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미니호 한국 선원 4명이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지 10일로 500일째를 맞은 가운데 시사주간지 시사인이 피랍 선원들의 모습과 육성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시사인은 10일자 온라인 기사에서 지난 3월 18일 소말리아 방송 <소말리 채널(Somali Channel)>이 ‘Xarardheere’(하라데레 : 선원들이 억류된 지역)라는 제목으로 제작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을 공개했다.

시사인은 “이 영상은 외교통상부의 요청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한국에서의 검색을 막아놨기 때문에 한국에서 검색이 불가능하다”고 보도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홍보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1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해당사안이 비공개사안으로 진행되어서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시사인에 따르면 9분 37초 길이의 이 동영상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해적들이 한국 정부에게 아덴만 여명 작전 당시 한국에 붙잡힌 동료 해적들의 석방 등을 요구하는 전반부와 한국인 선원 4명이 해적의 위협 속에 한국 정부에게 구조를 요청하는 후반부다. 공개된 영상은 후반부의 2분 34초 가량이다. 시사인 허은선 기자는 “소말리 PD가 질문하면 해적과 선원들이 답하는 식으로 구성된 영상”이라고 전했다.

한국인 선원 4명은 이 영상에서 “다들 건강 상태가 안 좋고, 생활이 열악하며 특히 물이 부족하다”, “(해적들이) 계속적으로 위협하며 밤에 막 불러내 이 산으로 저 산으로 옮겨 다니고 정말 괴롭고 힘들게 지금까지 지내왔다”고 말했다. 선원들은 한 목소리로 “우리들을 구출해 달라” “대통령 각하와 당국이 공사에 다망하더라도 우리를 잊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해적들이 아덴만 작전 당시 한국에 붙잡힌 동료 해적들과 한국 선원사이의 맞교환을 요구했는지 여부는 오는 12일 방영되는 KBS <추적 60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해적들이 맞교환을 요구했다면 향후 외교통상부의 대응이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미니호는 지난해 4월 30일 해적들에게 납치됐고, 그 해 11월 30일 협상을 통해 중국‧인도네시아 등 출신 선원 21명이 석방됐으나 한국 국적 선원만 재 납치 돼 소말리아 내륙으로 끌려 들어갔다. 당시 외교통상부는 외교부 출입 기자들에게 해적과의 몸값 협상과 선원들의 안전을 이유로 보도유예를 요청했다. 시사인은 지난 259호에서 “(보도유예로) 제미니호 사건이 까맣게 잊혀진 사이 선원 이 아무개씨의 연락이 몇 달째 두절된 사실이 취재 결과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시사인은 “외교통상부가 소식이 끊긴 1명을 포함해 한국인 4명의 정확한 소재와 건강 상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사태가 500일째에 접어들면서 선박 회사의 협상 능력과 의지에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도 한국 정부는 여전히 ‘불개입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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