불산은 폐수처리장으로 자동 이송되는 구조인데다 사고는 밀폐공간인 클린룸 안에서 일어나 불산 가스가 회사 외부로 유출되지 않았다고 밝힌 삼성전자 측 발표는 거짓임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사고 당시 삼성전자는 불산이 외부로 누출되지 않았다고 강조했고, 환경부도 사고 후 화성 사업장 인근에서 불소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지난 15일 1면 <삼성전자, 불산 외부로 빼냈다>에서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공장에서 발생한 불산 가스 2차 누출 사고로 공장 실내에 불산 가스가 가득 차자 삼성전자 측이 대형 송풍기 등으로 불산 가스를 공장 밖으로 유출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화성 동부경찰서 측은 불산 가스 유출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수백 장의 사진으로 출력해 이 가운데 일부를 환경부 등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정부 소식통 말을 인용해 "이 사진들을 보면 삼성전자 방재 담당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대형 송풍기를 틀어 실내에 하얗게 차 있는 불산 가스를 (문이 열려 있는) 출입구 쪽으로 빼내는 장면이 들어 있다"면서 "불산 가스가 공장 바깥의 대기 중으로 확산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 중앙일보 16일자 8면.
 

SBS를 비롯한 방송3사와 대다수 언론이 관련 내용을 비중 있게 보도했지만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관련 내용을 해명성으로 내보내거나 침묵으로 일관했다.

중앙일보는 16일 사회면에 2단으로 삼성 측의 해명을 중심으로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현행 대기환경보건법 제31조에는 화재나 폭발 등 위급 상황이 닥쳤을 때 배출시설을 거치지 않고 오염물질을 외부로 내보낼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부분을 언급했지만 지금까지 삼성이 불산 외부 누출은 없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동아일보는 아예 이 사안 자체를 다루지 않았다. 동아는 삼성전자의 불산 가스 외부 유출 논란과 관련해선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보도하지 않았다. 지상파 3사와 9개 종합종간일간지 중에서는 유일하다. 그동안 공직자 검증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진보인사의 주장을 지면에 대폭 반영하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여온 동아일보지만, 삼성 문제에 있어선 여전히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동아일보 사회부 한 기자는 “이번에 토요판이 대폭 바뀌면서 미리 지면 계획을 세워놨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며 “토요판에 사회부에 할당된 지면이 한 면밖에 없었는데 뉴스 가치를 판단해서 안 실은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16일 새롭게 바뀐 토요판에서 1,2,3,4면을 할애해 대통령 당선인 박근혜 씨의 1979년부터 1997년까지 18년간의 '칩거' 생활을 소설식 구성으로 풀어내며 "국민들은 당시 18년간 당선인의 흔적을 궁금해 한다"고 보도했다.

한편 경향신문도 온라인에선 <삼성 ‘불산누출 사고’ 당시 불산가스 외부로 유출시켰다>, <삼성 불산 누출 미미 발표 ‘거짓’…흄현상 1시간30분 이상 지속> 등 두 개의 기사를 내보냈지만 16일자 지면에선 관련 내용이 전혀 실리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조 경향신문지부 한 관계자는 “최근 경향이 온라인 기사 비중이 커지고 있고 주말 신문은 기획 위주로 가고 있어서 지면이 부족해 싣지 못했을 수도 있다”며 “정확히 어떤 경위로 지면에 안 나가게 된 것인지는 파악해 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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